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빌라 등 요즘 주택에서는 볼 수 없지만, 부뚜막과 아궁이는 과거 전통가옥의 부엌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당시 일상 속 풍경에 흔하게 등장했던 만큼 관련 속담도 많이 전해진다. 그 삶의 풍경으로 들어가 본다.
♣ 요리와 난방에 필수, 아궁이와 부뚜막
아궁이는 방이나 솥에 불을 때기 위해 만든 구멍을 말한다. 부뚜막은 아궁이 위에 솥을 걸 수 있도록 흙과 돌을 쌓아 만든 편평한 언저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일종의 조리대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만들었다. 음식을 조리할 때도 필요했지만, 난방에도 꼭 필요했다.
아궁이에다 땔감을 넣고 불을 지피면 구들(방바닥 아래 자리 잡은 난방구조물)이 데워지고, 그 열은 방바닥 위로 퍼진다. 그 더운 공기가 대류현상을 일으키며 방 안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조리용 부엌이 필요 없는 사랑채나 행랑 등에는 부뚜막 없이 아궁이만 자리하기도 했다. 조리와 난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부뚜막이라는 공간은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 일상적 삶의 풍경이 담긴 속담들
우리 선조들에게는 일상적인 공간이었던 만큼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들이 많다. 널리 알려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는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속담이다.
불을 때지 않으면 굴뚝에서 연기가 날 수 없듯, 모든 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군불에 밥 짓기’라는 속담도 있다. 군불은 ‘음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방을 덥히려고 아궁이에 때는 불’을 뜻한다.
그런데 그런 군불에 밥을 짓는다? 이는 어떤 일에 편승해 다른 일을 쉽게 한다는 뜻을 품은 속담이다. ‘남의 군불에 밥 짓기’라는 속담도 전해지는데, 남의 군불에다가 밥을 짓는 얌체 같은 심리를 꾸짖는 말이다.
‘염불 못 하는 중이 아궁이에 불을 땐다’에는 사람은 누구나 제 능력에 따라 일을 해야 대접받을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본인의 직분에 맞는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궁이가 쌀밥을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때려면 많은 양의 땔감이 필요하기에, 이를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즉, 쌀을 팔아서 나무를 사 땐다는 뜻으로 나뭇값이 비쌌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한다. 오죽하면 아궁이가 밥을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 요리를 해야 하는 당시 서민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비 오는 것은 밥 짓는 부엌에서 먼저 안다’는 비가 오려고 기압이 낮아지고 습해지면 아궁이에 불이 잘 안 붙기에, 부엌의 아낙네들이 비 오는 것을 먼저 알게 된다는 뜻이다.
부뚜막 관련 속담으로는 대표적으로 ‘부뚜막 농사를 잘해야 낟알이 흔해진다’가 있다. 부엌살림을 야무지게 하고 낟알을 절약해야 식량이 여유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그 밖에도 많은데, 특히 부뚜막의 모양새나 역할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가장 유명한 속담으로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가 있다. 부뚜막은 음식을 장만하는 곳이기에 고양이가 올라가면 야단을 맞는다. 평소 얌전하던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올라가 음식을 탐내듯, 겉으로 점잖은 체하는 사람이 약삭빠른 짓을 제일 먼저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개 못된 것은 부뚜막에 올라간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못된 개가 도적은 지키지 않고 더러운 발로 부뚜막에 올라간다는 뜻으로, 자기 구실을 다하지 못하면서 못된 짓만 하는 사람을 꾸짖는 말이다. 또한 ‘제 코도 못 씻는 게 남의 부뚜막 걱정한다’는 자기 일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의 일에 참견함을 비꼬는 말이다.
꾸짖거나 비꼬는 내용이 많은 것도 부뚜막 관련 속담의 특징이다. ‘부뚜막에 앉아 굶어 죽겠다’(밥이 옆에 있는데도 먹지 못하고 굶어서 죽겠다는 뜻으로, 수완이 없고 몹시 게으른 사람을 비꼬는 말), ‘부뚜막에 개를 올려놓은 듯’(부뚜막에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개를 올려놓은 듯하다는 뜻으로, 염치없이 구는 인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같은 속담이 그렇다.
‘부뚜막 땜질 못하는 며느리 이마의 털만 뽑는다’, ‘동정 못 다는 며느리 맹물 발라 머리 빗는다’(일을 할 줄 모르는 주제에 멋만 부리는 밉살스러운 행동을 비꼬는 말)에서는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 특히 며느리가 겪어야 했던 애환이 느껴진다.
어른 모셔야지, 남편 챙겨야지, 청소도 하고 식사 챙겨야지, 거기에다 시어머니 꾸중까지 들어야 했으니 그 애환이 오죽했으랴.
아궁이와 부뚜막은 난방과 음식 조리를 위해 우리 선조들에게는 꼭 필요했던 것들이다. 매일같이 아궁이, 부뚜막과 씨름하며 난방하고 요리하고, 때로는 이른바 ‘불멍’을 하며 삶의 고단함을 달래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고 나면 모두가 잠든 밤이 되고 밤하늘에는 고즈넉한 달이 떴으리라. 달을 보면서 당시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더 나은 삶과 미래를 꿈꾸지는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