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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5. 먹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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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눈꽃 같은 소금, 빛나고 소중해

눈꽃 같은 소금, 빛나고 소중해

<성경> 마태복음 5장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예수는 부패한 세상을 깨끗하게 해주는 존재로 ‘소금’을 언급한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소금은 더없이 귀한 존재다. 젓갈은 물론,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상상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눈꽃처럼 빛나는 소중한 소금에 얽힌 속담을 들여다본다.

♣ 소금 없는 삶, 상상할 수 있습니까

짠맛이 나는 백색의 결정체 ‘소금’은 물과 함께 인간의 신체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으로 천연으로는 바닷물에 약 2.8% 들어 있으며, 암염으로도 산출된다.

원활한 생리기능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체액 삼투 조절에도 필요하고, 과다하게 축적된 칼륨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도 맡는다. 또한 소금의 나트륨은 알칼리성 소화액의 성분이 된다. 그렇기에 소금 섭취량이 부족하면 소화액 분비가 감소해 식욕이 떨어진다.

또한 체내 나트륨이 부족하면 전해질 부족으로 탈진,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강도 높은 노동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소금 섭취는 필수인 셈이다.

소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암염은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소금으로, 소금 광산을 캐거나 그 안에 물을 집어넣어 녹인 다음 소금물을 채취해 얻는다. 현재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천일염은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눈꽃 같은 소금, 빛나고 소중해 No1.

해수를 염전의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차례차례 옮겨서 태양열, 바람 따위로 수분을 증발·결정시켜 만든다. 정제염은 원염을 녹여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재결정시켜 만든 소금이다. 자염은 천일염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 한반도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던 소금으로 바닷물을 졸여서 만드는 방식이다.

제작과정이 복잡해 값이 비싸지만 다른 소금에 비해 칼슘 함량이 높고 불순물을 걷어내기 때문에 쓴맛이 적다. 그 밖에 천일염이나 암염 등을 물에 녹인 뒤 불순물을 걸러내고 다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드는 재제염, 한쪽이 막힌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다져 넣고 황토로 봉한 후 높은 열에 아홉 번 거듭 구워 얻어내는 죽염 등이 있다.

소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필수 양념 중 하나로 과거에는 아주 귀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천일염 방식의 소금을 생산한 것은 구한말부터였고 그전에는 직접 끓여서 생산하는 자염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소금 한 가마니의 값이 쌀 세 가마니와 비슷했다고 하니 그 가치를 짐작할 만하다.

♣ 소금이 쉴까

베트남에는 ‘연초에는 소금을 사고 연말에 석회를 산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소금을 사는 것은 베트남 사람들이 수 세기 동안 지켜온 전통적인 관습으로, 소금이 악귀를 물리치고 내년에 가정에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소금은 애정과 유대감, 충만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일본에는 ‘나물에 소금 (뿌린 것처럼)’이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보통 채소나 나물의 숨을 죽일 때 소금을 뿌리는 데서 착안한 속담으로 풀 죽어 있는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한다. 국내 속담 중 ‘소금 먹은 푸성귀’가 이와 유사한 뜻으로, 기가 죽어 후줄근한 사람을 비유한다.

또한 유대인 속담 ‘후추 없이는 살아도 소금 없이는 못 산다’에서 알 수 있듯 예부터 귀하게 대접받았던 만큼 소금 관련된 속담에는 그 가치를 드러낸 경우가 많다. ‘평양 감사보다 소금 장수’라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그 어떤 관직도 우리가 사는 데 필수 요소인 소금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는 아무리 좋은 것이 옆에 있어도 직접 움직여 이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쥐가 하룻밤에 소금 한 섬을 나른다’는 속담은 약한 힘이라도 꾸준히 정진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눈꽃 같은 소금, 빛나고 소중해 No2.

소금의 성질을 활용한 속담도 있다. ‘소금이 쉴까’는 좀처럼 상하지 않는 소금처럼, 어떤 일에도 절대로 굽히지 않고 매우 믿음직스러움을 강조하는 말이다.

반면 ‘소금도 곰팡 난다’는 절대 상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소금도 상할 때가 있다는 속담으로, 무슨 일이든 탈이 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금이 쉴 때까지 해보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끝장을 봐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속담이다.

그 밖에 우리와 친숙한 양념인 만큼 일상과 관련된 속담들도 많다. ‘쥐 소금 나르듯’은 조금씩 줄어 없어지는 경우를 뜻하며, ‘소금도 없이 간을 내 먹는다’는 준비나 밑천 없이 큰 이득을 보려 하는 경우를 비꼬는 말이다.

‘소금 실은 배만 하다’는 소금 실은 배는 소금기가 배어 아주 약간은 짜다는 데서 유래해, 아주 먼 인척 관계를 이르는 속담이다. ‘소금 먹은 소가 굴우물 들여다보듯’은 소금을 먹은 소가 목이 말라 깊은 우물을 들여다본다는 뜻으로,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해 애쓰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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