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우리의 전통 음료_식혜, 수정과 ‘우리의 전통 음료!’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식혜와 수정과.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는 맛과 “음식이 곧 약”이라는 약식동원 사상을 입증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듬뿍 담겨 있는 한식이다.
♣ 식혜 _ 입 안 가득 달콤한 천연소화제
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단맛이 나는 식혜는 예부터 명절이나 잔치 때 빠지지 않던 우리의 전통 음료이다. 기름진 음식을 양껏 먹은 뒤 마시는 달고 시원한 식혜 한 그릇은 입을 깔끔하게 해주고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식혜치레 하다가 제사 못 지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드는 데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서 더욱 귀하고 감사한 우리 한식이다.
식혜는 감주(혹은 단술)라고도 부른다. 밥알이 삭아서 떠오르면 망으로 건져서 냉수에 말끔히 헹구고, 남은 물은 끓여서 차게 식힌 다음 준비해둔 밥알을 띄워 마시는 것이 식혜이고, 감주는 엿기름을 우린 물에 밥알이 모두 삭아 노르스름해지고 단맛이 진해질 때까지 끓여서 따끈하게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안동 식혜, 진주 식혜, 강원도 식혜, 경상도 식혜 등 지역마다 종류도 맛도 다양하다.
식혜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처음으로 식혜가 언급된 것은 조선 중기의 문헌에서다. 영조 때 어의를 지낸 이시필이 쓴 『소문사설(謏聞事說)』(1720년경)을 보면 “한양에서 만든 식혜보다 송도의 식혜가 더 맛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1800년대 말엽에 편찬된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엿기름을 거르는 법 등이 나오며, 빙허각 이 씨가 엮은 생활 경제 백과사전인 『규합총서(閨閤叢書)』(1809)에도 식혜를 만드는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 수정과 _ 은은한 계피향과 매콤한 생강, 달콤한 곶감의 어우러짐
혜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 음료인 수정과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생강과 계피를 달인 물에 설탕이나 꿀을 넣고 끓여서 식힌 다음 곶감이나 잣을 띄워 시원하게 마신다.
단맛 가득한 곶감과 매운맛의 생강, 계피가 잘 어우러져 특유의 향미를 자랑한다. 동시에 보양 음료이다.
과당과 비타민, 수분이 풍부해서 감기 예방과 숙취 해소에 좋고, 폐와 위장 기능을 튼튼하게 해주는 생강, 체내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며 양기를 북돋워 주는 계피, 빈혈을 예방하는 잣 등 재료 하나하나가 영양 면에서 서로 어우러진다.
수정과는 가을에 곶감이 만들어지는 때부터 정이월(음력 2월)까지 마련해두고 먹었다. 특히 설날에 꼭 먹던 대표적인 음식이다.
조선 말기의 문신이자 서예가 최영년의 시집『해동죽지(海東竹枝)』(1925)에 “옛 풍속에 정월 초하룻날 고려의 궁녀가 시설(柹雪)이 난 건시를 생강탕에 담그고 꿀을 타서 백시제호(白柿醍醐)라고 일컬었다. 지금도 집집에 전하는데 그것을 수전과라고 한다”라고 기록된 것으로 우리의 옛 풍속을 더듬어볼 수 있다.
또한 국물이 있는 정과(正果) 형태의 음청류를 통틀어 수정과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먹는 건시수정과(곶감수정과)는 물론 수단, 화채, 식혜까지 포함된다.
수정과가 처음 기록된 것은 조선 영조 41년의 『수작의궤(受爵儀軌)』(1765)에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에는 곶감을 달인 물에다 생강과 잣을 넣은 것을 수정과라고 기록하였고 20세기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계피를 이용한 수정과를 선보이고 있다.
♣ 살얼음 동동 한 그릇에 행복도 가득
요즘에는 사시사철 즐기지만, 특히 찬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계절에 더욱 생각나는 식혜와 수정과. 온 가족이 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살얼음이 동동 뜬 한 그릇을 쭉 들이켜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