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조각이 떠 있는 모양이라는 이름의 편수(片水). 이름에서부터 청량함과 시원함이 물씬 풍기는 우리의 여름 한식이다. 편수는 주로 여름철에 먹는 만두로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음식이지만, 아름다움과 지혜를 동시에 품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식이다.
♣ 네 귀를 곱게 접은 여름 만두
1934년에 이석만이 쓴 『간편조선요리제법(簡便朝鮮料理製法)』을 보면 “편수는 여름철 음식인데 냉면과 같이 만두를 차게 만드는 것이니, 밀가루 반죽한 것을 얇게 밀어 네모모양으로 반듯하게 썰어 만두소를 가운데 넣고 네 귀를 접어 싼 뒤 삶아내어 찬물에 건져 식혀서 장국을 식혀 붓는다.”라고 자세하게 나와 있다.
편수는 개성지방의 향토음식이면서 음력 6월 15일 '유두절(流頭節)'에 해먹던 대표 전통 음식이기도 하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1924)에서 “유월 유두에 만들어 먹는 것은 늙은 누른 오이를 껍질과 씨를 빼고 실같이 썰어 쇠고기, 마고(蘑菰, 표고버섯의 한 종류), 석이버섯, 파 흰 부분을 잘게 이긴 것과 함께 간장과 기름을 치고 주물러 놓고 밀가루 반죽한 것을 얇게 밀어 이 소를 넣고 만두처럼 빚어 틀에 쪄서 참기름을 바르고 잣가루를 뿌리고 초장에 찍어 먹는다.”고 했다.
원래 차게 먹지만 개성지방에서는 ‘편수국(片水湯)’이라고 해서 육수에 편수를 넣고 끓여 뜨끈뜨끈하게 즐기기도 했다.
편수의 유래를 따라가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편수는 변씨만두, 밀만두, 수각아(水角兒), 과녹두(瓜綠兜)라고도 부르는데, 조선시대 조리서인 『규합총서(閨閤叢書)』(1815)를 보면 변씨만두를 설명하면서 “밀가루 반죽을 밀어 귀나게 썰어 소를 넣고 귀로 싸고 닭 고운 물에 삶아 초장에 쓰라.”고 나와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에도 “밀가루를 가지고 세모 모양으로 만든 만두를 변씨만두(卞氏饅頭)라 하는데, 변씨가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생겼을 것이다.”라고 했다.
♣ 편수 베어 무는 “아삭” 소리에 더위는 저만치
“소 먹자는 만두요, 떡 먹자는 송편”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만두는 소가 중요하다. 껍질은 얇고 소는 풍성하게 들어가야 맛있는 만두라는 의미이다. 편수도 집집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다양하지만, 여름에 먹는 음식인 만큼 더운 날씨에도 잘 상하지 않는 속 재료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편수는 여름철 대표 채소인 애호박이 들어가서 ‘애호박 편수’라고도 부른다. 얇은 만두피 사이로 애호박의 연둣빛이 상큼하게 비추어져서 더욱 시원해 보이고 먹음직스럽다. 애호박이 주재료이니 편수를 먹는 것만으로도 소화흡수가 잘 되고 피로회복과 면역력을 향상하는 데 탁월한 애호박의 효능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쇠고기에 호박, 표고버섯 등 갖가지 채소로 만든 소를 풍성하게 넣어 네모지게 빚은 편수는 삶거나 쪄서 국물 없이 초장에 찍어 먹거나 기름을 깨끗이 걷어낸 양지머리 삶은 물을 차게 식혀서 띄워 먹는다. 정성껏 만든 편수를 한입 베어 물면 “아삭” 하고 채소 씹히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 운치까지 멋들어지는 여름 한식
차가운 육수 위에 동동 떠 있는 모습에서부터 시원함과 운치를 불러일으키는 편수. 여름에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입맛과 영양을 한꺼번에 잡아 더위를 극복하는 지혜로움이 듬뿍 담긴 우리나라의 대표 여름 한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