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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5. 먹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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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4,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인의 건강 별식, 떡과 도구 & 풍속, 속담

4,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인의 건강 별식, 떡과 도구 & 풍속, 속담

청동기시대부터 시작된 떡의 역사는 현재까지 약 4,000년을 이어오며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인 동시에, 한국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특별한 한식, 떡에 대해 알아보자.

♣ 쌀이 주식이 되면서 깊어진 떡의 역사

떡이란 곡식을 가루 내어 반죽해 찌거나 삶고 또는 기름으로 지져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떡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떡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주재료가 되는 곡식의 유입과 농경의 시작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한국인이 주식으로 삼은 쌀과 보리가 한반도로 들어온 것은 신석기시대의 일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채집과 원시적 농경으로 수확한 여러 곡물을 편편한 연석에 갈아서 분쇄한 다음 토기에 넣고 물을 부어 가열한 ‘죽’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사용됐던 토기는 약했고, 오래 가열하면 할수록 흙냄새가 배어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죽 다음으로 등장한 곡물 요리가 바로 ‘떡’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청동기시대의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당시부터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동기시대에는 토기를 빚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열성 높은 토제 솥과 시루를 제작했고, 이를 활용해 찐밥이나 떡을 만들어 먹었다.

한반도에서 청동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2000년 즈음이니 떡의 역사는 약 4,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삼국시대 유물로 한반도 전역에서 시루가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 떡은 죽을 이은 주식으로 자리를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기시대에는 또 한 번의 변혁이 일어난다. 본격적인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곡물의 수확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고, 절구·맷돌·디딜방아 등으로 곡식의 껍질을 벗겨내는 도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갈아먹는 분식이 아니라 낱알을 먹는 입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떡은 고려시대 즈음부터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별식으로 새로운 위치를 점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한반도의 떡 문화가 꽃을 피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이 사회 이념이 되면서 별식인 떡은 잔치 음식, 의례 음식, 명절 음식으로 발달했고, 이와 더불어 조리법이 세분화되고 다양화되면서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떡을 조리·가공하는 법이 확립되기에 이른다.

한국인이 주식으로 삼은 쌀

♣ 약 200가지에 달하는 떡의 종류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떡은 당연하게도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농업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각종 의례에 보편적으로 떡이 사용되면서 떡의 종류가 한층 다양해지고 화려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인 <산가요록>를 비롯해 <증보삼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 각종 고문헌에 기록된 떡만 2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조리법으로 떡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중에서도 ‘찌는 떡(증병)’은 떡 조리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떡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를 차지한다. 주로 곡물가루를 시루에 안쳐 증기로 쪄내는 조리법이다.

쌀가루와 팥, 녹두 등의 고물을 차례로 시루에 안쳐 켜를 이루어 찌는 시루떡, 쌀가루를 한 덩어리로 찐 설기떡,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깨, 밤 등의 소를 넣고 모양을 빚어 찌는 송편 등이 있다.

멥쌀이나 찹쌀의 알갱이나 가루를 시루에 쪄낸 후 절구나 안반에 떡메로 쳐서 만드는 ‘치는 떡(도병)’은 졸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설날에 먹는 떡국용으로 쓰는 둥글고 기다란 가래떡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멥쌀가루에 물을 내려서 쪄낸 다음 물을 조금씩 넣어 가며 치댄 절편, 불린 찹쌀 알곡을 그대로 시루에 안쳐 쪄낸 다음 떡메에 쌀알이 뭉개지도록 쳐서 콩고물을 입힌 인절미가 있다.

찹쌀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에 ‘지지는 떡(전병)’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전으로 떡 위에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고명으로 올린다.

송편처럼 예쁘게 빚어서 소를 넣어 기름에 지진 후 꿀이나 조청을 바른 주악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엔 더욱 좋다. 찹쌀가루나 수수가루 등을 반죽한 뒤 둥글납작하게 빚고 소를 넣어 지져낸 부꾸미도 있다.

‘삶는 떡(경단)’은 찹쌀가루 등을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주로 동그랗게 빚어 삶아내는 떡이다. 붉은 팥고물을 묻힌 수수경단, 콩가루와 흑임자가루 등으로 고물을 만들어 색을 낸 삼색경단 등이 있다. 제주도 특산물로 유명한 오메기떡도 경단에 해당한다.

옹기시루  국립민속박물관
▲ 옹기시루 Ⓒ 국립민속박물관

♣ 맛과 영양 뛰어난 건강 별식, 떡

떡은 쌀을 비롯한 곡식을 주재료로 견과류, 콩, 나물, 과일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더해 만드는 음식으로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쌀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공급하고, 식이섬유가 들어있어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찹쌀은 소화를 돕고 위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은 적은 대신 비타민 B1과 B2를 비롯해 인, 칼륨, 마그네슘, 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는 것도 쌀의 특징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쌀로 만든 떡에 항산화물질인 천연 폴리페놀이 포도 주스의 5배 이상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것이 거의 파괴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이나 고명으로 자주 쓰이는 콩은 쌀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체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효율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잣, 호두, 밤, 깨 등의 견과류도 함께 많이 쓰이는데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해 건강에 유익하다.

떡 종류

♣ 여전한 한국인들의 떡 사랑

최근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떡 소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떡은 여전히 한국인들의 일상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설날, 추석 등 큰 명절에 떡이 빠질 수 없으며, 이사나 개업을 할 때면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치레한다.

떡볶이는 출출할 때면 생각나는 분식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떡꼬치를 안 먹으면 섭섭하며, 라면이나 닭갈비 등의 음식에 떡 사리를 넣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빵보다 열량은 낮으면서 포만감을 주며 5대 영양소도 고루 갖추고 있는 떡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졌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떡을 디저트로 해석한 떡 카페가 등장하는 등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제빵의 메뉴와 재료를 활용한 퓨전 떡도 인기다. 빵을 대신해 설기떡이나 기정떡으로 만든 떡 샌드위치, 케이크를 대신하는 떡 케이크, 떡 안에 크림을 넣은 크림떡 등이 젊은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4,000년을 이어온 떡의 도도한 역사는 앞으로도 면면히 이어질 모양이다.

■ 한국인의 일생 그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떡’

쌀밥이 한국인의 일상을 함께한다면, 떡은 일생을 함께하는 음식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여 결혼하고 늙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 해의 절기와 명절이라는 특별한 시기마다 우리는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었다. 그 밋밋한 듯 은근한 맛의 떡은 수천년 동안 그렇게 담백하고 오래된 친구처럼 한국인의 삶과 나란히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다.

♣ 떡은 좋은 날을 함께하는 ‘좋은 것’

쌀밥을 주식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떡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 됐다. 이러한 선조들의 생각은 떡과 관련된 속담들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아닌 밤중에 웬 떡?’ ‘남의 떡으로 선심 쓴다’ ‘잘되는 놈은 엎어져도 떡함지라’ ‘제 떡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떡이 상에 오르는 특별한 날은 한 사람이 한해와 일생을 살아가면서 기념해야 하는 일, 겪게 되는 중요한 고비들이 모두 해당한다.

먼저 아이가 태어나 100일이 되는 백일상에는 백설기와 팥수수경단을 올렸다.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을 상징하는 백설기에는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귀신을 물리친다는 붉은색의 팥수수경단은 아이의 삶에 있을 액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다.

백일잔치를 치르고 나면 그 떡을 백 집에 나누어 먹어야 아이가 복을 받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하여 많은 이웃들에게 떡을 나누었다.

아이가 자라나 짝을 만나고 전통 혼례를 치르게 되면 양가의 화합과 축복의 뜻을 담아 봉치떡을 먹었다. 붉은 팥으로 만드는 찰시루떡으로 부부 한 쌍을 상징하여 두 켜로 안쳐 시루에 쪄내며, 찰떡처럼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찹쌀로만 만든다.

회갑상과 제례에 높이 괴여 올리는 고임떡은 집안 어르신을 존경하는 마음이 층층이 쌓여 있어 한국의 전통적인 효와 예의 의미가 담겨 있다.

설날 떡국

한해의 주요 절기와 명절에도 떡은 빠지지 않는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설날에는 흰 가래떡을 썰어서 떡국을 끓여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겼고, 정월대보름에 찹쌀, 대추, 밤, 잣 등을 넣어 찐 약밥을 먹으면 한 해의 액운을 미리 막아준다고 생각했다.

꽃이 피는 봄, 음력 4월에는 찹쌀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빚고 그 위에 꽃을 올려 기름에 지진 화전으로 계절을 즐겼고, 5월 단오에는 쑥을 넣고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 무늬를 박은 수리취떡을 먹었다.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식물로 재액을 물리치는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으며, 수레바퀴처럼 앞으로의 삶이 술술 잘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겼다. 또 추석 때 먹는 대표적인 절식인 송편은 햇과일과 햇곡식을 수확한 뒤 조상과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음식이다.

충재 권벌 종가의 괴임떡 Ⓒ 문화재청
▲ 충재 권벌 종가의 괴임떡 Ⓒ 문화재청

♣ 떡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난 풍속들

이외에도 떡과 관련된 풍속들은 많다. 먼저 떡으로 점을 치는 ‘떡점’이 있다. 정월 대보름날 한 마을 사람들이 각자 쌀을 가지고 와서 모두 합해 가루를 만든 다음, 각자의 몫을 얻어 떡가루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깔고 한 시루에 쪄낸다.

떡이 쪄진 상태를 통해 신수를 점치던 풍속인데, 자신의 떡이 설익으면 불길하고 잘 익으면 길하다고 여겼다. 떡이 잘 익지 않아 불길한 사람은 액을 피하기 위해 그 떡을 먹지 않고 삼거리나 오거리 복판에 버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떡으로 점을 치는 풍습은 추석 때 먹는 송편에도 있다. 아낙네들이 송편을 빚으며 그 모양에 따라 처녀들은 미래의 남편을, 임산부들은 곧 태어날 아기의 모습을 점쳐보곤 했다.

‘똥떡’에 얽힌 풍속도 재미있다. 우리나라 옛날 변소들은 구멍이 크고 깊은 경우가 많아서 어린아이가 빠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변소에 빠진 아이들은 결국 죽게 된다는 속설이 있어서 이것을 면하기 위해 똥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다.

변소 귀신을 위한 쌀떡을 100개 정도 만들어 변을 당한 아이가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때 아이는 “똥떡! 똥떡!”하고 외치며 되도록 많은 이웃들에게 떡을 나누어야 그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풍습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사를 오거나 개업하면 시루떡이나 백설기를 이웃들에게 돌리며 인사치레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감사의 뜻으로 떡을 돌리곤 한다.

귀한 굴로 만든 밥도둑 어리굴젓
▲ 서애 류성룡 종가에서 송편을 빚는 풍경 Ⓒ 문화재청

‘떡 만들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로 지난 2021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 및 향유되고 있다는 점,

삼국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 떡 제조 방법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점, 지금도 생산 주체, 연구 기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하여 떡을 만드는 전통 지식이 전승 및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정 이유로 꼽혔다.

떡은 한국인의 나눔과 배려의 상징인 동시에, 정을 주고받으며 공동체 구성원의 화합을 매개하는 상징적인 음식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떡을 깊이 음미해봐야 할 이유이다.

■ 나눔의 미덕이 담긴 떡, 그 떡을 만드는 도구들로 그린 나눔의 풍경

떡이 오래전부터 선조들에게 두루 사랑받아온 만큼, 떡은 물론 떡을 만드는 도구와 관련된 속담들도 많다. 시루와 절구, 방아 등은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어느 집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도구들이다. 방앗간이 등장하기 전, 떡을 만드는 과정에 꼭 필요했던 이 도구들과 관련된 속담들을 살펴본다.

♣ 어느 집에서나 쉽게 볼 수 있던 도구들

떡은 곡식 가루를 찌거나, 그 찐 것을 치거나 빚어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된 점을 미루어 보면 고대부터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삼국사기>, <고려사>, <규합총서>, <증보산림경제> 등에도 다양한 떡의 이름과 만드는 방법이 기록돼 있는데, 각종 고문헌에 기록된 떡 종류만 200종이 넘는다. 과거 떡은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지만, 19세기 말 서양식 식문화가 도입되고 방앗간이 증가하면서 떡의 생산과 소비 주체가 분리돼 현재에 이른다.

요즘은 기계를 통해 손쉽게 떡을 만들어내지만, 과거에는 곡식을 빻고 반죽하고 찌기 위한 다양한 도구가 필요했다.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한 절구는 곡식을 빻거나 찧는 데 쓰는 도구다. 통나무나 돌, 쇠 따위를 속이 우묵하게 만들어 곡식을 넣고 절굿공이로 찧는다.

떡 방아질을 하는 사람들 Ⓒ 부산광역시시립박물관
▲ 떡 방아질을 하는 사람들 Ⓒ 부산광역시시립박물관

맷돌은 곡식을 가는 데 쓰는 도구로 둥글넓적한 돌 두 개를 포개고, 위에 뚫린 구멍으로 갈 곡식을 넣으며 손잡이를 돌려서 간다. 방아 역시 곡물을 빻아 가루를 내는 데 쓰는 도구이며, 시루는 떡을 찌는 데 쓰는 둥근 질그릇으로 증기를 이용한다.

자배기(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쩍 벌어진 오지그릇이나 질그릇) 모양으로 바닥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을 통해 증기가 올라와 곡식을 찐다.

맷돌이 위에서 아래로 으깨듯 부수는 도구라면, 절구와 방아는 공이로 내려쳐서 찧는 방식이다. 절구와 맷돌, 방아 등으로 떡가루를 만들면 시루를 이용해 떡을 찌어 먹었다. 요즘에는 생소하나 조선시대만 해도 이들은 어느 집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필수도구였다.

♣ 선조들의 생활과 마음이 두루 담긴 속담들

우리 실생활과 밀착한 음식 도구였던 만큼, 관련된 속담도 다양하게 전해진다. 우선 시루 관련 속담 중 ‘섣달그믐날 시루 얻으러 가다니’가 있다. 섣달그믐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선조들은 이때 떡을 만들어 먹었다. 어느 가정이든 떡을 만드니 시루를 빌리기는 쉽지 않은 날이다.

즉 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안타깝게 애쓰는 사람에게 미련하다고 지적할 때 활용하던 속담이다. ‘시루에 물 퍼붓기’라는 속담도 전해진다. 구멍 난 시루에 물을 붓는 것처럼, 아무리 공을 들이고 노력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쓰는 속담이다.

‘시루에 물은 채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는 속담 역시 시루의 특성을 활용한 속담으로 바닥에 구멍이 뚫린 시루에 물을 채우는 것보다, 사람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더 어렵다는 뜻이다.

‘시루 안 떡도 먹어야 먹는 것이다’는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제 것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긴 속담이다. 이렇듯 시루와 관련된 속담에는 대개 인간에게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느껴진다.

절구 관련된 속담으로는 ‘가을 메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가 대표적이다. ‘메’는 절구공이나 방망이를 이르는 말로 곡식이 많은 가을철에는 부지깽이도 절구공이로 쓰이듯, 추수가 진행되는 가을철에는 언제나 일손이 모자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솥은 부엌에 놓고 절구는 헛간에 두어라’라는 속담도 있다. 선조들은 솥은 부엌에, 절구는 헛간에 보관했다. 이렇듯 누구나 다 아는 일을 자신만 아는 척하는 사람에게 이르는 속담이다.

떡을 만들 때 사용했던 (왼쪽부터) 맷돌, 절구, 시루 Ⓒ 국립민속박물관
▲ 떡을 만들 때 사용했던 (왼쪽부터) 맷돌, 절구, 시루 Ⓒ 국립민속박물관

‘돌절구도 밑 빠질 때가 있다’는 아무리 튼튼한 돌절구도 오래 쓰면 흠이 생기는 것처럼, 세상에 영구불변한 것은 없다는 뜻을 담은 속담이다. ‘집안이 망하려면 개가 절구를 쓰고 지붕으로 올라간다’라는 속담은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개가 무거운 절구를 쓴 채로 높은 지붕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세상에는 때때로 괴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 않은가. 집안의 운수가 나쁘면 뜻밖의 괴상한 일이 다 생긴다는 뜻의 속담이다.

방아 관련된 속담 역시 수두룩하다. 너무나 유명한 속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는 곡식을 좋아하는 참새가 곡식을 찧거나 빻는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욕심 많은 사람은 이끗(이익이 되는 실마리)을 보고 지나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참새가 방아에 치여 죽어도 짹 하고 죽는다’에도 참새가 등장하는데, 아무리 약한 존재라도 괴롭히면 대항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시어머니가 오래 살자니까 며느리가 방아 동티(금기된 행위를 하였을 때 귀신을 노하게 하여 받는 처벌)에 죽는 걸 본다’는 사람이 오래 살면 망측한 꼴을 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죽은 시어미도 방아 찧을 때는 생각난다’에는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아쉬운 일이 생기면 생각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밖에 맷돌 관련된 속담으로는 ‘반반한 숫돌은 부엌에 두어도 얽은 망(맷돌)은 방 안에 둔다’가 있다. 숫돌은 보기 좋게 반반하지만 쓰는 편리에 따라 부엌에 두고 맷돌은 우툴두툴 얽었지만 쓰는 편리를 보아 방 안에 둔다는 뜻으로, 사람이나 물건도 쓸모에 따라 놓는 자리가 다 따로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렇듯 선조들은 속담을 통해 생활 속 지혜를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했다. 공동체 생활이 익숙했던 선조들에게 나의 일은 곧 너의 일이자 우리의 일이었고, 너의 일은 곧 나의 일이었다.

욕심과 미련함을 경계하고, 약한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며, 누구에게나 알맞은 자리가 있다는 교훈. 나눔의 미덕이 담긴 떡을 만드는 도구인 시루와 절구, 맷돌, 방아에 얽힌 속담에는 이렇듯 함께 나누는 삶의 풍경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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