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믿음직스러워요. 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습니다.” 최근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대사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밥은, 매일 주인공의 끼니를 책임지는 ‘믿을 수 있는’ 음식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김밥은 그런 존재다. 간편하면서 듬직한 한 끼. 오늘은 김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 채소 듬뿍 건강한 한 끼
요즘은 김밥의 재료가 다양해졌지만, 기본적인 김밥의 형태는 밥에 시금치, 당근, 우엉, 단무지 등 여러 가지 채소가 들어간 것이 보편적이다. 동물성 재료로 달걀, 햄 정도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밥과 김까지 종합해 생각해보면 채소 위주로 만들어진 음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러 미디어에서 김밥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김밥을 보고 건강에 매우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을 종종 보곤 한다. 한국인은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니 살이 찌지 않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김밥은 영양학적인 면에서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먼저 김은 대표적인 해조류로,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 먹는다. 그중 김밥에 쓰이는 전장김은 조미김보다 간이 덜해 나트륨이 적고 비타민 C와 E가 풍부하다.
독성 물질이 퍼지는 것을 막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요오드, 칼슘,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도 골고루 들어있다. 김밥 재료 중 하나인 당근도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재료다.
당근에는 식이섬유와 철분도 많이 들어있어 변비 예방에 좋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도 좋다. 밥으로는 탄수화물을 채우고 달걀과 햄으로 단백질을, 채소로 다른 영양소까지 채울 수 있으니 균형 잡힌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 먹기엔 아까운, 예쁜 김밥들
김밥을 떠올릴 때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둘둘 말린 김밥을 단면으로 썰어낸 동그란 모습이다. 조화로운 밥의 양과 여러 색깔을 띤 재료의 위치가 합쳐지면 심미적으로도 아름답다. 기본 김밥의 모습도 좋지만, 단면에 여러 디자인적 요소를 넣어 만든 예술 김밥의 경지가 펼쳐지기도 한다.
김밥에 캐릭터 디자인을 접목시키면 그림 같은 김밥이 탄생한다. 국내에는 캐릭터김밥아트 민간 자격증도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보는 재미까지 살린 재미난 김밥들이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 무엇을 넣을까, 무엇과 먹을까
김밥은 재료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지만 형태와 곁들임 음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기도 한다. ‘믿음직스러운’ 일반 김밥에서 꼬마김밥, 충무김밥 등 지역과 소비자에 따라서도 나뉜다.
꼬마김밥은 김을 절반 정도로 잘라 만든 김밥으로 대표적인 종류로 ‘마약김밥’이 있다. 마약김밥은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 김밥인데 그 중독성이 어마어마해 마약처럼 계속 찾게 된다는 의미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에서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거의 고유명사가 됐다.
마약김밥은 일반 크기의 김밥보다 작아서 먹기 편하고, 함께 먹는 톡 쏘는 소스가 매력적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관광명소로 광장시장을 찾아 이 마약 김밥을 맛보기도 한다.
충무김밥은 간단히 김과 밥을 넣고 싼 꼬마김밥에 매콤하게 무친 오징어와 무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경남 통영시의 옛 지명이었던 충무에서 따온 것으로, 1930년대 바다에 나가기 전 뱃사람들이 챙겨간 도시락에서 유래했다.
일반 김밥은 재료가 한데 있어 상하기 쉬웠기 때문에 김과 밥만을 싸고, 무침 반찬을 따로 챙겨갔던 것이다. 단순한 김밥과 단출한 반찬으로 이루어진 조합이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