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떡볶이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외국인들 스스로 먼저 찾고 있다는 점이다. 치즈를 첨가해 접근이 한결 손쉬운 떡볶이는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정통 떡볶이의 인기도 상당하다. 떡볶이는 어떻게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을까?
♣ 조선시대부터 변함없는 떡볶이 사랑
떡볶이는 가래떡을 주재료로 하는 한국의 분식 요리다. 밀떡 혹은 쌀떡에다 어묵, 채소, 고추장 등의 부재료와 양념을 넣어 만든다. 매콤달콤 맛 좋고, 조리 방법도 간단해 길거리 노점상,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물론 집에서도 직접 요리해 식탁 위에 올리기 손쉽다.
현재는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떡볶이가 대세지만, 양념의 범위를 넓힌다면 떡볶이의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떡볶이는 간장 양념에 재어둔 소고기를 떡과 같이 볶아서 만든 음식으로 궁중과 사대부 계층에서 즐겨 먹었다고 한다.
유운룡의 <겸압집>(1595), 김흥락의 <서산집>(1907) 등을 보면 떡볶이가 의례상에 올랐고, <승정원일기>(1751)나 궁중음식 조리서 <이조궁정요리통고>(1957)에서도 떡볶이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궁중에서 주로 먹은 귀한 음식이었던 만큼 당시에는 전복과 해삼, 소고기 등 서민이 구하기 어려운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떡볶이가 서민 요리로 자리 잡은 건 6·25전쟁 이후 고추장 떡볶이가 등장하면서다. 그 유래에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1950년대부터 마복림 씨가 신당동에서 밀로 만든 가래떡에다 고추장을 섞어 볶아 팔기 시작했다는 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떡볶이는 1950년대 미국의 곡물 원조와 196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혼분식장려운동의 영향을 받아 대중화됐다.
혼분식장려운동은 쌀 생산량이 부족해 쌀 소비를 줄이는 대신 잡곡을 섞어 먹자고 추진한 국민운동이었는데, 당시 떡볶이는 밀떡을 주로 사용한 데다 가격이 저렴해서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길거리 음식으로 명성을 떨칠 때부터 다른 분식과의 조합이 좋아서 김밥, 순대 등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흔하다.
오늘날 떡볶이는 다양한 형태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쌀떡과 밀떡은 기본이고 떡에 치즈나 고구마를 넣거나 모양과 길이 등도 다채로워졌다. 종류도 다양해서 기본이 되는 고추장 떡볶이 외에도 짜장과 간장, 기름을 양념으로 넣어 만드는가 하면, 라면 사리를 비롯해 치즈, 커리, 까르보나라의 크림소스 등을 넣기도 한다.
♣ 스스로 떡볶이를 찾는 외국 마니아들
수년 전만 해도 떡볶이의 찐득찐득한 식감에 이질감을 느끼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세계화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몇 년새 떡볶이의 지위는 놀랍도록 달라졌다. 베트남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물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까지 8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떡볶이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수요 증가는 수출량과 수출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778t에 불과하던 수출량이 2020년 11월까지 1만 5,406t까지 늘어난 것을 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이러한 변화는 떡볶이 열풍의 주체가 홍보의 대상이었던 외국인들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현지인들이 직접 떡볶이를 먹으며 ‘셀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한 일본 유튜버의 떡볶이 먹방 역상은 1,000만 뷰를 훌쩍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를 두고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BTS를 위시한 K팝, 한국 영화·드라마 등에서 시작된 한류가 자연스럽게 음식문화로까지 퍼진 것이라 설명한다.
외국인들은 K팝 스타들이 좋아하고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떡볶이에 흥미를 느끼고, 이는 떡볶이 수출과 세계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떡볶이는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BTS의 지민이 동대문의 한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먹는 사진을 올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자발적으로 떡볶이를 접하다 보니 단점으로 손꼽히던 ‘식감’이라는 장벽도 허물어졌다. 이제 떡의 쫀득한 식감은 장벽이 아니라 새로운 체험이 됐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 라면, 조미료 등 우리 음식이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어디서든 한국 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떡볶이의 맛은 이제 해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거나 낯선 대상이 아니다. 현지인 입맛에 맞는 떡볶이 소스 개발 등 현지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지니 이제 떡볶이는 더욱 한식의 세계화에 걸맞은 음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에서 진행한
‘외국인 대상 한식 영상 공모전’ 수상작들에 등장한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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