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그 안에 자연의 이치와 철학이 담긴 음식문화다. 오방색(五方色)으로 상징되는 한식은 오랜 역사동안 누적돼 오며 우리 민족 고유의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 문화를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선뜻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하다.
흔히 한식을 말할 때 다채로움과 건강함을 설명하지만 그 이유는 어떤 것이고 사상적 근거는 무엇인지 대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오방색을 들어 알기 쉽게 이야기해본다.
색상이란 한 나라와 한 민족의 역사성과 생활상의 특징을 내포한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는 청·백·적의 3색. 용의 나라 중국은 적색, 우리나라는 청·적·백·흑·황 등 다섯 가지 색의 조화로움을 갖는다. 우리는 이 다섯 가지 색을 오방색이라 일컫는다.
우리 조상은 식재료를 크게 다섯 가지 색상으로 구분하고, 이를 골고루 조화시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마음을 다스리고 오장육부가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잡채나 구절판을 살펴보면 재료들이 오방색을 고루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국수나 떡국 등 백색 음식에도 오방색 고명을 얹어 섭취하도록 했다. 아마도 편식하지 말고 균형적인 영양소를 섭취하라는 조상의 말씀 같다고 하겠다.
비단 음식뿐 아니라 의복문화에도 오방색이 크게 관여한다. 설 전날에 아이들에게 입힌 오방장 두루마기는 무병장수와 부귀영화의 소원을 담았고, 혼례식 날 청홍색 보자기와 연지곤지, 검정 혼서지 등은 갓 부부의 연을 맺은 남녀의 안녕과 부귀영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다섯 가지 색깔에서 찾은 한식의 근원
우리 민족의 오방색은 음양오행으로 일컬어지는 독특한 사상적 기반으로 오래도록 생활사에 깊게 스며들었다. 민족과 함께 수천 년 이어온 한식에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천연의 재료들로 빚어진 음식들이 각기의 색상의 맞춰 오방을 나타내고, 이것은 인간의 몸에 이롭게 작용하도록 배치됐다.
오방색은 음양오행에서 단순한 색상만이 아니라 방향, 기운, 계절을 의미한다. 흑(黑)색은 지혜와 죽음(재생)을 뜻하고, 백(白)색은 진실과 순결, 자연을 상징한다.
적(赤)색은 탄생과 정열, 애정을 의미하고 청(靑)색은 생명과 창조, 소원을 뜻한다. 황(黃)색은 사계와 중앙을 의미한다. 우리 조상은 이러한 분류를 통해 식재료를 선택했는데, 각 색상에 담긴 뜻은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다.
이 식재료들은 오래전부터 친숙하게 여겨온 것들로, 조상들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해 건강을 유지해왔다. 이는 현대의 ‘컬러푸드’와 비견될 만한 것이다. 또한 색상에 따라 음양오행을 엮은 독특한 사상을 기반하는 음식문화를 구축했다.
가령 백색인 떡국과 국수에 오색 고명을 올리거나 산적, 구절판에 색동 고명을 입히는 등 음양오행에 순응하고자 하는 생각을 표현했다. 누구나 즐겨 먹는 비빔밥은 계란 노른자를 가운데에 놓고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청·적·백·흑색 나물로 장식하고 비벼 먹음으로써 오장육부가 건강해짐을 기원했다.
신선로의 경우 석이버섯, 호두, 은행, 황밤, 실백, 실고추 등 오방색 재료를 얹고 국물을 부어 끓여내어 음양오행의 기운을 모두 담는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 현대에 새롭게 조명되는 음식과 색깔
색은 시각적인 이미지의 역할뿐 아니라, 연상 작용을 통해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기능도 갖고 있다. 색이 주는 연상과 느낌을 통해 특정 색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백색은 항복과 평화, 적색은 사랑을 뜻하는 식이다.
현대의 식생활에 와서 색은 단순히 보기 좋은 요리 디자인에 활용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양학적인 특징과 기능을 결합시키는 형태로 발전했다. 식물의 색에서 찾은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에 주목하면서 천연색이 갖고 있는 건강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파이토케미컬이란 식물 속의 천연물질로, 항산화와 항염, 해독 등 작용을 한다. 한때 인기를 모았던 블랙푸드, 그린푸드, 옐로우푸드 등을 기억해보면 이해가 쉽다. 이러한 식생활을 가질 때 현대인의 성인병, 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널리 홍보된 바 있다.
현재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의 차원에서 오감을 느끼며 즐기는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다.
이것을 생각해보면 앞서 컬러푸드를 실천하고 내재화한 우리 조상에게 탄복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식이야말로 다양한 식재료들이 각각 고유한 맛을 나타내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종합적인 예술이자 선진적인 문화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방색의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음식들을 골고루 섭취해 자연에 순응하고 건강을 유지해왔다. 이제 색을 통해 우리 고유의 역사와 문화, 철학을 결합한 스토리텔링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식문화의 계승과 확산에 노력할 것을 기대해본다.
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식이 웰빙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한식으로까지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식, 과연 얼마나 건강에 좋은 음식일까? 우리 식문화이기에 오히려 그 가치를 잘 몰랐던 우리 한식에 대해 알아보자.
Q. 세계인이 좋아하는 한식 가운데 불고기가 빠지지 않는데요. 불고기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한 음식인가요?
불고기는 쇠고기를 넓게 저며서 양념장에 재워두었다가 석쇠에 구운 음식이지요. 불고기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통 육류 구이는 고구려 때 먹던 맥적에서 유래되었는데요. 맥적은 고기를 장으로 양념하여 꼬치에 끼워 직화로 구워 먹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양념을 한 상태로 굽기에, 고기를 구운 뒤 양념에 무치거나 찍는 고기요리가 대부분인 중국에서 보면 맥적은 양념을 찍을 필요가 없어 무장(無醬)이라고도 칭했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가 융성해져 육식이 식생활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던 때로, 특히 쇠고기를 먹는 관습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려 후기에 중국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불고기, 갈비가 밥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조선 시대에 와서는 궁중요리 너비아니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너비아니란 궁중과 서울의 양반집에서 쓰던 용어로 고기를 넓게 저몄다는 뜻입니다. 고기를 양념에 재웠다가 구워 먹는 음식은 세계에서 불고기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Q. 코로나19 이후 해외에서 한식을 ‘건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막상 외국인 친구들이 물어보면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한식을 건강식으로 소개한다면 과연 어떤 점 때문일까요?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약식동원’이라 하여 먹는 것과 약이 되는 것의 근원은 같다고 보았습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면 건강은 물론 체중 관리에도 효과적인 훌륭한 식단이 될 텐데요. 한식을 건강식으로 꼽을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라면, 바로 나물 반찬이나 쌈 등 채식이 바탕이 되기 때문일 텐데요.
채소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우리 민족은 채소를 수확하지 못하는 겨울철에도 봄가을에 채소를 말려두었다가 먹는 지혜를 발휘할 정도로 사계절 채식을 즐겼습니다. 채소는 싱싱한 것이 가장 영양이 풍부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볕과 바람에 말려 수분을 제거한 묵은 나물들은 생채소일 때보다 더 높은 영양을 품게 되어 건강에 더욱 이롭다고 합니다.
또한, 채소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높이는 등 꾸준히 섭취하면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한식의 특징은 바로 발효음식일 것입니다. 우리가 연중 밥상에 꼭 올리는 식품 중에 김치를 빼놓을 수 없지요.
그리고 된장이나 청국장 등의 장류도 발효식품의 하나인데요. 이들 발효음식은 장 건강에 매우 유익한 것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발효음식이 장내 유익균을 늘리기 때문인데요. 장 건강은 면역력과 직결되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김치 수출량도 덩달아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한식을 꾸준히 먹을 경우,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찌개나 국, 김치 등을 통해 나트륨 섭취가 높아질 수 있으니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김치를 담글 때도 소금의 양을 줄이는 김장 방법을 활용한다면 더욱 건강하게 한식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Q. 요즘 같은 봄철에는 춘곤증 때문에 쉽게 나른해지는데요. 우리 음식 중에서 춘곤증에 효과적인 음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춘곤증은 따뜻한 봄이 되면서 피로감을 느끼거나 의욕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을 일컫는 말이지요.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계절의 변화를 우리 신체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신체 부적응 현상을 가리키는데요. 대개 영양 불균형일 때 이런 현상이 종종 나타납니다.
이러한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달래나 냉이, 두릅 등 봄나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봄나물에는 비타민 및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취나물과 미나리, 돌나물, 콩나물, 시금치 등도 춘곤증을 극복하는 데 좋습니다.
특히 쑥은 다양한 약리 효과를 지닌 나물로, 피로회복과 체내 염증을 줄여주는 데 좋습니다. 각종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어 체내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칼슘과 철분 등 무기물도 다양하게 함유된 봄철 영양의 보고입니다.
따라서 봄철에 살이 올라 더욱 맛있는 도다리를 넣어 쑥국을 끓이거나 바지락을 넣고 시원하게 콩나물국을 끓여 싱싱한 봄나물과 함께 차려내면 봄철 불청객인 춘곤증을 가뿐히 떨처낼 수 있을 것입니다.
Q. 건강에 좋은 한식이 우울 증상 등 정신 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되나요?
한식은 특별히 우울 증상의 증감 여부와 상관관계는 없습니다. 다만, 육류나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이 우울 증상을 높이는 데 반해, 채소나 잡곡, 콩류 등 채식 위주의 식단은 우울 증상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우리 전통 한식이 채식이 중심이 된 상차림이기에 이런 면에서 보자면 우울 증상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2015년 <대한가정의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데요. 2010~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살 이상 9717명을 대상으로 식사 패턴과 우울 증상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육식·가공식품 위주의 식사가 전체 평균보다 우울 증상을 15%(1.15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채식을 즐기는 이들은 우울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평균보다 10%(0.9배) 낮았는데, 이는 과일·채소 등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C·E, 엽산 등 항산화물질이 우울 증상을 줄이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