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지만, 명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즐겨 먹는 것이 있다. 떡이다.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주전부리의 대표주자, 떡은 머나먼 옛날은 물론이고 지금도 우리의 곁에서 함께한다.
일상 깊숙이 자리한 채 지금도 누구나 가볍게 떡을 즐기고 있건만, 우리는 아직도 그 맛있고 건강한 디저트에 관해 잘 모른다. 어디서 어떻게 떡을 즐겼는지, 떡의 종류가 지역이나 재료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궁금한 이들을 위한 공간이 종로에 있다.
♣ 한국의 전통음식 문화에 대해서
떡박물관은 서울 종로3가에서 돈화문으로 이어지는 길에 자리한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이 직접 수집해 온 부엌 조리도구 등을 중심으로 전시를 마련한 것이 떡박물관의 시작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전통음식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것이 박물관을 열게 된 이유라고. 2002년 개관한 이래로 떡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전통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전문 기관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떡박물관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2층 ‘부엌박물관’ 그리고 3층 ‘떡박물관’이다. 먼저 부엌박물관에서는 관혼상제로 이어지는 ‘통과의례’ 상차림부터 부엌의 모습, 명절과 24절기마다 차려 먹는 음식들 그리고 김치와 장독대 등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꽤 상세한 설명이 전시물 옆에 곁들여져 있으니 천천히 살펴보자.
통과의례를 차례로 구성한 공간부터 흥미롭다.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는 혼인을 시작으로, 자녀가 태어나 백일상을 차리고, 돌잡이를 하는 것, 책거리(책례),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 그리고 회갑례와 상례까지 한 사람의 일생 순서대로 전시물을 나열하고 있다.
개성 지역 전통 혼례의 상차림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지역별로 조금씩 통과의례 상차림의 형태가 다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의례 때마다 먹는 음식의 차이, 상차림의 규모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경한 풍경인 전통 부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아궁이와 가마솥, 찬장과 개수통 등을 비치해 옛날 부엌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닌,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졌다는 설명을 통해 우리 민족이 부엌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전통 세시풍속의 모습인 단오의 풍경을 종이 인형으로 구현해 둔 공간으로 향한다. 시절과 연관이 있는 음식을 차례로 소개하는 구역이다.
삼짇날 진달래꽃을 찹쌀가루 반죽에 올려 부쳐냈던 진달래화전,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유두절에 먹는 사화병·증편·건단·수단 등의 음식들, 삼복 때 먹는 삼계탕, 추석을 대표하는 송편,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동짓날에 먹는 팥죽 등 다양한 전통음식이 우리의 세시풍속과 함께 이어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우리네 떡에 담긴 깊은 이야기
3층 떡박물관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떡을 다루는 공간이다. 단순히 음식이나 디저트로서의 떡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담긴 정수라는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떡이 한국인의 생활과 의식에 깊이 자리해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이른바 ‘소울푸드’라는 의미다.
어디 그뿐일까. 떡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재료를 절묘하게 배합해 질감과 맛, 향에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점. 지역과 계절에 맞게 끊임없이 변신한다는 점도 언급한다. 우리의 삶에 맞는, 우리의 자연에 맞는 건강식으로서의 떡을 강조하기도 한다.
수십 종의 떡 모형도 눈길을 끈다. 직접 맛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정교하게 만든 모형을 살펴보며 그 맛과 향을 가늠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거나, 지역의 특색을 담은 떡은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기도 하다.
한때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며 제주도의 필수 기념품으로 자리를 잡았던 ‘오메기떡’이 생소한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는 부분에서는 깜짝 놀라고 만다. 원래 전통적인 오메기떡은 바로 이런 모양이라고.
우리가 여태 먹었던 떡이 전부가 아니다. 조개 모양으로 빚어낸 ‘조개송편’, 두 개의 떡이 만난 것 같은 모습을 한 ‘쌍개피떡’, 겨울에 화톳불 옆에서 먹으면 상큼함이 배가될 것만 같은 ‘감로빈’과 같이 생소한 떡도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어디서 맛볼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떡을 다양한 분류법으로 소개하는 내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계절이나 절기,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떡의 종류는 물론이고, 떡을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차를 마시는 문화와 함께 우리의 앞에 놓였다는 한과도 잊지 않았다. 떡과 함께 우리의 심심한 입을 책임져주고 있는 한과 또한 그 재료와 모양, 제조법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약과, 쌀엿강정, 유과 등등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우리의 전통 한과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살펴보자.
떡의 예쁜 모양을 완성해주는 떡살에 관한 전시도 흥미롭다. 그저 예쁜 무늬만 넣으면 되는 줄 알았건만, 문양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한단다. 수레바퀴 문양은 만사형통을, 별 문양은 부귀와 건강을 상징한다고. 이 전시를 둘러본다면, 앞으로 떡을 먹을 때마다 문양을 살펴보게 되지 않을까.
3층 전시관에서는 꾸준히 특별기획전도 열린다. ‘쌀, 우리 음식으로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특별기획전은 식재료로서의 쌀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구석기 시대에 탄화된 볍씨가 발견된 시기를 쌀 문화의 시작으로 소개하며, 삼국 시대 후기부터 우리 민족의 주식이 되었다는 이야기 등등 흥미진진한 내용을 부시, 채칼, 솥솔과 같은 관련 유물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칠첩반상, 구첩반상이 무엇인지도 직접 만나보자. 쌀로 담그는 술 ‘막걸리’나 ‘약주’와 쌀로 빚는 떡, 화전 등을 곁들여 먹는 우리 민족의 모습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볼 만하다.
♣ 떡, 직접 만들어볼까?
떡박물관을 더욱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떡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하루 두 차례,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떡을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통 문양을 담은 꽃산병과 외국인들에게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매화떡을 직접 빚어볼 수 있다. 체험 요금은 1인당 1만 원, 입장료는 별도. 재료 준비를 위해 예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