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음식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음식이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음식재료가 된다. 다른 음식재료를 더하고 새로운 조리법을 적용해 그 맛을 재발견해 낼 수 있다. 어울림의 맛과 멋을 가진 추석 명절 음식을 화목하고 조화로운 맛을 지닌 비빔밥으로 재발견해 보면 어떨까.
❞♣ 완벽한 한 그릇 비빔밥
한식 중에서 어우러짐의 맛과 멋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비빔밥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다양한 음식재료가 잘 어우러져 화목하고 조화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은 이미 전 세계인들로부터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 건강한 맛
비빔밥은 5대 영양소의 균형이 잘 맞는 음식이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고루 가지고 있어, 한 끼 식사로 대부분의 영양을 채울 수 있다.
비빔밥은 제철에 필요한 영양을 가득 품은 제철 음식재료를 활용하고, 비빔밥 양념으로는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우리나라 전통 발효 음식인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이 쓰인다.
채소, 나물류가 골고루 들어가는 비빔밥은 빵, 면 등에 비해 칼로리는 낮으며, 소화 흡수 시간이 길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
영양 과잉의 시대에 건강한 다이어트식으로 비빔밥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추장의 캡사이신 성분도 다이어트를 돕는데, 몸에서 땀이 나도록 해 노폐물 배설을 촉진시킨다.
♣ 오방색의 화려한 맛
비빔밥에는 흰색, 초록색, 붉은색, 노란색, 검은색 등 5가지의 오방색이 모두 들어있다. 오방색은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음양의 기운이 화(火)·수(水)·토(土)·목(木)·금(金)의 오행을 만든 동양의 전통적인 음양오행설을 기초로 한다.
색색의 음식재료가 담기는 화려한 담음새, 비빔밥은 화반 등으로 불린다. 꽃이 핀 것 같다는 의미이다. 비빔밥을 두고 전지영 음식전문가는 ‘자연을 담은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음식’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러한 비빔밥의 화려한 진수는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변화한다. 비빔밤이 가지는 다채로운 멋이다.
♣ 불고기 비빔밥
달한 불고기와 매콤한 고추장 맛이 어우러져 누구나 좋아한다. 원형 틀에 눌러 담아 내놓으면 손님 초대 요리로도 손색없다. 외국 손님에게 우리 음식을 소개할 때 특히 좋다.
현미밥을 원형 틀에 꾹꾹 눌러 담은 후, 양념고추장을 바르고 깻잎나물, 현미밥, 당근볶음, 현미 밥 순으로 올린다. 맨 위에 양념고추장을 바르고 불고기를 얹었다. 접시에 불고기 비빔밥과 샐러드 채소를 담고, 들깨 드레싱을 만들어 끼얹었다
♣ 어우러짐의 맛
“밥을 잘 짓고, 고기는 재웠다가 볶아 넣고 전도 부쳐 썰어 넣는다. 각색 나물도 볶아 넣고 좋은 다시마도 튀겨 부숴 넣는다. 고춧가루, 깨소금, 기름을 많이 넣고 비벼 그릇에 담는다. 위에는 잡탕거리처럼 달걀을 부쳐 골패만하게썰어 얹고, 완자는 고기를 곱게 다져서 잘 재워 구슬만하게 빚은 다음 밀가루를 약간 묻히고 달걀을 씌워 부쳐 얹는다. 비빔밥 상에 장국을 함께 놓는다.”
《시의전서》에 나온 ‘비빔밥’ 요리법이다. 밥에, 각기 다른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넣고 쓱쓱 비벼내는 이 한 그릇의 요리법에는 여러 가지 맛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비빔밥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 조화로운 맛
비빔밥은 고기, 생선, 해조류, 달걀, 채소 등 다양한 음식재료로 만드는 요리인데, 사실상 그 재료를 한정하지 않는다. 지역, 계절, 기호,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식재료를 비빔밥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도 비빔밥을 만들 수 있는데, 실제로 비빔밥의 여러 유래설 중에 하나가 바로 제사 유래설이다. 각기 다른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재료가 한 그릇에 어우러진다는 것도 비빔밥의 특성이다. 볶은 것, 무친 것, 생 것 등이 한 그릇에 담겨 섞이고 비벼진다.
여러 가지 음식재료를 조화로운 맛으로 완성하는 양념장도 고추장, 된장. 된장 등으로 다양한데, 각 양념에 넣는 재료, 조미료 등에 따라 또 새로운 맛을 낸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재료가 섞이고 비벼져 조화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은 그 자체로 한 끼 식사로 또 일품요리로 손색이 없다. 한 그릇의 만찬인 것이다. 김치, 국 정도만 곁들이면 제대로 차린 한 상이 된다.
♣ 변주하는 맛
이렇게 맛과 멋이 다른 음식재료가 한 그릇에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은 다양한 음식재료만큼 지역, 계절, 기호, 취향에 따라 색다른 맛과 멋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입맛과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비빔밥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시래기나물, 도라지나물 등 갖가지 나물을 넣고 ‘나물 비빔밥’을 만들 수도 있지만, 미니장미, 미나카네이션, 서양란, 소국 등 식용꽃을 올려 ‘꽃 비빔밤’을 만들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한다면 닭가슴살 등의 다이어트 식품을 그 재료로 활용하면 된다.
흰쌀밥이 기본이지만, 잡곡밥, 현미밥, 보리밥 등 활용하는 밥으로 만들어도 무방하다. 콩나물, 무 등을 넣어 지은 밥을 활용하기도 한다.
<자연을 담은 건강식 우리 음식 비빔밥>의 저자 전지영 음식전문가는 “바쁘게 차려야 할 때는 있는 재료를 활용해 간편하게 준비하고, 여유가 있다면 좀 더 특별한 비빔밥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라며 “조금만 변화를 주면 입맛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재발견의 맛
비빔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음식이지만, 비빔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음식재료가 된다. 다른 음식재료를 더하고 새로운 조리법을 적용해 색다른 맛을 창조해 낼 수 있다. 화목하고 조화로운 맛의 비빔밥 맛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요리법을 재발견해 보자.
♣ 비빔밥 오징어순대
동그란 오징어 몸통 속에 비빔밥을 채웠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정성이 돋보여 손님상에 내면 좋다. 따뜻한 밥에 채소, 나물 등의 재료를 다져 넣고 고추장, 참기름으로 비벼 기본 비빔밥을 만들고, 여기에 다진 오징어 다리를 섞는다.
오징어 몸통 속에 밀가루를 조금 묻히고 비빔밥을 2/3 정도 꼭꼭 눌러 채운 뒤, 입구를 꼬치로 꿰어 김이 오른 찜통에서 약 20분간 찐다. 굴 소스를 함께 낸다
♣ 해초말이 비빔밥
매꼼하게 비빈 비빔밥을 미역, 다시마로 돌돌 말아 한 입에 먹기 좋게 만든 비빔밥이다.
해초는 요오드, 철분, 칼륨 같은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 불균형에 좋다. 물미역, 쌈다시마, 톳을 끓는 물에 청주를 넣고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후, 김발 위에 깔고 기본 비빔밥을 얇게 올린 뒤 채 썬 오이, 톳, 날치알을 올려 김밥처럼 돌돌 만다.
한 입 크기로 썰어 그릇에 담고 무순, 달걀 노른자 가루를 올린다. 초고추장을 만들어 곁들인다. 모자반, 톳, 매생이, 청각 등의 식용 해초를 사용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