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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4. 절기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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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제철 봄나물 죽순 ─ 죽순나물 먹어보고 상장막대기 팬다

제철 봄나물 죽순 ─ 죽순나물 먹어보고 상장막대기 팬다

봄철 우리 식탁에 오르는 죽순나물은 밥도둑으로 통한다.

생죽순을 데쳐 먹으면 아삭하고, 말려 먹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선조들은 이 죽순나물의 매력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죽순나물 먹어보고 상장막대기 팬다’는 속담이 전해질까. 속담과 함께 죽순의 매력을 살펴본다.

♣ 죽순나물, 얼마나 맛이 좋길래

상장은 죽을 상과 지팡이 장이 결합된 단어로 상제가 상례나 제사 때 짚는 지팡이를 뜻한다. 부친상에는 대나무 막대기, 모친상에는 오동나무 막대기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천원지방 사상에서 비롯됐다. 중국 진나라 때 <여씨춘추전>에 등장하는 천원지방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남’이라는 뜻이다.

부친은 하늘과 같은데, 대나무 역시 하늘처럼 높고 둥글다는 데서 연유해 부친상에 대나무 막대기를 사용하는 풍습이 생겼다. 이와 관련한 속담 중 대표적인 것이 ‘죽순나물 먹어보고 상장막대기 팬다’이다.

상장막대기는 상장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하늘과 같은 부친이 상을 당한 와중에도 죽순나물의 유혹은 이겨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대체 얼마나 맛이 좋길래 죽순나물과 관련해 이런 속담이 전해지는 걸까.

♣ 선조들도 익히 알고 있던 죽순 음식의 매력

죽순은 봄이면 대나무의 땅속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 순을 말한다. 우후죽순, 비온 뒤에 솟아나는 죽순처럼 한때에 무성하게 생기거나 일어나는 모습이란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 봄날 비가 오고 나면 대나무 숲 여기저기서 죽순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데, 그 성장력이 엄청나다.

하루 만에 50cm가 넘게 자라는 죽순도 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우후죽순’인 셈이다. 겨우내 땅속에서 추위를 이기며 봄을 기다리던 죽순을 맛보려면 4월부터 6월까지 채취해야 하는데, 죽순 중 왕대와 솜대, 죽순대의 순이 식용으로 쓰이니 유의해야 한다.

죽순은 90%가 수분이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몸속 나쁜 독소와 물질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게 해준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하고 높은 칼륨 함량으로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죽순이 우리 식탁을 은은한 향과 맛으로 채워준 지는 꽤 오래됐다. 중국 한나라 때 발간된 <주례>에 기록이 남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제사음식으로 죽순이 사용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문헌 <증보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에는 죽순밥·죽순정과·죽순나물 등 다양한 죽순 요리법이 수록돼 있다.

아작거리는 질감과 은은한 향취가 일품인 죽순은 너무 어리면 무르고, 너무 자란 뒤 먹으면 뻣뻣해서 좋지 않기 때문에 땅 위로 올라온 길이가 어른 손으로 한 뼘에서 두 뼘 사이의 것을 채취하는 것이 좋다. 생죽순으로 맛보려면 당일 먹어야 할 만큼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 재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떫은맛과 쓴맛이 강해지며 수분이 줄어들어 특유의 풍미가 옅어진다. 장기간 죽순을 맛보고 싶다면 물기를 빼서 냉동으로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이렇게 다듬은 죽순은 다양한 방식의 요리로 활용할 수 있는데, 특히 대중에게는 죽순들깨볶음이 잘 알려져 있다.

손질된 죽순에 들깨가루와 다진 마늘, 들기름이나 참기름, 멸치육수 등을 넣고 볶는 요리다. 완성된 죽순들깨볶음을 먹으면 꼬들꼬들하고 부드러운 죽순의 식감이 느껴지고, 들깨의 고소한 맛이 진하게 퍼진다. 봄철에 이만한 제철 음식이 또 어디 있을까. 그 밖에도 죽순영양밥, 죽순미나리된장국, 죽순김치, 죽순밥 등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

죽순나물

♣ 죽순 관련 이야기들

죽순과 관련된 속담은 ‘죽순나물 먹어보고 상장막대기 팬다’ 외에도 여러 가지가 전해진다. ‘비 오는 날 죽순 자라듯이’는 비가 오고 나면 죽순이 빠르게 자라듯 아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함을 이르는 말이다.

‘죽순쟁이 한세월’은 죽순이 빠르게 대나무로 자라고 수확 후에도 계속 성장하기에 신선한 생죽순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매우 짧다는 데서 유래된 속담이다. 죽추라는 단어도 죽순과 관련이 있다. 대나무는 늘 푸른 것 같지만 5월 무렵이면 한시적으로 누렇게 변한다.

이는 막 솟아난 어린 죽순에 양분과 수분을 다 내어주느라 대나무가 누렇게 물든 것이다. 누렇게 변한 모습이 마치 ‘대나무의 가을’ 같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죽순과 관련된 속신들도 있다. 죽순이 흉작인 해는 벼농사도 흉작이고, 죽순이 많이 나오는 해는 풍년을 점쳤다. 또한 꿈에 죽순이 나오면 길몽이라 자식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죽순이 한꺼번에 많이 나고 쑥쑥 잘 자라기 때문에 생긴 속신이다. 또 꿈에 죽순을 꺾어서 돌아오면 외손자를 얻을 태몽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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