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더위와 손잡고 찾아오는 여름. 복날에는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삼복 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삼복더위에 소뿔도 녹아내린다.”는 속담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이때야말로 보양식은 필수다. 복날, 더위는 날리고 원기는 채워줄 우리나라 대표 보양식은 닭백숙과 삼계탕이다.
♣ 영양 가득 국물에 구수한 감칠맛까지_닭백숙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여름 특히 복날이 되면 계곡을 찾아 준비해온 술과 음식, 과일을 나눠 먹으며 무더위를 잊었다. 이때 빼놓지 않고 먹던 음식이 닭백숙이다.
차가운 계곡물에 담근 발이 시원하다 못해 시려질 때쯤 나무 밑에 둘러앉아 커다란 솥에 삶아낸 닭백숙을 즐겼다. 닭살은 발라서 소금에 찍어 먹고 죽까지 만들어 한 솥 뚝딱 비워내면 무더위도 저만치 도망가 버렸다.
이처럼 계곡에서 닭백숙을 해 먹던 풍습은 현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국 방방곡곡 유명한 계곡마다 닭백숙 식당이 즐비해서 언제든지 시원한 평상 위에서 뜨끈뜨끈한 닭백숙을 맛볼 수 있다.
닭을 푹 고아낸 국물에 찹쌀과 마늘을 넣고 끓인 닭백숙은 첫째로 맛이 좋다. 닭고기 특유의 감칠맛과 구수한 맛은 국물 요리인 닭백숙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쌀알 하나하나에 밴 구수한 감칠맛이 식욕을 돋운다. 닭백숙에는 영양가도 듬뿍 담겨 있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등 닭의 영양소가 그대로 녹아 있는 국물로 만들어서 기운 없는 날 몸보신용으로 최고다.
백숙은 한자로 흰 백(白)에 익힐 숙(熟)이라는 의미로 ‘고기나 생선 따위를 양념하지 않고 맹물에 푹 삶아 익힌 음식’이다. 말 그대로 돼지, 소, 도미, 잉어 등도 재료가 되는데, 백숙 하면 닭백숙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대중화되어 있다.
육계나 10주령 이상의 2kg 정도인 토종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병아리와 큰 닭의 중간 정도로 자란 영계를 최고로 친다.
♣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대명사_삼계탕
삼계탕은 닭백숙과 함께 여름철 대표 보양식이다. 각종 영양소의 보고(寶庫)에 소화 흡수도 잘 되는 닭고기와 만병통치의 영약으로 알려진 인삼이 만나 여름에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기력을 신속하게 회복시켜주는 최고의 음식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우리 조상들에게 닭백숙은 일반적인 음식이었지만, 삼계탕은 옛 문헌을 찾아봐도 그 이름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조선 시대 중기에 서유거가 엮은 『증보산림경제』에 나오는 ‘칠향계’가 가장 조리 형태가 비슷한듯해도 인삼이 아니라 도라지를 넣었고,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1934)에 삼계탕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음식이 등장하지만 인삼가루를 한 숟가락만 넣었다.
그렇다면 삼계탕은 언제부터 일반화되었을까. 아마도 인삼이 대중화되면서 가능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농촌진흥청은 “일제강점기에 부잣집에서 닭백숙,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삼계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삼계탕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고,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 이후”라고 설명했다. 삼계탕은 영계에 우리나라 토산의 한약재인 인삼, 황기, 대추 등과 찹쌀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든다.
원래 이름은 ‘계삼탕’이었지만, 닭보다 부재료인 인삼이 귀하다는 인식으로 ‘삼계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삼계탕은 우리 조상들이 중요시하던 약식동원(藥食同源) 즉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 한류스타 못지않은 인기! 발전하는 대표 한식!
닭백숙과 삼계탕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조금씩 형태를 바꾼 한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닭백숙을 기본으로 한 ‘닭 한 마리’는 1960년대 동대문에서 시작한 음식으로 닭고기, 국물, 가래떡, 감자, 칼국수 등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서 전국적으로 인기다. 한국을 자주 찾는 외국인들도 ‘닭 한 마리’라고 하면 엄지척을 한다.
삼계탕도 점점 다양하고 화려해지고 있다. 녹각(사슴뿔)에 밤, 당귀, 잣 등 온갖 한약재가 들어가는 ‘한방삼계탕', 홍삼을 넣은 ‘홍계탕’, 자연산 전복이나 낙지 등을 넣은 ‘해물삼계탕’ 등이 바로 그것.
즉석 삼계탕은 끓는 물에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더없이 반갑다. 닭 한 마리가 고스란히 들어가는 한 그릇을 먹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닭 반 마리로 만든 ‘반계탕'도 등장한 지 오래다.
삼계탕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으로 손꼽힌다.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그 인기가 여느 한류스타 못지않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는 ‘진생(인삼) 치킨 수프’라고 부르며 한국에 들르면 꼭 찾아 즐기고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삼계탕을 한국 최고의 요리라고 극찬했다.
♣ ‘이열치열’ 효과 탁월한 ‘보약’ 같은 음식
한국인이라면 삼복에 둘 중 하나는 꼭 먹게 되는 닭백숙과 삼계탕. 따뜻한 기운을 내장 안으로 불어넣고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효과가 탁월해 보약이 따로 필요 없다. 어김없이 찾아온 무더운 여름.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즐기는 닭백숙, 삼계탕 한 그릇으로 건강하게 여름을 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