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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4. 한식 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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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세계인의 소울푸드가 되려면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세계인의 소울푸드가 되려면

김치가 오늘날 세계에서 거두는 성과는 놀랍다. 2008년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에서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김치를 선정했고, 2015년 <타임>에서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식품 6가지’ 중 하나로 소개했으며, 2017년 영국의 <가디언>에서는 5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

2021년 미국 캘리포이니아주 의회는 우리나라처럼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이후 버지니아주, 뉴욕주 등에서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됐다. 비교적 맵고 짠 데다 특유의 냄새까지 갖춘, 개성 강한 김치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을까.

♣ 서울 올림픽 계기로 인지도 높여

김치는 배추, 무, 오이 등의 여러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젓갈 등의 양념을 넣고 버무린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채소의 생산이 어렵고 저장도 쉽지 않아 건조나 소금 절임, 발효 등 특별한 처리 과정을 통해 겨울철 채소의 저장성을 높였다.

그 중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김치다. 흔히 김치 하면 연상되는 배추김치 외에도 총각김치와 깍두기, 오이로 만든 오이소박이, 백김치 등 종류가 다양하다. 여러 제철 채소를 김치로 담그고, 지역마다 특별한 요리법과 재료를 활용해 김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치가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높인 계기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이때부터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식품으로 산업화 및 상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에는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 7,900만 달러의 김치를 수출했고, 2001년 7월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한국 김치에 대한 표준규격이 채택되면서 국제식품으로 공인받았다.

서울 올림픽 계기로 김치 인지도 높여

2013년 12월에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며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불면서 비빔밥, 고추장 등과 함께 칼로리가 낮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소개했듯 다수의 건강 관련 매체에서 ‘김치’를 소개하는 것만 봐도 그 위상이 어떤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미래기획위원회 등 정부 부처에서는 국가 브랜드로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김치는 이 사업의 핵심 메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김치의 국제적 위상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까지 해외 89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작년에만 1억 5,992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김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미국(17%), 홍콩(6%), 대만(4%), 호주(4%)가 그 뒤를 잇는다.

♣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하지만 이런 K-김치의 열풍에도 그림자는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하면서 한국 김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세계김치연구소 주요통계자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7~2020년까지 김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많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음식점 열 곳 중 여덟 곳에서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가 저가 공세로 외식업계를 점령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세계김치연구소는 국산 원재료비와 인건비, 설비투자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유지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산 김치와의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그 우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0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김치 소비량은 2010년만 해도 외국산 김치(19만 2,936t)에 비해 2배 가까운 35만 273t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국산 김치 소비량(39만 9,395t)과 외국산 김치 소비량(29만 742t)의 간격이 좁혀진 상태다.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내수시장의 변화도 짚어야 할 문제다. 최근 국내에서는 김장 간편화 추세로 자가 제조는 감소하고, 대신 사 먹는 상품 김치의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민영양통계를 보면 1인당 하루 평균 김치 소비량은 2008년 112.4g에서 2018년 89.2g으로 23.2% 줄었다.

20대 이하의 소비량 감소는 더 가파르다. 2008∼2018년 연평균 김치 섭취량 감소율은 1∼2세(6.51%), 19∼29세(4.46%), 3∼5세(3.77%), 6∼11세(3.44%)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미래 수요 계층인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김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식생활 교육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쪽에서는 중국, 일본 등과 엮이며 김치 종주국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일본은 자신들의 염장 식품인 ‘츠케모노’에서 비롯된 것이 김치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선 상태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자신들의 염장 식품 ‘파오차이’가 원조라며 김치의 종주국임을 자처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명성은 한국의 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야

몇몇 국가에서 이토록 김치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치가 세계적인 웰빙 열풍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대표적인 건강 음식인 덕분이다. 주재료인 배추와 무, 열무, 파, 마늘 등에는 수많은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함유돼 있다.

특히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은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 좋을 뿐 아니라, 열량이 적고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마늘과 파 같은 재료에는 항산화 비타민과 항세균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고, 나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잘 익은 김치에는 뇌 활성 아미노산이 함유돼 뇌 기능을 촉진한다는 보고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김치산업이 세계에서 좀 더 빛을 발하려면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재호 제3대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야 한다며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야

포기김치보다는 맛김치 위주의 수출, 국내산 김치의 우수성과 위생 안정성 강조, 김치 먹는 방법과 현지식과 어울리는 김치 개발, 김치 품질 규격화와 국가별 규격 적극 활용, 김치 먹는 법과 즐기기 행사 등이 그것이다. 이 말의 핵심은 ‘우리가 좋아하는 김치’를 ‘남들도 좋다고 느껴야 한다’는 데 있다.

일례로 서양에서는 김치가 자연 발효 식품임을 언급하며 몇 가지 문제를 제시한다. 살균단계가 없고 초기 생산 시 산도(pH)가 낮아 유해 병원균 생성을 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김치는 자연적으로 유산균 활동이 활성화돼 유해균의 성장을 방해하지만, 담근 지 얼마 안 된 경우에는 발효가 이뤄지지 않아 병원균이 있을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려면 철저한 검증과 실험을 통해 김치가 안전하다는 근거 자료를 구축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한국의 소울푸드 김치는 세계의 소울푸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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