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자란 햇곡식과 햇과일로 정성껏 준비한 추석 상차림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이 길러낸 제철음식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한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다. 둥근 보름달처럼 마음까지 넉넉하게 채워줄 추석 음식을 만나본다.
《동국이상국집》에 시골에서 토란국을 끓였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토란국을 먹어온 지는 꽤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토란국이 언제부터 한가위 절식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농가월령가》에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보세. 신도주·올벼송편·박나물·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먹세’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을 미루어 보아 조선시대 때 절식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고있다.
토란국을 끓이는 방법으로 《시의전서》에서는 ‘①토란을 깨끗이 긁어서 씻고 ②흘떼기, 무, 다시마를 넣고 지령에 간을 맞추어 푹 끓인다’라고 나와 있다. ‘닭을 넣으면 좋다’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가정요리》에서는 ‘토란은 한 번에 삶아가지고 물에 헹구어 초를 한 방을 떨어뜨려 놓으면 미끈거리지도 않고 떫은 맛도 없어진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토란을 잘라서 국을 끓이기도 하지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이 방법 외에도 토란을 삶아 으깨어서 체에 내리고 쇠고기 다진 것을 섞어 완자처럼 빚은 후 밀가루, 달걀을 씌워 팬에 지져 토란국을 끓이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토란국의 국물은 곰국, 맑은장국, 토장국이 주로 활용된다. 토란국의 국물과 관련해서는 다시마의 사용 여부에 대한 변화가 눈에 띄는데,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만들다가 차츰 다시마가 국물에서 빠졌다.
▣ 버섯들깨토란탕
♣ 재료 및 분량
다진 소고기 200g(간장 1/2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참기름 후추 약간씩), 불린 표고버섯 4장, 느타리버섯 100g, 맛타리버섯 100g, 애송이버섯·토란 120g씩, 양파 1개, 홍고추 1개, 들깨가루 3큰술, 달걀환자 1개, 육수 4컵, 국간장 3큰술
♣ 만드는 법
① 소고기는 양념에 치대어 완자를 빚고 달걀환자를 발라 팬에 굴려 살짝 익힌다.
② 버섯은 모두 손질해 가닥을 떼고 양파와 홍고추는 채썬다.
③ 토란은 껍질을 벗겨 쌀뜨물에 담가 아린 맛을 뺀다.
④ 냄비에 재료를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인다.
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풀어 넣어 한소끔 더 끓여낸다.
화양적은 도라지, 소고기, 당근, 버섯, 파 등을 살짝 볶은 다음 색을 맞춰 꼬치에 꿰어 기름에 부친 음식으로, ‘눌음적’, ‘화양누리미’ 등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화양’은 ‘도라지’를 의미한다.
화양적은 영양적인 측면보다도 전체적인 색과 모양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식으로, 오방색의 화려한 색은 물론 음식재료의 길이와 두께의 합이 잘 맞도록 정성들여 만들었다.
오방색의 화양적은 수라상·반과상·진찬상에 등에 올랐는데,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혜경궁 홍씨(惠慶宮洪氏) 회갑연에 차려진 화양적 한 그릇에 사용된 재료는 생저육(生猪肉) 7근, 저심육(猪心肉) 5근, 양 반부(部), 요골(腰骨)·곤자손이 각 5부, 숭어 1마리, 달걀 50개, 전복 7개, 해삼 3꽂이, 밀가루 5되, 도라지 3속(束), 파 1단, 석이 2되, 표고 1되, 후춧가루 1돈[錢] 5푼(分), 간장·소금 각 1홉씩 등이었다.
화양적은 재료를 가지런히 손질해 꿴 다음에 밀가루와 달걀물을 묻쳐 기름에 지지는 누름적의 형태인데, 18세기 이후에는 각종 재료를 양념해 익힌 뒤 색을 맞춰 꼬챙이에 꿰는 방식도 등장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혼인과 큰 잔치에 쓸 것은 지짐으로 하지 말고, 지짐으로 하는 것보다 너비는 좁고 길이는 짧게 하되 도라지와 고기와 파와 미나리만 꿰어 먹는다’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조궁정요리통고》에서 소개한 화양적을 만드는 방법은, ‘①생도라지는 소금물에 살짝 삶아서 우린 후 5~6cm 길이로 썬다 ② ①에 후춧가루, 깨소금, 파, 마늘을 양념하여 참기름에 볶는다 ③소고기도 도라지와 같은 크기로 썰어서 간장, 후춧가루, 깨소금, 설탕, 파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볶는다 ④당근도 도라지와 같은 크기로 썰어서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⑤이상의 모든 재료를 참기름, 잣가루, 후춧가루에 버무려서 색깔을 맞추어 꼬챙이에 꿰인다 ⑥화양적은 각색 산적과 어울려 담는다’이다.
화양적을 담을 때는 육수에 잣을 갈아 넣은 잣즙에 적셔서 접시에 담기도 하고, 화양적 위에 잣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 화양적
♣ 재료 및 분량
산적용 소고기 200g(간장 2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참기름·후추 약간), 오이·당근 각 1개, 달걀 노른자 6개, 통도라지 4뿌리, 불린 표고버섯 4장, 잣가루 1큰술, 소금·식용류 약간, 꼬치용 나무 12개
♣ 만드는 법
① 산적용 고기는 가로 2cm, 세로 8cm, 두께 0.6cm로 썰어 양념에 재운다.
② 달걀노른자는 팬에 기름을 둘러 키친타올로 닦아낸 다음 약한 불에서 지단을 부쳐 가로 1.5cm, 세로 7cm, 두께 0.3cm로 썬다.
③ 통도라지와 당근·오이는 ②와 같은 크기로 썰어 소금물에 절인 후 도라지와 당근은 끊는 물에 살짝 데쳐 낸다. 불린 표고버섯도 같은 크기로 손질한다.
④ 팬에 기름을 둘러 도라지, 오이, 당근, 버섯, 고기 순으로 볶는다.
⑤ 꼬치에 준비한 재료를 색깔에 맞춰 꽂고 잣가루를 뿌린다.
추석의 음청류로 배숙을 빼 놓을 수 없다. 배숙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시의전서》에서는 배의 껍질을 깨끗하게 벗기고 4등분한 후 속을 발라내고, 여기에 물을 붓고 배를 삶다가, 꿀을 넣고 푹 삶은 후 식히고 잣을 띄우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조리서에는 배를 네 쪽으로 쪼개어 껍질을 벗긴 다음 통후추 서너 개를 깊숙이 박은 뒤 이것을 생강 넣은 꿀물이나 설탕물에 넣고 끓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무쌍요리신식요리제법》에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소개하고 있는데, 설명에 따르면 통후추를 박아 만드는 배숙은 매우 귀한 음식으로, 궁궐 내에서 만드는 방법이었다.
한편, 《조선요리법》에 따르면 배숙을 만들 때 배 빛이 붉그스럼하고 거므스름하면 다 된 것이며, 배가 너무 물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선요리제법》에서는 절기에 따라 복숭아, 앵두, 살구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 배숙
♣ 재료 및 분량
배 1개, 생각 2톨, 설탕 3큰술, 통후추 20개, 물 600ml
♣ 만드는 법
① 냄비에 물을 붓고 편으로 썬 생강을 넣고 우려 낸 다음 체에 받쳐 거른다.
② 배는 8등분해 씨를 도려내고 모양 틀로 찍은 후 통후추를 박는다.
③ 냄비에 생강 물과 설탕, 배를 넣고 배가 투명하게 익도록 끓인다.
④ 차갑게 식힌 다음 불에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