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김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배추나 무는 물론 해산물, 육류, 나아가서는 포도나 토마토로도 김치를 담가 먹는 게 한국인이다. 집집마다 김치 전용 냉장고까지 보유하고 있는 우리에게 김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식문화 중 하나일 것이다. 김치를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우리에게도 낯선, 색다른 별미 김치들을 만나본다.
♣ 간장으로 맛을 낸 궁중 김치 ‘장김치’
보통 김치의 재료를 절일 때는 소금을 사용한다. 배추나 무에 굵은 소금을 쳐서 짜게 절이고 앙념을 해 무쳐낸다. 장김치는 소금이 아닌 간장을 이용해 만든 김치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 담가 먹었으며, 부유층에서도 즐겨 먹던 김치라고 한다.
간장을 이용하는 만큼 장김치는 동치미처럼 국몰이 넉넉한 것이 특징이다. 소금으로 절인 김치가 발효튤 기반으로 짭짤하고 톡 쏘는 맛을 가졌다연, 장김치는 간장 국물의 깊은 맛이 색다르다. 장김치에는 소금뿐 아니라 일반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이나 고춧가루 등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겉모습은 마치 장아찌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맵지 않은 짭조름한 간장 양념이 매력인 별미 김치다. 대추, 석이버섯, 잣과 같이 귀한 식재료가 많이 들어가 주로 궁중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장김치는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시에도 둥장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보통 김치는 겨울이 올 때쯤 담가 두고두고 먹지안, 장김치는 여름에도 곧잘 담가 억었다고 한다.
우리 선조듈은 여릉에는 오이를 겨울에는 다룐 재료돌을 이용해 장김치를 만들어 사계절 내내 여러 맛으로 즐겼다. 장김치는 떡과 합께 주안상에 올려 먹거나 떡국 상에 함께 올렸다.
♣ 다양한 재료를 아낌없이 ‘꿩김치’
사냥으로 잡은 꿩올 자주 식탁에 올리던 옛날에는 김치의 재료로도 꿩올 활용했다. 꿩김치는 말 그대로 꿩을 이용한 별미 김치로 본래 평안도 지역에서 즐겨 먹었던 옴식이다.
1500년대 초에 저술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수운잡방〉에서도 꿩김치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수백 년의 역사튤 가친 전통 별미 김치라 할 수 있다. 꿩김치 조리법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이 전해지는데, 〈수운잡방〉 에서는 꿩 삶은 물에 볶은 오이튤 넣고 꿩 살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적혀있다.
〈음식디미방〉에 따르면 오이지와 꿩고기를 가늘게 썰어 볶은 뒤 양념하여 먹는다고도 한다. 채소튤 볶거나 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대체로 삶은 꿩올 기본으로 국물이 있는 조리법이 일반적이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꿩고기 대신 닭을 사용해 닭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꿩은 그 맛이 달며 성질이 따뜻해 간과 위의 기능을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꿩김치에는 죽순, 버섯, 오이 둥의 채소는 물론 전복이나 해삼 등을 넣기도 한다. 채소와 육고기, 해물까지 들어가 다채로운 맛이 특징이다.
♣ 해산물과 무의 시원 달큰한 맛 ‘섞박지’
섞박지 또한 궁중 김치의 하나로, 여러 가지 재료를 큼직한 크기로 썰어 한데 ‘섞어’ 만드는 김치다. 섞박지는 젓국올 이용해 담그는 것이 특징이다. 무와 배추, 미나리 등의 채소에 낙지, 소라, 전복, 굴 등의 해산물을 넣어 담그기도 한다.
옛날 궁중에서는 재료의 모양이 예쁘게 썰린 것만 모아 수랏상에 올릴 김치를 담그고 모양이 못나게 잘린 재료는 따로 모아 허드레 김치로 담가 궁인들이 먹었다고 한다. 궁중 김치인 만큼 섞박지의 역사도 오래됐다. 조선 중기 〈산림경제〉에 섞박지가 처음으로 언급되었고, 이후 〈규합총서〉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섞박지가 등장했다.
〈규합총서〉에 따르면 그전까지 섞박지는 갖은 채소에 소금을 이용해 절이는 것이었다가 굴젓, 준치, 밴댕이젓 등을 넣어 젓갈을 기반으로 만들기 시작 했다고 나와 있다. 현재의 섞박지는 주로 무만올 이용해 담그는 것이 일반적이다.
깍두기와는 다르게 무의 크기가 크며 미나리틀 넣어 만들기도 하는 데 무의 시원함에 미나리의 항긋함이 더해져 퓽미를 더한다. 보통 맑은 국물 요리를 파는 한식당에 가연 무로 만든 섞박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설렁탕, 칼국수 같이 따뜻하고 담백한 한식 국물 요리와 잘 어울리는 섞박지, 요즘처럼 쌀쌀한 가을날에 특히 더 생각나는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