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도 송편만 같아라~ 우리나라의 대표 명절은 추석! 추석에 먹는 대표 음식은 송편! 역시 추석에는 송편이 빠질 수 없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거둬들이고 나서 조상과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추석 보름달만큼 풍성하고 감사함이 가득 담긴 송편, 그 의미만큼이나 맛도 멋도 최고다.
♣ 조상들의 정성과 지혜 듬뿍 담긴 ‘보물’
송편은 뜨거운 물에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은 뒤 모양을 만들어 찐 떡이다. ‘오려송편’이라고도 불렀는데, ‘오려’는 올벼를 뜻하는 말로 추석에 햅쌀과 햇곡식으로 떡을 빚어 조상의 차례상에 바친다는 정성과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렇듯 송편은 본래 추석을 대표하는 명절 떡이었지만, 요즈음에는 명절과 관계없이 식사나 간식 대용으로 일상에서 흔히 먹는다.
솔잎과 함께 쪄내서 송편의 또 다른 이름은 송병(松餠) 또는 송엽병(松葉餠)이다.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 내음에서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에게 송편을 만드는 데 솔잎의 역할과 의미는 컸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깨끗이 손질해둔 연한 참솔잎을 송편 사이사이에 깔고 찌면 솔잎의 향이 떡에 배어든다. 향도 향이지만 떡에 자연스럽게 새겨지는 솔잎 자국도 멋스럽다.
더욱이 솔잎에는 진통·살충·구충·진정·항생 작용 등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그 효과도 볼 수 있으니 송편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에 기울인 우리 조상들의 정성과 지혜에 감탄하고 존경심이 든다.
송편에 얽힌 속신도 재미있다. 처녀들이 예쁜 송편을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예쁜 송편을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믿었다.
송편으로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점쳤다. 송편 속에 가로로 솔잎을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귀 쪽이 나오면 딸이고, 뾰족한 끝 쪽이 나오면 아들을 낳는다는 것.
♣ 우리 삶 속에서 늘 함께해온 송편
송편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전해 내려오는 고문헌들을 보면서 추측할 뿐이다. 고려 말 학자 이색의 시문집인 『목은집(牧隱集)』(1404)에 팥소를 넣은 차기장떡이 나오는데 이 차기장떡도 송편의 일종으로 추측되므로 고려시대에 일반화되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요록(要祿)』(1680)을 보면 송편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백미(白米) 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이 쪄서 물에 씻어낸다”라는 기록을 보면 이때 이미 송편을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성호사설(星湖僿說)』(1763), 『시의전서(是議全書)』(1800년대 말), 『규합총서(閨閤叢書)』(1815),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 『부인필지(夫人必知)』(1915) 등에도 송편의 종류와 재료, 만드는 방법 등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에서 『동국세시기』를 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송편의 의미를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정월 보름날 농가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집집마다 장대에 곡식 이삭을 매달아 대문간에 세워뒀다가 중화절(中和節, 음력 2월 1일)에 이것으로 송편을 만들어 노비에게 나이 수대로 나눠줬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풍습은 이때부터 시작되는 농사일을 노비들이 잘해주길 바라는 의미라고 추측된다. 또한 햅쌀로 빚은 송편으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추석의 모습도 나와 있다. 이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서 송편이 추석 절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지역 따라 색도 맛도 가지각색
쑥송편, 송기송편, 호박송편 등 쌀가루에 어떤 재료를 섞느냐에 따라 송편의 이름도 다양해진다. 소로 넣는 재료도 깨, 팥, 콩, 녹두, 대추, 밤 등으로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서 송편의 특징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로 만들고 더불어 그 재료가 앞으로도 많이 생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껏 빚어 조상에게 바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모든 음식에 멋을 내는 서울에서는 입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앙증맞게 만든다. 반면에 황해도에서는 일반 송편 크기보다 훨씬 큰 크기로 빚어 손가락 자국을 낸다. 평안도 해안지방에서는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시조개 모양으로 작고 예쁘게 빚은 조개송편을 먹는다.
역시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답게 강원도에서는 감자녹말을 찬물에 반죽해서 팥이나 강낭콩을 소로 넣은 감자송편을 빚는다.
경상도와 전남 영광·고흥 지방에서는 청정한 푸른빛에 쌉쌀한 맛이 돋보이는 모싯잎 송편을, 충청도에서는 노란 호박을 이용한 호박송편을, 제주도에서는 완두콩으로 소를 넣고 동글납작한 비행접시 모양의 송편을 만들었다.
♣ 올 추석에도 가족끼리 머리 맞대고 빚는 즐거움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풍성한 추석.
오랜만에 모이는 일가친척들 사이에 오가는 정도 더욱더 깊어진다.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송편을 빚는 것도 추석을 맞이하는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한 알 한 알마다 감사와 사랑, 건강을 가득 담아 빚어낸 송편을 나눠 먹으며 더 풍요로운 추석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