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반찬은 달라져도 꼬박꼬박 식탁에 오르는 것, 바로 ‘밥’이다. 한국인만큼 밥에 진심인 민족이 있을까. 오죽하면 종일 면만 먹은 날엔 “밥을 안 먹어서 허하다”는 말도 한다. 같은 탄수화물이어도 밀과는 다른 쌀만의 매력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한국인이다.
제철 식재료를 넣어 변신을 시도한 밥들도 매력적이다. 늘 먹는 평범한 쌀밥 대신 오늘은 별미 밥으로 식탁에 변화를 줘보는 건 어떨까?
♣ 이거 하나로 건강 밥상 끝 ‘영양돌솥밥’
돌솥밥을 떠올리면 진한 회색빛 돌솥에 담긴 따뜻한 한 끼가 생각난다. 돌로 만든 솥에 쌀과 대추, 은행, 버섯, 인삼 등 몸에 좋다는 재료들을 넣어 밥으로 지은 것이 영양돌솥밥이다. 돌에 담겼으니 온기를 유지하는 데도 좋고, 무거운 뚜껑으로 눌러 밥을 지으니 더욱 찰지다.
영양돌솥밥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같은 가을에 제철인 은행과 대추를 넣으면 향긋함과 다채로운 맛을 살릴 수 있다.
가을날 길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은행은 한방에서 백과(白果)라고 불리는데, 기침을 줄여주고 가래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추 또한 황록색 꽃이 피는 5월을 지나 9~10월이 되면 열매가 익는다.
잘 익은 대추를 말려 건대추로 만들면 한식에서는 고명으로도 쓰이고, 음식에 빠지면 섭섭한 감초 재료가 된다. 한방에서는 약재로도 널리 쓰이니 팔방미인 열매라 할 수 있겠다. 영양돌솥밥에 들어가는 인삼 또한 대표 한약재다. 인삼은 허약한 신체를 보호하고 성질이 따뜻하여 기력을 북돋워 주기 때문에 삼계탕 등 원기회복에 좋은 한식의 재료로 자주 쓰인다.
이렇게 좋은 재료들을 담은 밥이니 영양돌솥밥은 그 자체로 몸보신용 한식이 된다. 맛과 영양 모두 잡은 것은 물론이고 밥을 먹고난 뒤 물을 부어 먹는 숭늉까지 즐길 수 있으니, 본식과 후식 모두 책임지는 든든한 특별식이다.
♣ 강원도의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 ‘곤드레나물밥’
곤드레나물은 강원도 지방의 전통 식재료다. 주로 태백산 고지에서 나는데, 딱히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깊은 산속 여기저기에서 자라난다. 곤드레나물의 정식 명칭은 ‘고려엉겅퀴’이지만 곤드레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줄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곤드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설 때문이다.
곤드레나물은 억세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무쳐서도 먹고 밥을 지어서도 먹고, 잎에 밥을 넣어 쌈을 싸 먹기도 한다. 곤드레는 성인병 예방에 좋고 먹는 방법에 따라 효능이 달라지기에 여러 방법으로 조리해 먹곤 한다. 곤드레나물에 풍부한 칼슘과 철분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곤드레나물은 주로 채취해 말려두었다가 음식에 활용하는데, 말린 곤드레나물을 쌀 위에 얹어 밥을 지어내면 향긋함이 가득 담긴 별미인 곤드레나물밥이 된다. 곤드레나물은 5~6월께 채취하지만 보통 말렸다 먹기 때문에 크게 철을 타지 않는다.
향기로운 봄나물이 많이 나는 때에 곤드레나물밥에 냉이, 달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얹어서 함께 즐기기도 한다. 곤드레나물밥은 사계절 내내 밥 한술로 강원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별미다.
♣ 향긋한 연잎 안 쫀득함 가득 ‘연잎밥’
연잎밥은 연잎 안에 찹쌀, 연근, 밤, 잣 등을 넣고 쪄낸 음식이다. 영양돌솥밥과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하지만 연잎밥은 멥쌀이 아닌 찹쌀을 사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찹쌀을 쪄내서 떡처럼 쫀득한 식감에, 곁들여진 채소와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밥을 감싸고 있는 연잎에서 배어나오는 은은한 연꽃향이 연잎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연잎에는 노화를 억제하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좋은 항산화 성분이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연잎을 두고 “독성을 없애고 나쁜 피를 제거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을 가볍게 하며 얼굴은 늙지 않게 한다”라고 했다.
연잎밥은 본래 사찰에서 스님들이 먹던 음식으로 유명했는데, 현재는 일반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사찰에서는 연꽃으로는 차를, 연잎으로는 밥을, 연근으로는 반찬을 해 먹는다.
꽃과 잎, 뿌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 없다. 또한 연잎의 항균 작용 덕분에 밥이 쉽게 망가지지 않기에 스님들이 멀리 수행을 떠날 때면 연잎밥을 꼭 챙겨갔다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