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봄에 시작한 한 해의 농사를 마치는 시기로, 풍성한 수확에 대한 기쁨과 감사함을 누리고 나누는 잔칫날이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이 시기에 나오는 오복백과(五穀百果)로 추석 절기식을 만들어 먹으며, 그 풍요로움을 맛있게 누렸다
❞우리나라 세시명절은 농경의례로, 생업인 농사와 연결이 깊다. 그중에서도 추석은 봄과 여름을 거치며 잘 영근 농산물을 수확하는 시점이다.
각 계절의 다산식품·향미식품으로 만드는 절기식의 특성상 이 수확물은 추석 명절 음식의 재료가 된다. 추석 절기식이 다른 절기식과 다른 점이 바로 이렇게 햇곡식과 햇과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햅쌀로 만드는 추석 송편은 ‘오려송편’이라 부르며, 중화절에 세워뒀던 볏가릿대를 풀어내려 만드는 ‘노비송편’과 구분했다. 여기서 ‘오려’는 ‘올벼’로,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를 말한다. 햅쌀로 지은 밥은 자르르 기름이 돌아, 맛이 유난히 좋다.
이 음식은 추석날 아침 가장 먼저 차례상에 올랐다. 농사를 잘 짓게 도와준 조상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천신하는 것이다. 추석 차례상은 설날 차례상과 그 차림새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햇곡식과 햇과일로 만드는 음식이 오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추석이 되면 일가친척이 모두 모였다. 함께 모여 앉아 명절 음식을 만들며, 그동안의 회포를 푸는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추석의 모습이다.
음식재료가 풍성한 시기인만큼 추석 명절 음식도 매우 푸짐했다. 먹을 사람이 많으니 음식이 풍성한 것이야 당연한데, 사실 이렇게 푸짐하게 만든 추석 음식의 미덕은 ‘나눔’에서 찾을 수 있다. 명절 음식을 이웃과 나누고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미풍양식 중 하나인 것이다.
혼인, 환갑, 잔치 명절 때에 술은 손님 대접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추석에는 햅쌀로 빚은 신도주로 손님을 대접했다. 당연히 수확의 기쁨과 풍년에 대한 기대가 높은 추석에는 그 술 인심이 더욱 후했다.
추석의 넉넉한 인심은 다음의 예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추석 때면 며느리에게 말미를 주어 친정에 근친을 가게 했는데, 떡을 하고 술병을 들고 닭이나 달걀꾸러미를 들고 가도록 했다고 한다.
햅쌀로 만드는 송편은 흰쌀를 빻아 익반죽해 만드는 흰 송편이 기본이지만, 반죽에 음식재료를 더해 색을 내서 만들기도 한다. 《조선요리》에는 ‘송편 껍질에 쑥을 넣어 만든 것은 ‘쑥송편’, 모수잎을 넣으면 ‘모수잎송편’이라고 나와있다.
다산 정약용이 쓴 《다산시문집》에는 여러가지 선미를 담아 차린 임금님 하사 진수성찬에 대한 묘사가 담긴 시편이 있는데, 여기에 임금님이 하사한 꿀을 소로 넣어 만든 ‘대추송편’이 등장한다.
이렇게 추석 명절 음식에는 화려한 멋이 담겼는데,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시절 알록달록 제대로 물든 다양한 색감의 음식재료로 만들어 내는 추석 명절 음식이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 멋은 나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지원하는 ‘음양오행’의 지혜가 담긴 ‘오방색’으로 표현됐는데, 추석 절식 중 하나인 ‘화양적’은 도라지, 소고기, 당근, 버섯, 파 등을 살짝 익혀 꼬치에 꿰어 지진 음식으로, 영양적인 측면보다는 색과 모양의 조화를 중시해 만든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