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프쿡 로고
    • 검색검색창 도움말
  •   
  • 한식 & 제철음식

  • SNS 공유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Chapter 1. 한식울 돌려줄께
  • 이동

h2mark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다 ─ 건강 기원 음식에 담긴 과학, 정월 대보름 음식 이야기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다 ─ 건강 기원 음식에 담긴 과학, 정월 대보름 음식

우리 선조들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날을 지나 본격적으로 여름 농사를 준비하는 정월 대보름이 되면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음식을 마련해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오곡밥과 묵은 나물, 부럼 등 정월 대보름 음식을 살펴보면 실제 이맘때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을 고루 갖추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 겨울철 움츠렸던 몸을 보하는 오곡의 영양

정월 대보름 오곡밥

지역마다 집집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곡밥은 흔히 흰 찹쌀과 푸른색 차조, 황색 수수, 붉은 팥, 검은 콩을 넣어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섯 가지 잡곡의 색깔이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듯하지만 여러 곡물이 품고 있는 영양 성분이 어우러져 건강상 이점도 꽉 들어찼다.

먼저 찹쌀의 영양 성분을 살펴보면,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활동량이 많아질 봄철을 대비해 체내의 에너지 생성을 돕고 기력을 보충하는 데 탁월한 작용을 한다.

또한, 아밀로펙틴의 비율이 높아 소화가 잘 되고, 따뜻한 성질로 인해 설사 증상을 예방,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E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차조는 무기질과 티아민을 풍부하게 품고 있어 쌀의 영양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장내 독소 생성을 막아주는 작용으로, 현대에 와서는 대장암 예방을 위한 식재료의 하나로 꼽힌다.

붉은 팥과 검은 콩에는 눈 건강과 콜레스테롤 억제에 도움이 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특히 검은 콩은 단백질이 풍부해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밥에서 단백질 비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팥에는 쌀밥을 주식으로 할 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과 나트륨 배출에 효과적인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팥에 함유된 칼륨의 양은 바나나의 4배, 쌀의 10배 이상으로 부기 제거와 혈압 강하에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영양 성분을 두루 갖춘 팥은 탄수화물이 풍부한 곡물과 함께 섭취하면 곡류의 당질 대사에 꼭 필요한 비타민 B1과 아미노산 등을 보충할 수 있어 영양학적 균형을 기대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잡곡에는 항당뇨 효능이 있지만, 특히 수수와 기장의 항당뇨와 항암, 항산화 효과는 탁월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 두 잡곡은 오곡밥의 잡곡 가운데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항당뇨 효능이 시중에 판매되는 혈당강하제와 견줄 만큼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채소의 영양 담은 묵은 나물

정월 대보름 묵은 나물

오곡밥의 찬이 되는 묵은 나물은 지난가을 볕에 말려 저장해둔 취나물, 토란잎, 배춧잎,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가지, 말린 버섯, 고사리, 도라지, 시래기, 고구마순 등의 나물을 물에 담가 우려낸 뒤 삶아서 갖은 양념을 하여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볶아낸 것이다.

채소는 밭에서 갓 딴 싱싱한 것이 몸에 더 좋을 것 같지만, 의외로 마르는 과정에서 발효되기 때문에 말린 채소의 영양소가 더 풍부하다. 이는 겨울철에도 다양한 나물 반찬을 밥상에 올리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산물로,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동국세시기》에는 ‘박나물, 버섯 등을 말린 것과 대두황권, 순무, 무 등을 묵혀둔다. 이것을 진채라고 한다. 진채식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고사리 등에는 해독과 해열 효능이 있다.

또한, 시래기에는 칼슘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취나물은 기침과 가래에 효과가 좋으며, 도라지는 사포닌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기관지를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호박고지는 비타민 D가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칼슘·철·인 등이 골고루 함유돼 있어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에 좋은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구마순은 비타민이 풍부하다. 이렇듯 묵은 나물에는 생체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요한 영양 성분인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여름 더위’에 지치지 않는 면역력과 전반적인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영양식이다.

♣ 맛과 영양 뛰어난 종합영양제 견과류

정월 대보름 견과류

정월 대보름날 이른 아침에 가장 먼저 행했던 부럼 깨기는 생밤, 호두, 땅콩 등 비교적 단단한 견과류를 어금니로 단번에 깨물며 한 해 동안 부스럼 없는 피부와 건강한 이를 기원했던 풍습이다. 실제로 생밤은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이는 항산화 물질인 카로티노이드 덕분이다. 밤의 속껍질에 든 이 성분은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생밤은 면역력을 높여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예부터 ‘하루에 밤 세 알을 먹으면 보약이 필요 없다’고 했다.

밤은 다양한 영양 성분을 품은 천연영양제로, 열량은 다른 견과류와 비교해 낮지만 비타민 B1은 쌀의 4배 정도며,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 또한 풍부하게 들었다. 비타민 C 함량은 100g당 12mg으로 견과류 가운데 가장 높다.

땅콩은 지질, 단백질, 탄수화물 등과 무기질,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한 건강식품이다. 땅콩의 지방 성분은 87%가 올레산, 리놀레산 등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으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주고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칼륨과 비타민 B1, B2, 니아신, B5, E, 판토텐산, 엽산 등의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로 해소에 좋고 노화를 예방해준다. 땅콩의 붉은 껍질에는 조혈 효능이 있고 철분의 흡수를 돕기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호두는 지방이 약 65%를 차지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리놀산과 리놀레인산 등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다. 리놀산은 혈압을 낮추는 효능이 뛰어나 고혈압 예방에 좋다.

호두에는 비타민 B1과 칼슘, 인, 철분도 고루 들어 있어 자주 먹으면 피부가 윤택해지고 노화 방지와 강장에도 두드러진 효과를 나타낸다. 이밖에도 호두는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뇌 건강에도 도움을 주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로운 식품이다.

부럼 깨기 풍습은 단단한 것을 깨물어 치아를 튼튼하게 한다는 인류의 오랜 믿음에서 출발했지만, 무언가를 깨물 때 나는 큰 소리가 질병 등과 같은 좋지 않은 기운을 몰아낸다는 믿음으로 커진 듯하다. 이러한 믿음과 바람이 우리 땅에서 나는 다양한 견과류를 즐기는 건강한 풍습으로 이어져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 지역별 특색 있는 건강 기원 음식 이야기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뿐 아니라 산과 바다, 평야 등 다양한 지형 덕에 지역마다 환경과 문화, 솜씨가 담긴 고유한 향토 음식이 존재한다. 가족 모두의 건강과 마을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며 먹던 음식에도 각 지역의 개성을 담아낸 정월 대보름 상차림을 들여다본다.

♣ 오복을 기원하다, 경기도 이천 볏섬만두

경기도 이천 볏섬만두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기름진 쌀밥. 그 질 좋은 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쌀농사를 짓는 고장이 바로 경기도 이천이다. 쌀의 고장 이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만두가 있다. 네모난 모양이 쌀가마니를 연상케 하는데, 이름도 ‘볏섬만두’라 부른다.

만두는 피를 얇게 밀어 소를 꽉 채우고 복주머니처럼 감싸듯 오므려 둥글거나 길쭉한 모양으로 빚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볏섬만두는 독특하게도 네 귀퉁이를 맞닿게 붙여 중앙으로 모이도록 빚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이름처럼 쌀가마니를 본뜬 것으로, 예로부터 이천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남은 음식을 모아 볏섬만두를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한 해 농사가 잘 돼서 그릇에 담긴 볏섬만두처럼 곡간이 쌀로 가득하기를 바랐던 이천 지역민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또한, 반죽에 오색을 입혀 만드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인데, 이는 예나 지금이나 명절 상차림을 준비해야 하는 수고만큼 번거로운 일이었을 터다. 하지만 ‘오색 주머니에 오복을 담는다’는 정성으로 빚었기에 이러한 수고도 고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복이란 인생에서 바람직하다 여겨지는 다섯 가지 복을 일컫는 것으로, 오래 살고, 재산이 넉넉하며,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또한 훌륭한 덕을 닦고, 나쁜 질병이나 사고로 죽지 아니하고 늙어서 자연스럽게 죽는 것 등이다. 소중한 가족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바랐던 간절한 마음이 정월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 정성으로 만든 자양 음식, 전라북도 순창 용봉족편

전라북도 순창 용봉족편

우리 민족은 고기 중에서도 유난히 쇠고기를 좋아했다. ‘한 마리에서 백 가지 맛을 본다’는 뜻의 ‘일두백미’라 표현하기도 할 만큼 세밀하게 부위를 나눠 쇠고기의 맛을 탐닉했기에 부위에 따라 알맞은 조리법을 개발해 냈다.

그중 하나인 ‘족편’은 닭고기나 꿩고기를 쇠족과 함께 오랫동안 고아서 묵처럼 굳힌 음식으로,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는 정월 대보름 절식으로 먹었다. 이를 용봉족편이라 일컫는데, 족편은 은근한 장작불에 꼬박 하루를 고아야 하는 등 만드는 방법이 고되고 꽤 복잡하다.

끓이거나 고명을 반복해서 얹는 등 손이 매우 많이 가는 음식이었기에 정월 대보름날 외에 큰 행사 때나 아주 귀한 손님을 대접할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맛보기 어려웠다.

궁중에서도 연회를 열 때 만들기도 했는데, 궁중에서는 떡처럼 보인다고 하여 ‘족병’ 또는 ‘교병’이라 이르기도 했다. 족병은 콜라겐 등 영양이 풍부하며 야들야들한 촉감과 맛을 모두 갖춘 음식이다. 닭고기와 건대구 등을 섞어 만들기도 하며, 쇠족과 사태를 넣어 쇠족편을 만들기도 한다.

오방색으로 수놓은 고명의 화려함이 맛과 멋을 한층 더 돋우는 찬품이다. 족편은 겨울에 밖에 내놓았다가 살짝 얼면 베어 먹는데, 쫄깃하게 씹히는 감촉이 별미였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자양 음식으로, 부드러워서 노인이나 아이들도 즐겨 먹었다.

♣ 여름 더위를 대비하다, 전라남도 고흥 진나물

전라남도 고흥 진나물

전라남도 지역에서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보름날 아침에 각 가정에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신에게도 따로 상을 차린다. 또한, 외양간이나 곳간 등에도 상을 차려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한다.

이때 오곡밥과 고사리, 토란대, 무나물, 호박, 버섯 등의 나물을 올리는데, 나물 차림이 흔히 보이는 진채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고흥 지역에서는 보름에 국을 끓이지 않는 대신 나물을 준비할 때 진나물을 만들어 국 대신 떠먹는다.

진나물은 나물의 물기를 짜서 양념한 다음, 물을 붓고 끓이다가 들깨가루와 쌀가루를 넣어 자작하게 만든 것이다. 들깨가루가 들어가 고소한 풍미를 살리고 쌀가루를 넣어 든든한 맛도 있다. 진나물에 들어가는 들깨가루는 특히 토란대와 음식 궁합이 잘 맞는다.

토란국에 넣어 먹는 토란과 달리 토란대는 비교적 음식 활용이 낮은 편이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토란대에는 토란보다 베타카로틴이 3.5배, 칼륨이 3.3배, 칼슘이 3.6배 더 많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은 대장 점막에 보호막을 만들고 유해 물질의 흡수를 막아 장 건강을 돕는다.

데친 토란대에 들깨가루와 들기름을 넣고 살짝 볶으면 토란대에 부족한 불포화지방산을 들깨가 보충해주며 풍미도 한층 좋아진다. 진나물은 전라도 지역의 정월 대보름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고 차리는 음식으로, 기력회복과 체력증진에 도움을 주는 들깨를 넣어 맛은 물론 다가올 여름 더위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 허리와 치아 건강을 바라다, 북한 보름 음식

북한 보름 음식

북한에서는 오늘날까지 정월 대보름을 공휴일로 지정해 성대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오곡밥과 묵은 나물 반찬은 우리 상차림과 닮았다. 단지 오곡밥에 빠지지 않는 팥 외에도 보리나 옥수수처럼 지역 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곡물로 밥을 짓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나물 반찬도 지역에서 나는 9가지를 준비해 밥상을 풍성하게 차려낸다. 이외에도 정월 대보름에 주민들이 꼭 챙겨 먹는 것이 있다. 바로 명태다. 정월 대보름에 명태를 먹으면 척추가 늘어나 허리가 곧게 펴지고 눈이 밝아진다는 오랜 믿음이 있어 북한에서는 대보름 상차림에 명태로 만든 음식을 반드시 올린다.

명태에는 칼슘과 인, 철 등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실제로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은 다른 생선에 비해 높아 겨울철 면역력을 챙기기에도 좋은 식품이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 북한에서는 대목을 맞아 명태값이 크게는 두 배 가까이 치솟기도 한다. 이 또한 우리나라 명절 시장 풍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

북한 가정집에서는 우리가 호두나 땅콩 등의 견과류로 정월 대보름 아침 부럼 깨기를 하는 것처럼 갱엿을 납작하게 빚어서 밖에 두어 얼렸다가 부럼으로 깨 먹는 풍습이 있다. 단단한 것을 깨무는 것이 이를 단단하고 건강하게 한다는 인류의 오랜 믿음을 북한의 명절 풍경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 정월 대보름이 궁금해?! 밥돌과 정월 대보름 풍속 살펴보기

농사가 삶의 근간이던 과거에는 한 해의 풍작을 점쳤던 정월 대보름이 그 어느 명절보다 중요한 날이었다. 개방적이고 공동체적인 의미가 강했기에 그 세시풍속의 성격도 서로 화합하고 나누는 형태로 나타났다.

오곡밥도 여러 이웃과 나눠 먹으며 서로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했던 정월 대보름. 꽉 찬 보름달만큼이나 넉넉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정월 대보름의 풍속과 절기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Q. 지역마다 오곡밥을 먹는 시기나 방법이 다른가요?

오곡밥을 먹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정월 대보름 당일에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열나흗날 미리 먹고 대보름 아침에는 일찍 흰쌀밥을 먹기도 합니다. 이는 밥을 일찍 먹어야 농번기에 부지런히 일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지역 풍습이라고 합니다.

오곡밥은 한 해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겨우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으로, 들어가는 잡곡은 지역과 시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찹쌀에 검정콩, 수수, 팥, 조, 기장 등을 섞습니다.

한편,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오곡으로 잡곡을 지어 먹고, 이것을 나누어 준다. 영남지방의 풍속 또한 그러한데 종일 이 밥을 먹는다. 이것은 제삿밥을 나누어 먹는 옛 풍습을 답습한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Q. 오곡밥은 나누어 먹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지역 풍속이나 재미있는 속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정월 대보름에는 성씨가 다른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해의 운이 좋다고 하여 이웃끼리 서로 오곡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열나흗날 저녁에 아이들이 몰래 빈 집에 들어가서 오곡밥을 훔쳐다 먹기도 했는데요.

오곡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야 그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기에 주인은 몰래 훔쳐 먹는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고 합니다. 또한, 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은 조리나 소쿠리를 들고 이웃집을 돌며 오곡밥을 한 숟갈씩 얻었다고 합니다.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이를 ‘조리밥’ 또는 ‘세성받이밥’이라 하는데, 이렇게 얻어온 밥을 먹어야 그해 여름 더위를 안 먹는다고 믿었습니다. 하루에 아홉 번 오곡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여 여러 차례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여러 번 먹는 풍속은 한 해 동안 부지런하게 일하라는 선조들의 숨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Q. 정월 대보름 아침에 마시는 ‘귀밝기술’ 이름의 유래를 알려주세요.

귀밝이술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면 정신이 나고, 그해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귀가 더 밝아진다’, ‘한 해 동안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고 해서 생겨 난 풍속입니다. 술을 빚는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고, 정월 설날 아침 차례상에 올리는 청주를 남겨두었다가 정월 대보름에 사용하면 귀밝이술이 됩니다.

정월 대보름 ‘귀밝기술’

Q. 아이들도 귀밝이술을 마시나요?

일반적으로 정월 대보름 아침 식전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귀밝이술을 마십니다. 단, 아이들은 입술에 술을 묻혀만 주고 마신 것으로 칩니다. 귀밝이술을 마실 때 어른들은 “귀 밝아라, 눈 밝아라” 하고 덕담을 해줍니다.

Q. 명절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냄을 이르는 말로 ‘개 보름 쇠듯’이라는 속담이 있던데, 어떤 유래가 있는지 궁금해요.

과거에는 정월 대보름에 사람이 개에게 먹이를 주면 개에게 파리가 꾈 뿐 아니라 개가 파리해진다고 믿어 개를 굶기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풍습은 꽤 오래 된 것으로 조선 시대에도 정월 대보름날은 집에서 기르는 개를 매어두고 음식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개는 놀고먹는 편한 팔자라고 생각해 왔던 우리 선조들은 호강에 겨운 사람들을 가리켜 ‘개팔자가 상팔차’라느니 ‘오뉴월 개팔자’라는 표현을 써왔는데요.

정월 대보름날만큼은 하루종일 개를 굶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 끼를 굶어 배가 무척 고픈 처지나 온 가족이 모여 배불리 먹고 즐겨야 할 명절 같은 날에 제대로 지내지 못하는 상황에 빗대어 ‘개 보름 쇠듯 한다’고 이릅니다.

Q. 유독 명절과 관련된 흥미로운 속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속담 역시 그 뜻이 궁금한데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설은 새해가 시작하는 때이므로 출타를 한 사람도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조상에게 예를 다하고 이웃에게 인사를 다녀야 하는 명절이지요. 과거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설을 집에서 쇨 수 없었다면 정월 대보름에라도 집에 돌아가야 도리라고 여겼습니다.

설에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보름 정도의 시간이면 그 사정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는 농경 문화에서 비롯된 공동체의식이 반영돼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은 풍년을 소망하고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로, 보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농사짓기가 시작됩니다.

가장 바쁘고 중요한 농사철에 여전히 집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농사 공동체에서 따돌림받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날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철(농사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욕했다고 합니다.

정월 대보름 속담

h2mark 더 보기

No. 제목 보기
1 복을 담은 든든한 한 그릇, 떡국 바로가기
2 눈과 입이 반하는 봄의 전통 디저트, 화전(花煎) 바로가기
3 소박한 한 그릇에 가득 담긴 한국인의 문화, 입맛, 정서! 산채비빔밥 바로가기
4 ‘복’과 ‘맛’을 한꺼번에 싸서 한입에 쏙! 쌈밥 바로가기
5 무더위 내쫓고 건강 붙잡는 우리나라 대표 보양식 닭백숙, 삼계탕 바로가기
6 여름에 먹는 ‘편수’, 시원하고 아름답다! 바로가기
7 풍요로움과 감사의 대명사 ‘송편’! 바로가기
8 어떤 자리, 어떤 음식과도 찰떡궁합! 식혜, 수정과 바로가기
9 입 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맛, 해물탕 바로가기
10 버릴 것 하나 없는 최고의 한식 재료, 명태! 바로가기
11 무병장수·풍요의 복(福) 가득 담긴 새해 첫날 첫 음식! 떡국, 떡만둣국 바로가기
12 어우러짐의 미학으로 빚은 우리 음식, 비빔밥 바로가기
13 제사 지내지 않고 제사 음식 먹는 방법, 헛제삿밥 바로가기
14 현재 진행형, 한식 디저트 바로가기
15 달콤 끈끈한 서민들의 주전부리, 엿 이야기 바로가기
16 땀방울로 내린 순백의 보석, 두부 바로가기
17 떡 중의 떡, 인절미史 바로가기
18 잡채는 ‘여러 가지 채소 모둠’ 이다 바로가기
19 전통주와 우리 전의 어울림 바로가기
20 인문학으로 본 국밥의 유래와 역사 바로가기
21 지역의 맛 품은 국밥 바로가기
22 소슬한 바람이 불 때, 계절 품은 우리 국밥 바로가기
23 국밥이 궁금해?! 국밥 묻고 답하기 바로가기
24 인문학과 고서로 살펴보는 팥 바로가기
25 팥의 정체를 찾아서 - 콩이야? 팥이야?, 팥 묻고 답하기 바로가기
26 우리는 언제부터 쌀밥을 먹었을까? ─ 대한민국 쌀밥의 역사와 오해와 진실 바로가기
27 희망찬 새해 첫날,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한 그릇에 담다. 설 명절음식 이야기 바로가기
28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다 ─ 건강 기원 음식에 담긴 과학, 정월 대보름 음식 이야기 -
29 건강을 바라는 마음, 음식에 담기다. 정월 대보름 음식과 진채식 바로가기
30 생태계의 강한 생명력 지닌 나물로 즐기는 한식 바로가기
31 빛깔 고운 한식, 한식을 탐하다 바로가기
32 맛과 영양 가득 우러난, 국물이 ‘있습니다!’ 바로가기
33 한국인의 주식, 밥의 변신 바로가기
34 색다른 맛의 별미 김치 3선 바로가기
35 매일 먹어도 맛있는, 찌는 떡 3선과 종류 바로가기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자료출처 •한식진흥원 •농촌진흥청 •농사로
  • 자료출처 바로가기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