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은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식 재료 중 하나다.
‘팥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팥에 대해 살펴보자.
❞♣ 콩과는 확연히 다른 팥
팥은 소두(小豆) 또는 적두(赤豆)라고도 부르는 콩과(荳科) 식물이지만, 일반적인 콩(大豆)하고는 모양이나 쓰임새가 다르다. 보라색을 띈 콩의 꽃과 달리 팥의 꽃은 황색이며, 두 꽃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는 팥의 꽃이 콩의 꽃보다 큰 편이다.
콩과 팥은 떡잎부터 다르다. 콩의 떡잎은 땅 위로 올라오지만, 팥의 떡잎은 땅속에 있다. 콩과 팥은 꼬투리 속에 있는 열매의 개수도 다른데 콩은 한 꼬투리 속에 1~3개 정도의 열매가 들어가 있는 반면, 팥은 꼬투리가 꽉 차게 6~10개의 열매가 들어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팥은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주요 팥 품종으로는 껍질 색이 붉은 ‘충주팥’, 밝은 붉은색의 ‘새길팥’, 짙고 어두운 붉은색인 ‘아라리’, 검은색인 ‘검구슬’, 연한 녹색의 ‘연두채’, 껍질이 얇고 색상이 흰 ‘거피팥’ 등이 있다.
♣ 주로 동북아시아에서 먹었던 팥
팥의 원산지는 동북아시아로, 오랜 기간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주로 재배해 먹었다. 팥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 후위(後魏)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팥 재배가 2,000~2,500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회령군 오동유적에서 팥이 출토된 바 있으며, 청동기시대(무문토기 시대, B.C 1,000년∼B.C 300년) 때부터 팥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먹던 팥은 하와이를 거쳐 아메리카대륙에 전해졌고 이후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등에 확산됐다.
♣ 많은 요리에 첨가물로 애용된 팥
팥은 흉작기의 구황작물이자 중요한 단백질원으로 이용됐으며,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다양한 요리의 첨가물로 활용됐다. 팥고물과 팥소를 만들어 떡이나 전통 과자, 빵 등에 활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팥을 요리에 활용할 때 설탕을 첨가하기 때문에 팥을 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팥의 단맛은 그리 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팥 음식은 겨울 동짓날 쒀 먹던 팥죽이 있으며, 떡이나 빵의 앙금으로도 많이 활용됐다. 여름에는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 만큼 팥은 사계절 내내 애용되는 식품이기도 하다.
♣ 영양 가득한 팥
팥은 탄수화물 68%와 단백질 20% 내외로 이루어져 있다. 항당뇨와 항산화 활성이 뛰어나 성인병 예방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식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한방에서는 팥의 이뇨효과가 뛰어나다고 했으며, 해독하고 염증을 없애는데에도 이용되었다.
팥에 풍부한 사포닌은 피부 노폐물을 씻어내 주기 때문에 조선 시대 기녀들은 팥과 녹두를 갈아 물에 섞거나, 물을 묻힌 얼굴에 문질러 사용하면서 천연비누 겸 스크럽제로 애용했다고 한다.
또한, 팥에는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함유되어있어서 팥을 곡류와 섞어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보완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식재료인 팥.
하지만 팥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궁금해했던 팥에 대해 알아보자.
❞Q. 동지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뭔가요?
예부터 동지는 설날 다음 가는 큰 명절로 여겨 작은설 이라는 뜻의 아세(亞歲)로도 불렸으며, 설날 떡국을 먹듯이 팥죽을 먹었습니다.
실제로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도 전해져 오며, 동짓날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생각하며 먹는 사람의 나이 수만큼씩 새알심을 넣어 팥죽을 쑤어 먹었습니다. 이는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기 때문인데요.
사람에게 병과 불행을 가져다주는 귀신을 쫓아내고 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풍습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음식 재료를 사용하여 끓이는 국은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밥의 영양을 보충하고 영양소의 균형과 조합을 맞추는 역할도 합니다.
Q. 동지 때 팥죽을 먹는 것처럼, 팥을 먹는 또 다른 풍습이 있을까요?
팥을 먹는 풍습은 동지 외에도 많았습니다. 10월 상달은 농사가 마무리되고 햇곡식과 햇과일로 신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는 달이었는데요. 가정에서는 길일을 잡아 성주를 비롯한 가신을 위하는 성주고사를 지냈는데, 이때 팥시루떡을 고사에 주로 이용했습니다.
정월대보름 저녁에는 오곡밥을 먹었는데 이때에도 팥이 사용됐으며, 경칩에 콩을 볶아 먹는 풍습을 가진 지역에서는 콩뿐만 아니라 조, 수수, 팥을 함께 볶아서 먹었다고 합니다.
Q. 우리나라 외에도 팥을 먹는 나라가 있나요?
팥은 동북아시아가 원산지입니다. 오랫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만 재배해서 먹었죠. 현재도 전 세계 생산량 거의 전량을 세 나라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팥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인데요. 남미와 중동지역에서 일부 소비가 이뤄지고 있으나 샐러드처럼 최소한의 조리만 거쳐 먹곤 합니다.
Q. 다른 나라에서는 팥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나요?
중국은 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며 흑룡강, 내몽고, 하북 일대가 주산지입니다. 명절 및 기념일에 축하와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팥을 많이 먹고 있으며, 전통음식에 주로 이용됩니다. 팥을 이용한 음식 중에서는 원소절에 먹는 원소, 단오절의 종자, 중추절에 먹는 월병이 유명합니다.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팥을 조리해서 먹었으며, 팥을 이용한 음식 상당 부분이 향토음식입니다. 후쿠시마의 팥떡, 아오모리의 팥국수, 이와테의 경단, 교토의 찹쌀떡, 가고시마의 카카랑당고 등이 일본 내에서 많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Q. 팥에는 어떤 영양소가 풍부한가요?
팥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각종 무기질, 비타민과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탄수화물과 단백질 덕분에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줘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합니다.
팥의 식이섬유와 사포닌은 이뇨작용을 도우며, 피부와 모공의 오염물질을 없애주어 예로부터 세안과 미용에 이용되어 왔습니다. 칼륨도 풍부해서 나트륨이 체외로 잘 배출되도록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 덕분에 부기를 빼고 혈압 상승을 억제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팥에는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함유되어있으므로 밥을 지을 때 팥을 함께 넣으면 영양학적으로 보완이 됩니다.
Q. 팥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팥은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서 건강을 생각해서 즐겨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팥을 끓인 물은 지방간과 간 해독작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많은 분들이 찾고 있죠.
하지만 과다한 것은 무엇이든 좋지 않습니다. 팥은 사포닌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적당히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팥을 잘 고르고 조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팥의 붉은색이 선명하고 껍질이 얇으면서 손상된 낱알이 없는 팥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국산 팥과 수입산 팥은 겉모양에서 좀 차이가 있는데요. 국산 팥은 낱알의 크기가 고르지 않고 흰색 띠가 뚜렷한 반면 수입 팥은 낱알의 크기가 작고 고르며 흰색 띠가 짧고 뚜렷하지 않습니다.
팥을 구입했다면 보관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벌레가 쉽게 생기기 때문인데요.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바짝 말려서 수분이 없는 상태로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팥을 요리할 때는 깨끗하게 씻은 뒤에 물에 불려서 용도에 맞게 조리하면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팥의 사포닌 성분이 특유의 씁쓸한 맛을 내므로, 팥을 처음 삶은 물은 따라 버리고 다시 조리해 먹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