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삼’이라 불리는 우리 인삼은 역사 속에서 중국과 일본 등지에 수출해온 효자 품목이었다. 하지만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인삼 시장은 해마다 팽창하는 반면, 고려인삼의 시장 점유율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인삼 종주국을 자처하는 우리는 언제쯤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러자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우리의 중요한 수출품이었던 인삼
인삼은 60cm 내외로 자라는 두릅나뭇과 약용식물로 깊은 산악지대에서 자란다. 약용하는 뿌리가 꼭 사람처럼 생겼다고 해서 ‘인삼’이라 이름 붙여졌다. 최근에는 ‘사람의 손을 거쳐 재배된 삼’이라는 다른 의미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인삼은 생육환경별, 국가별, 가공 방법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 사람 손을 거쳐 재배되는 삼이 우리에게 익숙한 ‘인삼’이고, 산속에서 자라는 야생 인삼은 ‘산삼’이라 부르는데 홀쭉하고 잔뿌리가 길고 가는 것이 특징이다. 산삼 씨를 밭에 뿌려 기른 인삼은 ‘장뇌삼’이라 부른다.
줄기와 뿌리를 잇는 뇌 부분이 길어서 ‘장뇌삼’이라 이름 붙여졌다. ‘고려인삼’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인삼을 부르는 말이고 ‘미국삼’ 혹은 ‘화기삼’은 미국의 인삼, ‘전칠삼’은 중국 인삼, ‘죽절삼’은 일본 인삼을 이른다.
또한 삼을 캐낸 직후 가공하지 않은 것을 ‘수삼’이라 부르고, 4~6년근 수삼을 원료로 표피를 제거해 건조한 인삼을 ‘백삼’, 4~6년산 수삼을 증기로 쪄서 만든 적갈색 인삼은 ‘홍삼’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인삼은 왕실의 귀한 물품이자 주변국과의 대외관계에서 예물로 사용된 중요 자원이었다. 연세대 설혜심 교수가 저술한 <인삼의 세계사>에 따르면 고려인삼은 이미 기원전부터 존재해 중국으로 건너갔으며, 삼국시대부터는 중국에 인삼을 보낸 기록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고려인삼은 고려와 발해, 조선을 거치며 오랜 기간 명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17세기 초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에 소개됐다. 당시 유럽 사람들은 기운을 북돋우는 효과가 탁월한 ‘만병통치약’이라며 고려인삼을 홍보했고, 한국을 ‘새로이 발견되는 국가’로 조명했다. 인삼은 금과 함께 한국의 중요한 수출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처럼 고려인삼은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 그 명성을 널리 알렸다. 명품으로 대접받는 만큼 가격대가 높은 편으로,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품질의 고려인삼은 한 근(300g)에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명품 이미지가 각인돼 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세계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전칠삼에 다소 밀리는 편이다.
그간 중국은 엄청난 물량 공세로 세계 인삼 시장을 공략해왔다. 설혜심 교수는 이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은 마치 ‘거대한 인삼의 무덤’처럼 전 세계의 인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 고려인삼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
전통 식품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라 불린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그토록 인삼의 세계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데는 비단 먹을거리 수출뿐 아니라, 인삼을 통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고려인삼은 현재 브랜드화되어 KT&G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KGC)가 유통하고 있다. 웰빙 열풍은 물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면역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금 인삼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하는 중국의 전칠삼이 앞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의 인삼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다른 나라의 삼과 차별되는 효능과 성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 2009년 한국식품연구원이 펴낸 <한맛한얼> 제2권 제4호에서 당시 옥순종 한국인삼공사 홍보실장은 ‘고려인삼의 세계화’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지적한다.
“현재 한국의 인삼 수출은 뿌리 삼이나 단순 건강식품 형태로 이루어진다. 보다 과학적으로 인삼 성분을 표준화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서양인에게는 단순히 몸에 좋다는 설명보다는 과학적으로 어떤 성분이 인체의 어느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한 서양 의학적 설명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인삼과 홍삼은 자양 강장과 면역력 증가, 원기 회복, 혈류 개선, 항암, 항당뇨 등의 많은 효능이 있다는 걸 사실로 믿는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는 임상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효능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의 다양한 연구가 쏟아지면서 인삼의 효능이 차츰 증명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2006년 김만호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인삼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동권 성균관대 약대 교수팀은 2016년 발표한 ‘홍삼의 폐렴구균 패혈증 예방효과’ 논문을 통해 홍삼이 면역 기능을 조절하고 폐렴과 폐혈증을 예방할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혀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연구진이 우리 인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승열 작용에 대한 오해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한때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일각에서는 한국의 고려인삼을 먹으면 열이 오른다는 부작용 논란이 일었다. 국내에서조차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승열 작용을 진실처럼 믿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2012년 9월 13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농촌진흥청은 이를 위해 중국과 캐나다 등의 과학자를 섭외해서 국제 공동 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체온과 열이 오를 때 나타나는 증상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고려인삼과 다른 나라의 삼에는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 다양한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인삼
그간 우리의 인삼은 서양에 ‘신비한 영약’으로 알려졌고, 건강기능식품 및 약재 등에 한정돼 소비됐다. 음식의 경우에는 인삼 특유의 쓴맛과 향 때문에 삼계탕 같은 일부 요리에만 사용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에 주목하면서, 인삼 요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인삼으로 어떤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인삼과 궁합이 맞는 식재료를 찾아야 한다. 인삼은 열량이 낮아 꿀과 함께 섭취하면 인삼에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꿀은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비위를 보강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독을 푼다.
온갖 약을 조화시키고 입이 헌 것을 치료하며 눈과 귀를 밝게 한다. 또 오래 먹으면 신(콩팥)이 세지고 배고픔을 모른다’고 전해진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닭 역시 궁합이 잘 맞는다. 닭고기는 단백질은 많되 칼로리는 적은 산성식품으로 필수 아미노산과 질 좋은 지방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가볍게 인삼차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수삼을 작게 절편으로 만들어 말린 다음 물에 넣고 끓이면 된다. 인삼 쉐이크나 인삼 튀김은 쓴맛을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유혹할 만큼 매혹적인 맛을 뽐낸다. 그 밖에 불고기에 넣어도 먹어도 쓴맛 없이 인삼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