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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미쉐린 레스토랑이 선보이는 여름의 맛

미쉐린 레스토랑이 선보이는 여름의 맛

뛰어난 셰프들은 6월이 되면 분주해집니다. 캘린더의 숫자들이 여름을 가리키는 좌표가 되고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자연과 기후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태양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면 땅의 생명은 무르익고 해수면의 온도가 따뜻해 집니다.

잎채소는 더욱 선명한 푸른빛이 되고 열매는 자신의 이름으로 영글어 가며 어류들은 산란의 시기를 맞아 몸에 살집을 불리어 가죠. 2021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등재된 한식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6월부터 선보이는 여름 메뉴는 한국의 여름을 담은 수묵채색화 같습니다.

그들은 자연에 대한 존중의 마음과 자신의 삶에 있어 행복한 여름 추억을 되살려 지속가능한 미식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혀가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 권숙수

❊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1 2스타

권우중 셰프는 자신의 온 삶을 걸어 한국의 계절 식재료를 탐구합니다. 양념으로 쓰이는 장은 직접 담고 발효시키며 농어민과의 긴밀한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계절에 가장 맛이든 식재료를 공수해옵니다. 이번 여름에는 제철 식재료에 자신이 아버지로서 느꼈던 보살핌의 마음을 맛으로 승화시켜 여름 메뉴를 창조했습니다.

권숙수 레스토랑 딱새우백합죽
▲ 딱새우백합죽

쌀죽을 그리 즐기지 않는 권셰프와 그의 가족들이 유일하게 잘 먹는 것은 백합죽입니다. 백합죽은 은은한 감칠맛이 기품이 있으면서 끝 맛이 깔끔하기 때문입니다. 백합으로 진하게 육수를 낸 후 내장을 제거하고 살만 곱게 다신 후 쌀과 같이 넣어 죽을 쑵니다.

거기에 제주산 아스파라거스와 딱새우를 곁들입니다. 아스파라거스의 아삭함과 새우의 탱글탱글함이 입체적인 식감을 연출합니다. 새우에서 오는 짭조름한 감칠맛도 매력적입니다. 권셰프는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내어주던 정성을 메뉴로 넣어 손님들께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백합은 진하게 육수를 내고 살은 내장을 제거하고 곱게 다진 후 쌀과 같이 죽을 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아삭거리게 볶아내고 딱새우는 향기름에 구워낸 후 백합죽과 같이 먹을 수 있게 담아냅니다. 밥으로 죽을 쑤면 퍼질 수 있지만 쌀로 직접 죽을 쑤면 전체적으로 쫀득한 식감의 백합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권숙수 레스토랑 토종참깨소스의 전복구이
▲ 토종참깨소스의 전복구이

한국 토종 참깨의 풍미는 독특합니다. 한식에는 특히 참깨가 많이 쓰이지만 국산 자급률이 3~4%로 현저히 낮고 한국인 가운데서도 제대로 된 맛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권셰프는 연천에 농사를 짓는 작은 할아버지로부터 그 맛을 배우고 자랐습니다.

그 뛰어난 풍미를 공유하고자 토종 참깨에 닭 육수와 겨자를 배합하여 갈아낸 특제 참깨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부드럽게 증숙하고 다시 구워낸 전복에 다시마 간장 조림을 올리고 여름의 식용꽃인 한련화로 알싸함을 더했습니다. 토종참깨소스가 더해져 은은한 깨향이 밀려옵니다.

권숙수 레스토랑 여름성게
▲ 여름성게

권셰프는 동해안의 여름 제철에 나는 붉은 성게에 주목했습니다. 유명한 스시전문점은 고가의 북해도산 성게를 쓰지만 풍미로 치면 동해안 북부에서 여름에 잡히는 붉은 성게가 더욱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단지 구하기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맛보지 못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는 권숙수의 여름 메뉴로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우선 여름의 초당옥수수를 퓨레로 만들고 토마토와 무 다짐을 깔았습니다. 붉은 성게를 듬뿍 올린 후 감식초와 청귤청으로 만든 젤리를 곁들입니다. 그 주위를 애플민트와 바질로 둘러 냉채로 완성했습니다.

■ 온지음

❊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1 1스타

온지음의 조은희, 박성배 셰프는 한 여름 속에서도 평온과 조화를 추구합니다. 그들의 요리는 무엇을 화려하게 쌓기 보다는 하나의 메인 재료에 과즙이나 채즙을 스며들도록 합니다. 한국의 궁중식과 반가요리 라는 전통적인 미학 선상에 있으면서도 현재에 바라보고 맛보아도 세련됩니다. 그들의 음식은 예술품을 몸에 지니는 것처럼 품격 있는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온지음 레스토랑 전복쌈
▲ 전복쌈

구절판은 아홉으로 나뉜 그릇에 아홉 가지 곱게 채썬 식재료를 밀전병에 싸먹는 요리로 궁중이나 반가에서 유두절(음력 6월 15일)에 먹던 시절식입니다. 다채로운 색상으로 보기에도 아름답고 영양적으로도 균형이 잡혀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온지음에서는 밀전병 대신 1시간 30분 증숙한 전복을 편으로 저며낸 전복쌈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전복은 감칠맛이 은은하여 다른 식재료와 충돌하지 않으며 맛과 영양의 가치를 올려주는 미덕이 있습니다.

특히 버섯, 아스파라거스, 고사리, 오이채, 은행 등을 올려 산뜻하고도 오묘한 맛의 조화를 연출합니다. 재료 하나하나를 곱게 채치는 과정에서 향과 맛이 혀끝에 직관적으로 펼쳐지고 씹기에 부드러우며 먹고 나서 소화도 편한 음식입니다.

온지음 레스토랑 토마토 덕자 솥밥
▲ 토마토 덕자 솥밥

여름에 가장 맛있는 채소 토마토와 바다에서 나는 가장 맛있는 생선 덕자의 만남입니다. 여름 제철인 토마토는 비옥한 땅에서 햇빛을 듬뿍 받고 자라 리코펜과 글루타민산이 풍부하며 색과 향이 싱그럽습니다.

요즘은 사시사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토마토도 있지만 태양빛에 건강하게 그을린 풍요로운 토마토의 맛에 비할 바 못됩니다. 여름 바다의 왕이라 칭송되는 덕자가 바다를 대표합니다. 산란기를 앞두고 몸에 영양분을 가득 채운 덕자는 구이나 찜으로 그만입니다.

쫄깃하게 씹히면서 첫맛은 담담하되 씹을수록 기름지니 혀 위에서 살살 녹습니다. 온지음에서는 토마토를 넣어 밥을 짓고 덕자를 구워 올렸습니다. 솥밥을 비벼먹으면 토마토의 상큼함과 덕자의 감칠맛이 유유히 어우러집니다.

■ 꽃,밥에피다

❊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1 빕 구르망, 그린 스타

한국 친환경 재료의 가치를 최고조로 이끌어 내는 비건 레스토랑입니다. 육류의 소비를 줄이면서 지구를 하루 더 건강하게 만들자는 송정은 대표의 철학은 여름메뉴에도 빛을 발합니다. 콩과 버섯, 해조류의 영양적 가치를 발견하고 한국의 산에서 채취되는 산야초를 활용하여 육식보다 월등히 뛰어난 여름보양식을 창조해 내었습니다.

꽃,밥에피다 레스토랑 청국장살사와 지주식김부각
▲ 청국장살사와 지주식김부각

밭의 소고기 콩과 바다의 검은 영양 덩어리 김이 환상의 조합을 이룹니다. 전통식으로 발효한 생청국장을 으깨지 않고 알콩으로 사용하며 토마토, 양파, 풋고추, 청양고추 등을 배합하고 레몬즙이 스며든 올리브오일 소스로 맛을 냅니다.

살사에는 나쵸가 있어 바삭함을 더해주는 것처럼 청국장 살사에는 김부각이 있습니다. 이곳의 김은 특별히 지주식 김을 선택했습니다. 지주식 김은 밀물에는 김이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에는 햇볕에 노출되도록 하여 생산합니다. 태양빛으로 살균되기에 화학약품이 필요 없고 김 순수한 풍미를 고스란히 유지합니다.

단지 수확량이 많지 않아 비싸고 귀하게 여겨질 따름입니다. 유기농 찹쌀로 풀을 쑤고 지주식 김에 발라 건조한 후 현미유로 튀겨 김부각을 만듭니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역동적이며 청국장 살사의 구수하고도 상큼한 맛을 잘 전달해 줍니다.

꽃,밥에피다 레스토랑 채식육개장
▲ 채식육개장

채개장이라고도 불리는 이 요리는 약초와 산야채의 엑기스를 뽑아낸 보양식입니다. 8가지 약초 - 둥글레, 구기자, 갈근, 당귀, 유근피, 황기, 오가피, 감초 등으로 육수를 진하게 우려 밑국물을 만듭니다. 토란대, 고사리, 곤드레나물은 하룻밤 불려 부드럽게 될 때까지 데칩니다.

고기 식감은 버섯이 담당합니다. 가늘게 찢은 느타리, 숭덩숭덩 썰어낸 표고버섯은 채식육개장에 묵직한 감칠맛을 더합니다. 생강고추기름과 곡물가루, 전통 간장 등을 가미하여 푹 끓여낸 후 하룻밤 동안 숙성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육수와 나물, 버섯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생강고추기름 또한 직접 만들어 사용합니다. 질 좋은 국내산 고춧가루, 생강, 유기농 양파를 해바라기씨유에 넣고 기름을 추출합니다. 숙성시킨 육개장은 손님상에 내기 전 마지막으로 끓여내어 완성합니다. 소화가 편안하고 위장을 건강하게 하면서 몸의 기운을 돋우는 여름의 보약같은 음식 입니다.

■ 황금꽃밭

❊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1 빕 구르망, 그린 스타

한국의 콩에서 우아한 맛을 이끌어 내는 두부전문점 황금콩밭, 이 곳의 여름에는 검은콩이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윤태현 대표는 매일 아침 콩물을 직접 갈아내고 밀을 반죽하여 생면을 만들며 직접 양조하는 탁주까지 준비하여 시원한 여름 보양식을 선보입니다.

황금꽃밭 레스토랑 검은콩국수
▲ 검은콩국수

한 그릇 고소하게 먹으면 풍부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검은콩국수를 선보입니다. 검은콩은 한국에서 약콩으로 불립니다. 백태보다 영양분이 풍부하며 맛 또한 탁월합니다. 눈을 밝게 하고 머리를 검게 하며 해독작용이 있고 갈증으로 몸이 말라가는 병증을 치료하는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콩의 껍질조차 버릴 것이 없고 미세하게 갈아내면 실키한 풍미를 지닌 고소한 콩물이 됩니다. 여기에 매장에서 직접 제면한 중면을 넣습니다. 쫀득하지만 텁텁하지 않고 콩물을 잘 흡수하여 입으로 데려다 줍니다.

시원하게 한 그릇 먹으면 단백질과 지방이 몸을 탄탄하게 만들고 머리카락에서부터 발끝까지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흡수하게 됩니다. 여름에 검은 콩국수를 많이 먹을수록 그 해의 노화는 진행되지 않는다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황금꽃밭 레스토랑 콩밭탁주
▲ 콩밭탁주

매장에서 국산 쌀과 전통 누룩으로 직접 양조하는 탁주는 산미가 특별합니다. 발효도 발효거니와 특별한 숙성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요거트를 먹는 듯 걸죽한 식감에 아카시아 꿀향기가 납니다.

한 모금 목으로 넘길 때 미세하게 발생하는 탄산이 시원합니다. 식사에 곁들이면 흥취가 돋고 먹고 나서 그날 통변까지 도와 날아갈 듯 가뿐한 몸 상태를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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