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드라마에 언급돼 화제가 된 단어 ‘추앙’은 높이 받들어 우러러본다는 뜻이다.
우리는 누구를 추앙할 수 있을까. 부모님? 사소한 일상? 나 자신? ‘나무’도 추앙받아야 할 존재가 아닐까.
지구와 생명 모두를 이롭게 하면서도 티 내지 않고 언제나 묵묵하게 같은 곳을 지키고 있으니까.
한식을 위해서도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나무는 추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나무라는 하나의 생
나무는 줄기 또는 가지를 지닌 여러해살이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것으로 흔히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나무는 늘 인간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인간이 구할 수 있는 재료 중 가공이 가장 쉬워 오래전부터 집은 물론 연료, 생활 도구, 약재 등의 재료로 활용됐다.
민속신앙의 대상이 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추앙받았다. 동물들에게는 생활 터전을 마련해주며 생존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낸다. 산림과학원이 40년간 전국 3,000여 개의 숲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림 단위 면적당 연간 10.4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에게 이로운 나무는 다른 생명체처럼 자신들만의 언어(향기 등의 신호)를 사용하며,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와 긴밀히 연결돼 존재한다. 나무끼리는 물론, 나무의 각 부위도 서로 연결돼 있다.
잎과 꽃, 순, 가지와 줄기, 뿌리 등 나무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채 서로를 단단하게 붙잡는다. 나무에 기생해 자라는 버섯과 겨우살이 같은 식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때로는 손길을 내밀며 ‘나무’라는 하나의 생을 살아간다. 이 끈끈한 유대감 덕분에 나무는 인간보다 오래전부터 이 지구에서 버티며 살아왔다. 어쩌면 인간이 사라진 다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먹거리로 활용되는 나무의 매력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미국 작가 셸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이 1964년 발표한 동화이다. 제목대로 나무는 음식 재료로 ‘아낌없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각종 나무의 잎, 뿌리, 줄기 및 껍질, 열매가 함유한 추출성분을 이용해 한약으로 이용하거나 식용으로 활용했다.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 중에는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식용꽃은 대개 음식의 색과 향기, 맛 등을 돋우고자 사용하는 꽃으로 진달래, 아카시아꽃, 연꽃, 유채꽃 등이 대표적이다.
비타민, 아미노산, 미네랄 등의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먹거리로 환영받는 식용꽃은 비빔밥과 샐러드, 쌈밥, 디저트 등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볶거나 찌기보다는 신선한 상태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기관지염과 염증 완화에 좋은 아카시아꽃은 튀김이나 장아찌로 요리해 먹으면 별미다.
입 안에 머금으면 향긋한 향과 달콤한 풍미가 미각을 사로잡는다. 봄꽃을 넣어 비빔밥으로 만들면 봄의 향미를 만끽할 수 있다.
나뭇잎 또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가장 흔하게는 녹차와 홍차를 만드는 데 쓰인다. 두릅나무 잎은 봄철 미각을 돋아주고, 뽕나무의 연한 어린잎은 나물과 장아찌의 재료로 쓰인다. 초피나무의 잎은 튀겨 먹거나 장아찌에 넣으면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고, 가죽나무의 잎은 전으로 튀기거나 양념과 함께 무쳐 먹으면 좋다.
그 밖에 화살나무와 감나무, 싸리나무 등의 잎도 식용으로 즐겨 먹는다. 참죽나무와 두릅나무, 엄나무, 옻나무 등의 새순은 특히 봄철 사람들의 입맛과 활기를 살려주는 음식 재료로 인기가 많다.
열매는 말할 것도 없다. 나무에서 열리는 사과, 배, 매실, 복숭아, 감, 딸기 등의 과일 열매들은 계절에 따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수분이 많을 뿐 아니라 당분과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별다른 조리 없이 깨끗한 물에 씻어 베어 물기만 해도 달콤하고 상큼한 과육이 전해지지만, 조리를 통해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도 많다. 샐러드에 넣어 상큼함을 살려줄 수도 있고, 디저트로 만들어 달콤함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장아찌로 만드는 방법도 있고 사과와 배, 귤 등을 김치의 재료로 활용하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서 채취할 수 있는 수액에는 무기질, 즉 미네랄이 풍부하다. 미네랄은 몸의 골격을 유지하고 혈액과 호르몬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 식물의 뿌리에서 줄기를 지나 잎으로 향하는 수액은 일교차가 15℃ 이상 날 때 나무의 물관 내 압력 차이로 흘러나온다.
초봄이 되면 나무는 겨우내 내린 눈을 머금은 토양에서 수분과 미네랄을 흡수해 수액을 위로 끌어올린다. 나무를 베지 않고도 수확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나무껍질도 요리에 활용된다. 피부 질환 개선과 위장 기능 강화에 좋은 유근피(느릅나무 뿌리의 껍질)와 오동나무껍질은 한방차로 달여서 마신다. 나무뿌리에도 좋은 영양소가 풍부해 특히 한약재로 사용된다. 뿌리는 다른 부위에 비해 약성이 강해 약재로 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망개나무와 찔레나무, 복분자나무 등의 뿌리가 대표적이다. 나무껍질과 낙엽, 나무 밑동, 동물의 사체 등 죽어가는 생물에서 자라는 버섯은 독이 없는 것들을 골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지속 가능한 나무의 미래와 만나려면
나무의 각 부위를 요리하고 먹으며 인간은 새삼 우리가 나무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실감한다. 자연적인 나무의 재생 속도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나무를 활용해야만 지속 가능한 나무의 미래와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존재하기 전에도 존재했던 나무가 우리 다음, 아니 훨씬 다음 세대 때에도 존재하길 원한다면 ‘지금 우리 곁의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가 나무를 추앙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