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피어오른 첫 두부는 새하얗게 눈부시다.
식물성 단백질의 최고봉이자 오랜 시간과 노력의 결정체.
한 모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멀고도 험난하다.
더욱이 과거엔 여럿이 힘을 합쳐야 만들 수 있는 귀하디 귀한 먹거리였다.
늘인 엿을 가위로 잘라 팔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자를 것이다.
▲ 그림 「두부 짜기」 김준근(金俊根)
❞♣ 불교문화에서 출발한 두부
우리 식문화 역사 속에서 두부는 불교와 함께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두부의 흰색이 불교의 정(淨)·부정(不淨) 사상으로 연결되며, 두부는 소선(고기나 생선이 들어 있지 아니한 반찬) 식품으로도 제격이었기 때문. 당나라 때 스님들 간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착했으리라 추측한다. 즉 대략 ‘통일신라시대’를 두부의 태동기로 여길 수 있겠다.
조선의 두부 제조 과정은 1540년경 김유가 편찬한 『수운잡방』의 「취포편」에 잘 소개되었고,
현재도 원형 그대로의 방법이 뿌리로 이어지고 있다.
❞문헌에 기록이 나타난 건 고려시대부터. 「박통사(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사용된 외국어 학습서)」를 보면 연회식의 식단 중 ‘금은두부탕’이 보이고, 「목은집(고려 말부터 조선 초의 학자 이색의 문집)」에 실린 시에도 두부가 나온다.
이후 조선의 두부 제조 과정은 1540년경 김유가 편찬한 『수운잡방』의 「취포편」에 잘 소개되었고, 현재도 원형 그대로의 방법이 뿌리로 이어지고 있다.
또 조선 말기 요리책 「시의전서」엔 건강한 두부 요리 ‘소탕(素湯)’이 등장하는데, 상세한 조리법이 실려 있어 한 번쯤 따라해 볼 법하다.
조선시대는 두부를 다채롭게 즐겨 먹은 시기. 참기름에 지진 두부를 북어 토막과 함께 조린 ‘두부조림’, 베보자기에 싼 두부를 돌로 힘껏 눌러 물기를 빼고 다시 베보자기에 싸 고추장에 박아두는 ‘두부장아찌’ 등도 일상적으로 먹는 찬이었다.
♣ 3명이 힘을 모아 인고의 ‘두부 짜기’
조선시대엔 두부를 만드는 절인 ‘조포사(造泡寺)’를 비롯해 두부만 전문으로 만드는 집단도 있었다.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 「두부 짜기」 속 세 여인도 두부 파는 일을 업으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두부를 짜고 있는 여인은 나이가 좀 든 주인, 비녀를 꽂은 두 여인은 보조하는 사람으로 한쪽은 그릇을, 다른 한쪽은 돌멩이를 들고 있다.
두부 제조 중 ‘두부 짜기’는 사실 마지막 단계.
두부 물을 빼는, 일종의 탈수 과정을 생생하고 밀도 있게 묘사했다.
❞여인 하나의 몸무게로는 힘이 부족한 듯 큼지막한 돌 하나가 앞에 놓여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돌 하나를 더 얹을 자세. 두부 위로 올린 판에서 돌의 위치를 잡는 여인을 꽤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물이 빠지도록 받친 대야도 제법 디테일하다. 그릇을 든 여인은 완성된 두부를 갖고 가려는 듯 보인다. 두부 제조 중 ‘두부 짜기’는 사실 마지막 단계. 두부 물을 빼는, 일종의 탈수 과정을 생생히 묘사했다.
두부 만드는 전통 방법을 살펴보면 일단 대두를 깨끗이 씻어 일어야 한다.
이렇게 손질한 콩을 여름엔 냉수, 겨울엔 미지근한 물에 담가 하루 동안 흠씬 불리는데, 충분히 불면 맷돌에 곱게 간다. 다음으로 곱게 간 콩죽을 가마솥에 부어 따뜻하게 데워지면 베자루에 담아 다시 물에 넣고, 계속 물을 갈아주며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거른다.
솥에 다시 콩물을 부어 한소끔 끓으면 커다란 그릇에 부어 15분 정도 김이 나가게 한다. 이후 일차 간수를 넣고 30분쯤 후 이차 간수를 넣으면 콩물이 엉긴다. 이걸 베자루에 담아 널판과 돌로 눌러 약 20분간 수분을 빼는데, 이때 너무 오랫동안 눌러놓으면 두부가 단단해지고 너무 짧으면 물러질 수 있다.
♣ 건강을 지키고 재앙을 막는 ‘두부 먹기’
우리나라엔 음력 정월 대보름날 아침, 건강과 제액을 위해 눈 뜨자마자 두부를 먹는 풍속도 있었다.
특히 그해에 불운한 기운이 있거나 관재수가 낀 사람은 필히 생두부 한 귀퉁이를 잘라 먹었다. 또 전라도에선 액막이(액운을 미리 막기 위해 행하는 민속 의례)로 대나무 불을 피우며, 두부를 함께 먹기도 하였다.
두부가 몸에 좋은 건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이야기.
“두부를 먹지 않으면 골이 빈다”는 속담처럼 건강한 슬로푸드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경찰서나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두부 한 모를 시원하게 먹는 일도 이러한 풍속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