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그저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봄꽃을 따다가 물에 씻어 말리거나 덖은 뒤 뜨거운 물에 우려 차로 마시면 겨우내 묵은 피로를 떨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손수 만든 우리 꽃차로 봄꽃의 향취를 입안 가득 담아 잠들어있던 활기를 깨워보자
❞♣ 마음에 쉼을 띄우는 매화차
매실나무 꽃인 매화는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워 ‘설중매’라 일컫기도 했다. 매화는 과실과 더불어 여러 효능을 지니고 있어 예로부터 차의 재료로 많이 활용돼 왔다. 고서에는 매화를 달여 마시면 천연두에 효과가 있으며 목 안에 무언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뿐 아니라 갈증과 숙취 해소를 비롯해 임신 초기 입덧으로 인한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증상을 다스리는 데도 매화를 썼다. 매화차의 시원한 맛과 그윽한 향은 절로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듯한데, 실제 매화는 신경과민으로 가슴이 답답한 증상에 효과가 있다.
또한, 마시면 머리가 맑아져 예로부터 심리적 안정을 위해 선비나 스님들이 즐겨 찾는 차였다. 이러한 효능은 현대에 이르러서 잦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직장인이나 머리를 많이 쓰는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이외에도 매화는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노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봄철 푸석한 피부를 촉촉하고 맑게 유지해 주며 탄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기에 미용에 관심이 많다면 매화차를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 매실과 마찬가지로 독소나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적이다.
매화차를 만들려면 매화가 완전히 피기 전에 꽃봉오리를 따서 깨끗하게 손질한 다음 말려두었다가 사용하면 된다. 마른 꽃봉오리를 꿀에 절여 보름 정도 지난 뒤 뜨거운 물에 우려서 차로 마시면 매화의 깊은 향과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 봄철의 노곤함을 깨우는 유채꽃차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봄을 알리는 꽃으로 유명한 유채꽃은 그 쓰임이 유용해 김치나 된장국, 나물 무침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나물에는 주로 잎이나 꽃이 피기 작전의 어린 꽃대가 쓰이며, 씨앗으로는 기름을 짜는데 이것이 우리가 아는 카놀라유다.
꽃은 향기로움을 담은 차의 주재료로, 유채꽃 자체는 맵고 시원한 성분을 가지지만 차로 활용하면 달고 부드러워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유채꽃에는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풍부해 눈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좋고, 몸의 진정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도 있다. 피를 맑게 하는 청혈작용과 혈압을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을 주며, 섬유소가 풍부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식욕을 돋우는 효능도 있다. 신진대사를 고르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기에 노곤해진 봄철, 춘곤증을 깨우는 데 도움을 주는 차다.
유채꽃차를 만들려면 우선 깨끗한 곳에 핀 유채꽃을 채취해 꽃을 소금물에 잠깐 담가두었다가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채에 바쳐 물기를 뺀다. 이후 마른 팬에 유채꽃을 약불에서 덖어주고 식혀주기를 반복하면서 꽃을 바삭하게 말린다.
열을 완전히 식힌 꽃은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고, 마실 때는 유채꽃을 먼저 적당량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1분 정도 우린다. 유채꽃차는 뜨거운 물에서도 꽃 색이 변하지 않아 눈으로도 봄의 생기를 담뿍 느끼기에 좋다.
♣ 기운을 돋우는 목련꽃차
봄철,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나무에 큰 잎이 소담스럽게 핀 목련을 보면 우아한 자태에 넋을 놓고 보게 된다. ‘나무에 핀 연꽃’이라는 이름의 목련꽃은 연꽃만큼이나 차향이 그윽하고, 따뜻한 물에 꽃잎을 우려내면 꽃결이 그대로 찻잔에서 다시 살아나 천천히 보며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다.
백목련의 꽃봉오리를 동의보감에서는 ‘신이’라 일컬었는데, 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의 특성을 담은 것이다. 한방에서는 ‘신이’를 가루 내어 차로 우려 마시거나 솜에 싸서 코에 넣어 코막힘 증상을 다스렸다. 실제 목련꽃차는 기관지 증상을 완화하거나 감기를 예방하는 데 좋다.
따라서 계절이 바뀌는 요즘 같은 시기에 미세먼지 등으로 목이 칼칼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라면 목련꽃차를 곁에 두고 수시로 마시면 좋다.
목련꽃의 경우 꽃을 따 시들게 한 후 꽃차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목련 봉오리를 시들게 한 뒤 펼쳐서 꽃 모양을 만든다. 이후 약불로 시작해 덖음과 식힘을 여러 번 반복하다가 수분이 거의 제거됐다 싶으면 센불에 덖은 뒤 숙성시킨다.
이외에도 목련 꽃봉오리를 깨끗이 손질해 꿀에 재웠다가 2주 정도 숙성시켜 냉장보관 후 차로 마시면 담을 삭이거나 폐를 이롭게 하고 기운을 돋아준다고 한다. 차로 마실 때는 꽃잎의 수로 차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코끝이 시원해지는 특유의 맛과 그윽한 정취를 자아내는 목련꽃차로 이 계절, 피어오르는 봄기운을 느껴보자.
♣ 아름다움을 똧피우는 벚꽃차
화사하게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완연한 봄을 실감하게 된다. 벚나무는 예로부터 민간 약재로 사용돼 왔다. 해수나 천식에는 벚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 마셨고, 벚나무 속껍질은 생선중독이나 버섯중독 등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났을 때나 소화불량, 설사 등에 효과가 있다고 봤다.
벚꽃차는 한방에서도 약이 되는 차로 알려져 있다. 실제 비타민 A, B, E를 비릇해 탄수화물, 칼슘 등의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요즘 같은 환절기에 자주 마시면 봄의 불청객인 황사로부터 기관지와 폐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며, 위장기능 강화, 피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당뇨병, 무좀과 습진, 신염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벚꽃차는 꼭지가 붙은 채로 채취해 물로 씻은 다음 꽃 무게와 같은 양의 소금물에 절여 숙성시킨다. 이후 병에 넣어 냉장보관하는데, 매실초 등을 넣으면 더욱 새콤달콤하게 즐길 수 있다.
찻잔에 벚꽃 두세 송이를 담아 끓인 물을 붓고 1분 정도 우려내 마시면 좋다. 이때 쓴맛이 나는 첫물은 버리고 두 번째부터 우려 마셔야 한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가운 벚꽃차는 덖음차로 만들어도 좋지만, 싱싱한 벚꽃을 깨끗이 씻어 꿀에 재운 뒤 2주 정도 숙성시켜 차로 마시면 그윽한 벚꽃 향과 달콤한 꿀맛, 그리고 찻잔에 화사하게 핀 모습을 모두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