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선조들은 우후죽순처럼 돋아난 새순을 따다가 한봄의 입맛을 살렸다.
특히 강렬한 향으로 끌어당기는 참죽나무 순, 산채의 제왕이라 불리는 두릅 순,
진한 향과 청량감이 좋은 엄나무 순은 일교차가 크고 무더워진 요즘 날씨에 요리해 먹으면 딱 좋다.
나무순 3총사와 함께 입맛과 활기까지 되찾아보자.
❞♣ 봄 두릅은 금이라고?
두릅은 향긋함과 쌉싸래한 맛이 특징이다. 식감 또한 매력적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두릅을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서걱거리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봄 두릅은 ‘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채의 제왕이라 불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두릅에는 두릅나무 순(참두릅)과 땅두릅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두릅나무에서 자생한다. 두릅나무 순은 새순을 말하는 것으로 나무두릅이라고도 부른다. 채취 가능 시기가 짧고 채취량도 적어 가지를 잘라 하우스 재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독활(바람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도 불리는 땅두릅은 땅에서 올라오는 새순을 뜻한다. 두릅은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것은 물론 비타민 A와 C, 칼슘과 섬유질 함량이 높다.
또한 쓴맛을 나게 하는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어 면역력 향상은 물론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회복에도 좋다. 식용뿐 아니라 한약재로서도 가치가 높은 약용작물로 알려져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유용하다.
두릅 요리라 하면 흔히 짧은 시간에 삶아서 숙회로 맛보는 방법을 떠올린다. 제일 흔하지만, 초고추장 맛이 너무 강해 두릅 고유의 향을 가린다는 단점이 있다. 장아찌로 만들어 먹으면 자연 그대로의 두릅 향을 진하게 즐길 수 있다.
그 밖에도 초밥에 넣으면 상쾌한 봄 향기를 만끽할 수 있고, 비빔밥에 각종 나물과 함께 데친 두릅을 올리면 풍미가 진해진다. 꼬치에다 쇠고기와 함께 끼워 두릅적을 지져 먹어도 좋고, 술에다 담가 약술로 복용해도 좋다. 그 밖에도 두릅밥, 두릅 된장국, 두릅김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 독특한 향이 매력적인 참죽나무 순
높이 20m 정도로 자라는 낙엽 교목인 참죽나무는 광택이 있고 결이 고와서 악기재·가구재로 사용된다. 목재의 질도 좋지만, 무엇보다 천연식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순 요리가 일품이다.
잎을 비롯한 외형이 가죽나무와 비슷해 이름에 혼동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죽나무 또는 가죽나물은 모두 참죽나무의 새순이다. 참죽나무와 달리 가죽나무는 식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죽나무 순에서는 양파 향기가 나는데, 이런 독특한 향 때문에 참죽나무를 ‘향춘’이라 부르기도 한다.
참죽나무 순 특유의 향에 매료된 사람들은 참죽나물을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한다. 사람들이 봄만 되면 입맛을 다시며 참죽나무의 새순을 찾는 이유다. 사람들은 참죽나무의 어린 순이 돋아나면 데쳐서 참죽나물을 해먹는다. 고추장 양념에 무쳐 먹어도 일품이고, 찹쌀풀을 발라 말린 뒤 기름에 튀겨 부각으로 먹기도 한다.
아몬드 슬라이스와 고추장, 호박씨, 땅콩 가루 등 견과류를 곁들인 견과참죽나무순장아찌와 참죽나무 순을 소금물에 데친 다음 튀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참죽순채튀김도 별미다.
♣ 귀신 쫓는 엄나무, 원기 회복에 좋은 엄나무 순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인 엄나무(또는 음나무)는 높이 25m에 달하는 거목으로 군집성이 없다. 나무는 가구와 건축, 악기 등에 사용될 수 있고 속껍질이나 뿌리는 술을 담그거나 약재료로 사용한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나무 중 눈에 띄게 가시가 많은 편으로, 이런 외양 때문인지 과거 민간에서는 엄나무가 귀신을 쫓는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아쉬워 엄나무 방석’이라는 속담도 전해지는데, 이는 가시방석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른다.
엄나무의 새순은 ‘개두릅’이라고 부르며, 참두릅보다 향이 진하고 청량감이 도는 쌉싸래한 맛이 특징이다. 원기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좋고 관절염과 종기, 암, 피부병 등 염증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만성 간염 같은 간장질환에도 효과가 크다고 전해진다.
엄나무 순은 봄철에 연한 새순을 살짝 데쳐 양념을 해서 먹으면 좋다. 쌈장과 들기름, 마늘을 넣어 나물 요리로 즐길 수 있고 간장과 식초, 설탕과 물을 희석해 만드는 엄나무 순 장아찌도 별미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엄나무 전은 춘곤증을 달아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