배달음식·간편식도 이제는 한식 시대!

코로나19는 평범했던 우리 일상을 바꿔 놓았다. 그중에서도 식문화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다 보니 배달음식이나 간편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눈에 띄는 것은 패스트푸드나 야식류가 주류였던 이 시장에서 최근 ‘한식’이 두각을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한류의 영향이 거센 덕에 해외 배달 서비스 메뉴에서도 한식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국내외 음식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식, 왜 이토록 인기일까?

♣ 1인 가구의 증가로 ‘외식메뉴’가 된 한식

그간 한식을 주력으로 하는 프랜차이즈는 많지 않았다. 집에서 흔히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 메뉴가 대부분이기에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긴 조리 시간, 복잡한 조리 방법 등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은 국밥 종류나 찜닭 정도만 선전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집밥 대신 한식도 사 먹는 ‘한식의 외식화’가 진행됐기 때문.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 등으로 음식 배달 시장에서는 한식이 전통적인 강자였던 중식, 치킨 등을 밀어내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맛집 서비스 트렌드>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5월부터 레스토랑 현장 이용객의 비대면 온라인 웨이팅을 위한 맛집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맛집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 이용률은 서울이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35.5%를 얻은 한식이었다. 레스토랑 간편식(RMR)에서도 한식의 인기가 거세다.

음식 솜씨와 관계없이 간단한 조리 방법으로 유명 맛집의 메뉴를 맛볼 수 있어 호응이 높은 레스토랑 간편식. 마켓컬리가 서울대 푸드비즈니스팀과 함께 2017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마켓컬리에서 판매한 레스토랑 간편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렌드 키워드로 ‘서울 맛집’, ‘유명 셰프’, ‘한식’ 등이 꼽혔다.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관련 상품의 매출은 2017년부터 연평균 215% 증가했으며, 2020년 매출은 2017년 대비 46배에 달하는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2021년 월평균 매출은 약 150억 원으로 연 매출로 환산 시 1,800억 원에 달한다. 이 결과는 비슷한 시기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와 맥을 같이 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서는 최고 등급인 3스타 레스토랑 모두 한식을 기반으로 한 식당이 선정됐다. 그동안은 친숙해서 외면받았던 한식, 이제는 친숙하기에 우리 한식에 담긴 맛을 더욱 적극적으로 탐미하고픈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세계화의 발판이 되는 ‘퓨전’과 ‘고급화’ 움직임

독창적인 요리를 내놓는 고급 레스토랑, 파인다이닝을 중심으로 그동안 우리가 아는 한식 본연의 맛에서 탈피해 한식 식재료를 활용하면서도 현대적인 서양식 조리법을 더한 퓨전 한식이 시도돼왔다. 그런데 요즘은 퓨전 한식이 배달전문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떡볶이나 찜닭, 갈비찜 등 다양한 한식 메뉴에 로제 소스를 활용한 것이 그 대표 사례다. 편의점에서도 ‘봉골레 칼국수’나 ‘된장 파스타’ ‘짬뽕순두부’ 같은 한식 식재료에 외국식 조리법을 접목한 퓨전 제품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식 요리에서 ‘주방 특선’을 이르는 오마카세 요리 방식도 활용돼 ‘한식 오마카세’ 메뉴를 내놓는 한식 다이닝바도 생겨났다. 기존에는 한식이 한정식이나 우리 전통 한식 요리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식으로 기본으로 이색적인 맛과 분위기를 연출하는 식당이 늘고 있는 것이다.

퓨전 한식은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주제다. 대표적인 우리 음식인 김치도 그 발효과학을 인정받아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있지만,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서양인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식의 대중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퓨전 한식이 답이 될 수 있다.

♣ 한류 열풍 힘이버 해외 배달앱에서도 한식 인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인도 인기 배달앱인 조마토 등을 통한 한식의 주문량이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부터 한국 문화가 인도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소비팬층도 점차 두터워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으로 한식 인기가 달아올랐다. 인도에서 인기 있는 한식 메뉴에는 라면, 비빔밥, 김치볶음밥, 떡볶이가 이름을 올렸다. 주요 주문 지역은 델리, 뭄바이, 벵갈루루와 같은 대도시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현지에 한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데에는 주로 쌀, 국수, 채소, 고기를 주식으로 하고 참기름, 고추, 후추, 간장 등 한국과 유사한 양념을 사용하며, 한식의 달고 짭짤한 맛이 인도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해외에서 한식의 인기는 한류 열풍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팝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부터 ‘빈센조’, ‘킹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와 같은 드라마가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한식을 비롯한 한국 문화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세계보건기구가 한식을 영양학적으로 적절한 균형을 갖춘 모델이라고 소개했고, 최근 뉴욕포스트에서도 한식이 한국인의 건강 비결이라 소개하는 등 한식의 영양학적 우수성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코로나19로 건강을 위협받는 이때, 세계인의 관심이 한식으로 쏠리고 있다.

♣ 해외에서 제이름 찾고 있는 우리 한식

한류의 긍정적인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흥행으로 해외에 진출한 한식들도 제 이름을 찾고 있다. 과거 수출국의 유사한 현지 음식의 이름을 빌려 표기했던 제품들도 우리 고유의 명칭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 ‘긴파(김밥의 일본식 발음)’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는 한국 김밥 제품이 늘고 있다. 김밥은 과거 일본에서 인지도가 낮아 일본식 김밥인 ‘노리마키’로 판매돼왔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일본 젊은이들이 드라마나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한국 김밥이 인지도를 얻으면서 제 이름을 찾은 셈이다.

우리 국내 기업도 일본 시장에서 한식 제품의 이름을 바꿔 달았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일본에서 판매 중인 만두 제품 이름을 ‘교자’에서 ‘만두’로 교체했다. 6,500억 원 규모의 일본 교자 시장에서 한국 만두를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다.

한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한류의 뜨거운 관심에서 옮겨간 것이지만, 한식은 건강에 이롭고 맛도 다채로워 한 번 맛보면 계속해서 먹고 싶어지는 깊은 맛이 매력이다. 지금의 한식이 한류를 타고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는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빌려 많은 한식 마니아를 만들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