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오늘도, 새벽보다 더 이른 새벽길을 재촉한다. 찾아오는 모든 사람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고객을 공경하는 마음을 설렁탕 한 그릇에 담아낸다.
그 손에 고객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이 가득하다. 이렇게 문화옥 이순자 대표는 하루도 빠짐없이 고객을 공경해 왔고, 시어머니의 유산을 반듯하게 지켜냈다.
♣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설렁탕은 오로지 사골, 양지, 머릿고기로만 끓여낸다. 깔끔함과 담백한 이 맛을 1952년부터 한결같이 지켜왔다. 어떤 것을 더한 적도 뺀 적도 없다.
그 한결같은 맛은 고객이 대를 이어 찾아오게 만들었다. 많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순자 대표의 손맛을 찾아온다. 이는 이순자 대표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당위성이자,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천이다.
“우리 설렁탕의 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고객들입니다. 야단을 안 맞으려면, 이 맛을 제대로 지켜내야죠.”
♣ 설렁탕, 서민들의 하루를 열다
1952년, 이순자 대표의 시어머니인 고 이영옥 대표는 서울 종로5가에 문화옥 간판을 내 걸고 장사를 시작했다. 이영옥 대표가 연탄불로 끓이고 지은 설렁탕과 밥은 6.25 전쟁이란 혼란한 시기를 살아내야 하는 이들의 허기를 채웠다.
1957년, 서울 을지로4가, 현재 자리한 곳으로 가게를 옮긴 후에도 이 설렁탕은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그때는 직물은 대구에서, 옷은 서울에서 만들었어요. 여기 동대문시장에서 직물 도매가 성행했죠. 또 우리 가게 근처에 사보나상가(아동복 전문상가) 등이 있었어요. 지방에서 옷을 떼러 오는 상인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우리 가게 앞 골목을 지나다녔고, 이 골목은 항상 사람으로 북적였습니다.
통금이 풀리는 새벽 4시부터 우리 가게 빈지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이는 이순자 대표의 하루가 매일 새벽 3시부터 시작하는 연유이다.
새벽 첫 바람을 맞고 찾아오는 고객들을 든든하게 대접하려면, 그 새벽보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 “우리 가게 설렁탕을 드시고 병이 나았다거나 힘을 냈다는 고객이 적지 않아요. 공경심을 담아 설렁탕을 끓여내고 있습니다.”
♣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완성되는 설렁탕 맛
재료 준비, 조리, 고객 응대, 매장 청결 관리 등 설렁탕이 고객 앞에 놓여지기 까지 이순자 대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과 시간은 없다. 그야말로 전천후이다.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드는 것도 철칙이다.
여태까지 매주 300포기 김치의 양념을 만들고 버무리는 일을 손에서 떠나보낸 적이 없을 정도다.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최고의 재료만을 고집해온 고집도 빼놓을 수가 없다. 활용하기가 어려운 도가니와 꼬리뼈를 제외한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 원칙이자 철칙이다.
“시어머니가 고생고생해서 일궈놓은 이 가게와 시어머니가 열심히 연구해서 개발한 이 음식을, 허술하게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고객을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설렁탕을 끓여 왔습니다.”
이순자 대표는 시어머니가 물려준 음식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그 음식의 틀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서 서울식 설렁탕의 특징인 맑고 깔끔한 국물은 더욱 깊어졌다. 2명에 한 접시씩 제공하던 김치를 1인에 1접시로 바꾼 것도 이순자 대표이다.
이렇게 이순자 대표는 설렁탕 맛은 주인장의 성실함과 부지런함, 관심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왔다.
♣ 가업을 이어주다 보람이 되다
이렇게 시어머니의 유산을 반듯하게 일궈온 이순자 대표는 지난 그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에 또 감사하고 있다. 우애 좋게 또 영민하게 대를 이어가는 3남매 덕분이다.
딸 김성원 씨는 “가게에 들어오고 비로소 한평생 어머니가 밤낮 가슴을 들고 살았음을 알게 됐고 그렇게 어머니가 청춘과 인생을 바쳐서 이룬 곳이니 절대로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노고로 만들어진 이 설렁탕 맛을 지금처럼 지켜내겠다”라고 다짐했고, 이에 이순자 대표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미소에 이순자 대표의 보람이 겹쳤다.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공경심을 갖는 것이 최고입니다. 누구에게든지 공경심을 가지고 대하면,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보고 듣고 그대로 일어나는 마음을 다 가라앉히면 내 마음에 지혜가 생긴다고 합니다. 내 마음에 지혜를 발견하라 뜻이죠.”
인터뷰를 막 끝낼 무렵, 이 대표는 이 한 마디를 보탰다. 긴 시간을 감사와 감사의 마음으로 인내해 온 이의 온전한 마음이 담긴 이 말의 울림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