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둘도 없는 최신 요리책.’ 위관 이용기는 1924년 표지에 그림을 넣고 채색한 최초의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을 출간했다.
이 책의 요리법 첫 장은 ‘밥 짓는 법’이고, 그 둘째 장은 바로 ‘장 담그는 법’이다. 우리 식생활에서 장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속 장 담그는 방법이다.
장이라 하는 것은 장수 장이니, 백 가지 맛에 장수라 하는 것이다. 사람의 집에 장맛이 좋지 못 하면 아무리 좋은 고기와 아름다운 채소가 있어도 찬수가 되지 못 할 것이다. 또 시골 사람이 고기를 얻기는 쉽지 않지만, 아름다운 장으로 채소는 얼마든지 먹으니 걱정이 없다. 집안 어른이 먼저 생각해, 장을 잘 담가서 저축했다가 묵고 묵혀서 쓰는 것이 좋은 것이다.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中 -
❞1. 메주 만들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쓰인 장 담그기의 첫 번째 단계는 메주 만들기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주의 속이 썩지 않게 메주를 띄우는 것. 메주를 만들어 띄우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불린 콩을 조리로 일어, 물을 넉넉하게 부은 가마솥에 붓고 끓인다. 끓어 넘치면 뚜껑을 열지 말고 물만 넘긴다. 뚜껑을 열면 콩이 넘쳐 나올 뿐 아니라 콩이 덜 무를 수 있다.
② 콩이 잘 물렀으며 퍼내어, 물을 삐우고. 깍지가 없도록 잘 찧는다.
③ 잘 찧은 콩을 보시기만 하게 납작하게 만든다.
④ 하루 동안 안팎을 말리고, 겉이 꾸둑꾸둑하게 되면 멱서리나 둥구미 또는 섬을 씌운다.
⑤ 솔잎을 깔고 메주를 한 켜로 늘어 놓는다.
⑥ 불 때는 방 윗목에 한 섬씩 늘어놓아 띄운다.
⑦ 열흘 정도 지나 메주에 냄새가 나고 흰옷이 입혀졌으면 햇빛을 쪼인다. 옷이 덜 입혀졌으면 다시 동여매 두고, 수일 후에 또다시 열어보아 김이 나고 하얀 옷이 고루 입혀졌는지 확인한다. 옷을 너무 입어 검은 진이 나면 썩은 것이니 잘 살펴야 한다. 짜고 쓰고 구리고, 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냄새가 나면 볕에 놓아둔다.
Tip. 장 담그기 좋은 콩
장을 담글 때는 순전히 콩으로만 메주를 만들어서 담그는 것이 제일이다. 메주콩으로는 잔 것보다는 굵은 것이 맛이 더 좋다.
2. 메주 씻기와 소금물 만들기
메주가 잘 띄워지면, 장 담글 준비를 한다. 중요한 것은 소금물의 농도를 잘 맞추는 것으로, 이때 장맛이 결정된다. 소금물에 흰밥 한 덩이를 상수리만 하게 뭉쳐 넣어, 한 뼘쯤 내려가 떠 있으면 간이 맞는 것이다. 한 뼘이 못 되게 떠오르면 너무 짠 것이고, 한 뼘이 더 내려가면 싱거운 것이다.
메주 씻기
① 솔로 메주의 먼지를 털어낸다.
② 메주를 다시 물에 넣고 솔로 온갖 먼지를 모두 다 씻어낸다.
③ 볕에 하루를 뒤적여 가며 말린다.
소금물 만들기
① 소금을 물에 많이 푼 후 여러 날 휘젓는다.
② 여러 번 휘저으면 소금이 잘 녹을 뿐 아니라 억센 간이 삭는다.
③ 삭은 후에 고운체에 밭친다.
3. 장 담그기와 장독관리
소독한 항아리에 메주를 담은 후에 소금물을 넣는다. 비율은 메주 한 말에, 소금 6~7되, 물 한 통이 법이다. 가을과 겨울에는 소금이 적어도 무방하고, 봄과 여름에는 소금을 더 넣어도 된다.
장 담그기
① 장독은 깨끗이 우려내고 씻은 후에 메주 수십 개를 넣는다.
② 양지머리나 우둔을 물기 없이 행주로 닦아 넣는다. 양지머리는 중간을 뼈째 둘로 나눠서, 우둔은 반으로 베어 넣는다.
③ 메주를 더 넣고 소금물을 붓는다. 모시나 베 같은 얇은 것으로 독의 주둥이를 덮고 동여맨다.
장독 관리
①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자주 뚜껑을 열어둔다. 이때 파리나 각종 벌레가 들어가지 못 하게 한다.
② 낮에는 뚜껑을 열어주고 정남향 쪽에 둔다. 그늘에 두면 장맛이 나빠질 수 있다.
③ 저녁에는 뚜껑을 잘 닫는다.
④ 두어 달 정성을 들여 잘 간수한다.
4. 장 달이기
장독에 용수를 박아 장을 떠내어 가마에 부은 후, 검은콩, 대추, 찹쌀, 다시마를 넣고 달인다.
장 달이는 방법
① 장을 달일 때 함께 넣었던 것들은 체에 밭쳐 거른다.
② 장에 메주를 분량대로 더 넣어 장이 다 되면 띄운다.
③ 그 이듬해에 또 다시 메주를 넣는다.
④ 이렇게 3년에 세 번만 띄우면 처음에 독 하나이던 것이 한 동이 정도가 된다. 장맛과 빛깔은 천하에서 제일이다.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숙성한 후, 메주와 물을 분리한다. 이때 메주는 된장이 되고, 물은 간장이 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된장 만드는 방법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다.
① 간장을 만들 때처럼 정성스럽게 메주를 띄우고 소금물을 준비한다. 소금물은 장을 만들 때보다 조금 심심하게 한다.
② 메주가 겨우 풀릴 정도로 소금물을 붓는다. 즉 되직하게 담근다.
③ 장이 익으면, 그냥 양념해 먹어도 되고, 무를 수득수득하게 말려서 넣었다가 집어내어 썰어 먹어도 좋다. 굵은 풋고추를 꼭지 채 넣었다가 찌개할 때 넣어도 좋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 메주를 정성 들여 썩지 않게 띄우는 것인데, 간장의 메주보다 더 정성을 드려야 하는 것이요, 두 번 째는 고춧가루를 만드는 것이리니, 산밭에 거름을 덜 하고 심은 고추는 빛도 누렇고 단맛도 없고 맵지 않아 못 쓰고, 거름을 많이 한 밭의 고추는 굵고 살이 두껍고 빛이 붉고 맛이 단 것이라. 꼭지도 정실히 따고, 씨는 하나도 없이 털고, 바싹 말려 찧어서 체에 쳐야 하나니.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中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고추장은 반찬이 되고 비위에 맞아 여러 군데 쓰기가 진장 다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추장 만들기가 어려운 만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고추장 만들기에 대해 대강 기술하고 있다.
① 메주가 한 말이면 흰쌀 두 되로 흰무리 떡을 만든다.
② 이 떡을 메주와 함께 찧은 다음 작은 덩이를 지어 띄운다.
③ 이 덩이를 아주 곱게 가루를 내고, 가루 한 말에 소금 세 되와 고춧가루 한 되를 섞은 다음 찰밥 두 되를 지어 밥알이 풀리게 저어 익힌다.
④ 고추장이 풀리도록 저어 익히거나, 국수 반죽같이 되게 반죽해 놋그릇에 여러 번 쳐가며 떡처럼 만들어 항아리에 넣어 익힌다. 이러면 맛도 좋고 가시가 나지 않아 좋다. 반죽은 되게 해야 좋다. 엿기름 가루를 넣으면 맛이 달고 밀가루를 넣으면 모양이 좋다.
⑤ 고추장이 익은 후에, 날 무, 무말랭이, 생 오이, 참외, 동아, 더덕, 송이, 가지, 풋고추, 풋 감, 깐 마늘, 풋 마늘종, 소고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도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