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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5. 먹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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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저 산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네, 산은 풍요로운 한식의 대지

저 산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네, 산은 풍요로운 한식의 대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산,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봄이 되면 산에는 먹을거리 가 흘러넘친다. 향내 그윽한 산나물도, 몸을 숨긴 각종 채소와 버섯도 오롯이 산속에서 그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봄 향기 머금은 산이 주는 은혜로운 한식 재료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 산이 주는 재료들을 음식으로 만든 인간

한국의 산지 비율은 70%가 넘는다. KOSIS 국가통계포털의 국토지리정보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중 남한에만 4,600여 개가 넘는 산이 분포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심에서도 산이 보이는 곳, 산과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경우는 흔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산을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이라 칭한다. 산과 산지에 대한 정의 요소와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고도 약 610m 이상을 산이라 부르고, 미국 농무부 자연자원보존청에서는 최고봉 고도 300m를 초과하는 다수의 산과 계곡을 산지라 부른다.

한국의 경우 국토교통부 기준으로는 기복량(일정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점과 가장 낮은 지점 사이의 높이 차)이 100m 이상이면 ‘산’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100m 이하는 산이 아니라 ‘언덕’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항상 산과 함께 호흡하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산은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무궁무진한 자원을 제공했다. 주택이나 가구에 사용되는 목재, 합판의 원료, 종이를 만드는 펄프의 원료를 생산한다.

현재는 석탄연료와 가스의 영향으로 거의 쓰이지 않지만, 목재와 솔가지, 잡목 줄기, 낙엽, 짚, 건초 등의 임산연료(땔감)는 한때 우리의 난방을 책임졌다. 물은 산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이다.

산이 없으면 대기 중의 수증기를 붙잡아 비를 내려 하천을 형성할 수가 없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신선함을 주는 산소를 내뿜으며,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공기정화기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중요한 것이 있다. 산이 농경민족이었던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음식 재료를 제공해줬다는 점이다. 논과 밭에서는 음식 재료를 얻기 위해 직접 재배해야 했지만, 산에는 농사를 짓지 않고도 채취해 섭취할 수 있는 식물이 무궁무진했다.

산이 주는 재료들을 음식으로 만든 인간

물론 산의 그 무수한 식물들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쉬웠을 리 없다. 문화인류학자 한경구는 한국인의 식생활은 악식 개척의 역사를 거쳐 완성됐다고 말한다. ‘악식’이란 맛없는 거친 음식, 가공되지 않은 야생에서의 상태 그대로를 뜻한다.

한반도에서 나는 식용 식물 가운데 상당수도 약식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요리하는 동물’이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산에서 나는 식물과 열매 중 음식 재료를 선별했고, 인간들은 이를 요리하고자 불과 도구를 사용했다.

갖가지 조리 과정과 여러 재료의 배합, 양념 첨가 등을 통해 지금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냈다. 먹지 못하던 걸 먹을 수 있게 됐고, 먹기 힘든 것은 먹기 쉽게 만들었다. 좀 더 맛있게,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열량과 영양소를 끌어냈다.

산이 주는 한식 재료

♣ 산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한식 재료들

겨울은 춥고 건조하며, 여름은 고온 다습해 계절 변화가 뚜렷한 한반도의 기후와 토양은 나무 종류와 특징을 결정 짓고, 이는 음식 재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은 지연 간 기후 차이를 만들어내고 위도에 따라 난대림, 온대림, 냉대림 등 다양한 식물이 분포한다. 한국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바로 한반도의 산 덕분이다.

쌀을 비롯한 곡류로 만든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밥상은 오래전부터 밥과 반찬, 즉 주식과 부식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산에서 자란 산나물과 채소, 열매 등은 한국인에게는 중요 부식 중 하나였다.

한국인이 1,000여 종 넘는 식물을 식용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결국 우리 주변에 산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재배가 활발해지면서 밭에서도 다양한 산나물과 채소를 재배하지만, 과거 한국인의 밥상에서 산에서 나는 음식 재료들의 위치는 확고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은 산지 비율이 높은 만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한식 재료들도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취나물과 두릅, 방풍나물, 곰취, 원추리, 참나물, 당귀잎 등의 산나물은 예로부터 현재까지 한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더덕과 우엉 등 산에서 자라는 근채류 역시 마찬가지다. 버섯 역시 산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보물 같은 재료이고, 대추와 밤, 잣, 도토리, 호두 같은 열매들도 산속 숲에서 자란다.

산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한식 재료들

♣ 아낌없이 주는 산지 식물의 효능

한반도의 기후와 토양의 영향을 받아 자란 산지 식물들은 그만큼 효능이 뛰어나다. 특히 긴 추위를 이겨낸 봄나물들은 다른 제철 음식에 비해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피로와 미세먼지, 빈혈, 다이어트 등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취나물은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비타민 A의 함량이 높다. 이는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항산화 작용을 통한 암 예방과 피부 노화 방지에 효능이 있다.

‘봄나물의 제왕’이라 불리는 두릅은 비타민 A,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의 함량이 높아서 원기를 회복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방풍나물은 과거에는 주로 약재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음식 재료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칼륨이 매우 풍부하고 칼슘과 인, 철분 등의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으며 비타민 B군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감기, 두통, 발한, 거담 등의 증세에 효능이 있다.

맛과 향이 뛰어난 참나물 역시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대표적 알칼리성 식재료로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다.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곰취는 특히 고기를 태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활성을 60~80% 억제하는 항암효과를 지녔다.

이 밖에 기관지 질환과 동맥경화에 좋은 더덕, 이눌린이 풍부해 신장 기능을 높이고 배변을 촉진해주는 우엉 같은 채소도 빠질 수 없다.

산은 언제나 같은 곳에서 우뚝 서서 말없이 우리를 내려다본다.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이 말하듯, 사람들에게 ‘우지(울지) 마라’, ‘잊어버리라’고 말하며 지친 어깨를 떠민다.

그렇게 우리에게 깨달음과 위로를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할 때마다 언제든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음식을 선사했다. 그러니 산이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아낌없이 주는 산지 식물의 효능
■ 산은 풍요로운 한식의 대지

우리나라 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산. 그만큼 한국의 문화와 산은 깊은 연관이 있다. 산은 인간에게 쉼터가 되어주고, 산에서 나온 각종 음식 재료는 한식의 기반이 된다. 산, 산에서 나는 음식 재료와 관련된 속담을 살펴보며 산과 우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본다.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가 그 사람을 설명해준다는 말이 있다. 발 딛고 선 땅에서 난 갖가지 식재료는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 산과 들, 물의 길을 따라 만드는 음식도 다르다.

바다 근처 마을에서는 해물을 활용한 음식이 발달하고 산과 인접한 마을에서는 채소 위주의 식단이 꾸려진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먹고 살며, 음식의 뿌리를 알고 먹으면 어떤 것이든 보약이 된다는 생각이 깔린 문화일 것이다.

‘들 중은 소금을 먹고 산 중은 나물을 먹는다’는 속담도 각자의 자리에 맞는 일이 있다는 의미다. 타고난 대로 산다는 말은 이제 고리타분한 생각이 됐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먹는 일은 사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은 풍요로운 한식의 대지

신토불이라고, 사람과 그 사람이 먹고사는 땅은 둘이 닮았다. 생각해보면 ‘먹고 살다’라는 말도 ‘먹다’와 ‘살다’가 붙은 게 아닌가.

‘산골 부자는 해변가 개보다 못하다’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고기 반찬을 먹는 데는 산골의 부자가 바닷가의 개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이 있는 곳의 처지에 맞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산에 나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도끼 들고 나물 캐러 간다’는 나물을 캐기에 적합하지 않은 우둔하고 무거운 도끼를 들고 나물을 캐러 간다는 뜻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봄에 나는 여린 나물을 캐려면 그에 맞는 도구가 필요하다. 이 역시 격에 맞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처한 환경에 어울리는 분수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의 이치에 맞는 자신만의 품위를 지키라는 의미를 산에 빗대 표현했다.

♣ 산의 기운을 머금다

산에서 나는 나물과 채소들은 들에서 난 것보다 모양은 투박할지 몰라도, 그 맛과 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산나물이 제철이다. 겨우내 얼어 있던 땅이 녹으면서 향긋한 봄나물들도 얼굴을 내미는 시기다.

취나물과 두릅, 원추리, 참나물, 곰취 등 흙의 기운을 가득 품은 나물들은 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알이 꽉 찬 열매들도 마찬가지다. 흙의 기운과 나무의 보살핌 속에서, 산 나무 열매들도 익어간다.

그렇다고 모든 열매가 다 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산살구’라 불리는 개살구는 산기슭의 양지쪽에서 주로 자라는 낙엽 활엽교목인 개살구나무의 열매다. 개살구는 달걀 모양으로 생겼는데, 떫은맛이 나서 유독 이에 얽힌 속담이 많다.

우선 ‘떫기는 오뉴월 산살구 같다’는 말은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 친근하지 못하고 떨떠름하게 군다는 뜻이다. 맛이 떫은 산살구처럼 보기만 해도 입이 꺼끌거리듯 불편한 사람이 있다. 외따로 가지에 매달린 산살구처럼 남과 친해지지 못하고 밀어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산의 기운을 머금다

산살구는 일반 살구(참살구)에 비해 사랑받지 못하는 열매다. 이 때문에 참살구와 비교 우위에 자주 놓이곤 한다. ‘산살구 지레 터진다’는 말은 참살구에 비해 맛도 없는 산살구가 참살구보다 먼저 익어서 터진다는 뜻으로, 능력이 없거나 수양이 부족한 사람이 잘난 체하며 까부는 행동을 비웃는 말이다.

또는 아직 다 자라기도 전에 못된 짓부터 배운 사람을 핀잔하는 말이기도 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못난 사람이나 사물 또는 언짢은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올라와 있을 정도니 선조들에게 어지간히 미움을 받았던 모양이다.

반면 ‘개살구도 맛 들일 탓’이라는 속담은 시고 떫은 개살구도 자꾸 먹어 버릇하면 맛이 들어 좋아하게 된다는 뜻이다. 처음엔 미워하던 것도, 한 번 정을 붙이기 시작하면 점차 좋아지게 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모든 일의 좋고 나쁨은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문제, 즉 그 사람의 주관에 달려 있다. 산살구를 미워하면 떫은맛이 나고, 산살구에게 정을 붙이면 참살구보다도 좋아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험한 지형에 산다는 이유 탓인지 산에 사는 동물들도 유독 포악스러운 이미지를 가진다. ‘산 닭 길들이기는 사람마다 어렵다’는 산에 사는 닭을 길들이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는 뜻으로, 제멋대로 버릇없이 자라난 사람을 교육하기는 몹시 어렵다는 의미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산에서 자란 것들은 강인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때로는 험한 산세 속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라도 산이 품은 질 좋은 식재료 덕분에 우리는 또 먹고, 살아간다.

다가오는 봄에는 주변의 고마운 산을 찾아 올라가 보면 어떨까. 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 산과 땅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건강한 한식 한 끼 든든하게 챙겨 먹고 올라가야겠다.

산에서 자라는 산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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