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추수를 마친 햅쌀이 본격적으로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다. 윤기가 흐르고 찰진 밥은 열 가지 반찬이 부럽지 않을 정도. 그런데 각 지역에 따라 브랜드명도 서로 다르고, 품종명도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선택이 쉽지 않다. 어떤 쌀을 골라야 할까? 밥맛 좋은 국산 쌀 품종을 살펴보자.
♣ 자포니카를 사랑하는 한국인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꼽힌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있는데, 쌀의 90% 정도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며, 그 대부분을 아시아에서 소비한다.
쌀 품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짧고 둥근 모양의 찰기를 가진 ‘자포니카’,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가늘고 긴 모양의 찰기가 없는 ‘인디카’,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며 자포니카와 인디카의 중간적 특성을 가지는 ‘자바니카’가 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에게 밥맛 좋은 품종으로 꼽히는 자포니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만 재배되며 전체 쌀 생산량의 1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쌀 품종 개발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쌀 생산량이 적었던 시절, 먹거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확량이 많은 인디카와 밥맛이 좋은 자포니카의 장점을 모은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통일벼는 생산량은 많지만 품질과 밥맛이 좋지 않았고, 저온에도 약해 재배에 어려움이 따라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에도 품종 개발은 계속되어 자포니카 품종이면서도 수확량 많고, 재해에도 강한 주남벼, 대안벼, 계화벼, 동진벼, 운봉벼 등이 등장했다.
♣ 밥맛 좋은 국산 품종으로 승부
1980년대부터는 한국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고급 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생산성이 우수하면서도 밥맛도 뛰어난 품종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여전히 일본 품종인 추청과 고시히카리가 밥맛이 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국산 품종이 생산 안정성과 밥맛에서 외래 품종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밥맛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산쌀 품종으로는 해들, 알찬미, 삼광, 신동진, 새일미, 영호진미, 일품, 오대 등을 손꼽을 수 있다.
특히 2017년 개발한 ‘해들’은 밥맛 검정에서 고시히카리보다 더 맛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이하 우수품종상)’을 거머쥐었다.
또 2003년 개발한 ‘삼광’은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적당한 찰기에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며, 1999년 개발되어 2009년 우수품종상을 수상한 ‘신동진’은 쌀알이 다른 품종들에 비해 1.3배가량 크고 밥맛이 뛰어나다.
2009년 개발되어 2019년 우수품종상을 받은 ‘영호진미’는 윤기가 많고 식감이 부드러우며 씹을수록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강원 철원 지역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쌀알이 굵고 찰지며 특유의 구수함과 단맛을 지닌 ‘오대’는 1982년에 개발되었지만 40년 가까이 밥맛으로는 뒤처지지 않는다.
많은 소비자들이 주로 지역명이나 브랜드만 보고 쌀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밥맛을 결정하는 것은 품종이다. 올해 햅쌀 밥은 맛 좋은 국산 품종으로 지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