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소울푸드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김치’라고 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 수백 년간 우리 밥상을 지켜온, 원조 밥도둑이지 않은가. 그만큼 김치는 우리의 음식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죽하면 우리의 밥상을 ‘몇 첩 반상’이라고 이야기할 때조차 김치는 셈하지도 않았을까. 그만큼 김치가 우리에게는 당연하고, 필수적으로 여겨졌다는 방증이다. 대체 김치는 무슨 음식이길래 우리의 마음을 이리도 빼앗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아주 적당한 장소가 종로에 있다.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 자리 잡은 ‘뮤지엄김치간’이 그곳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김치와 김장 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한다는 사명을 갖고 운영하는 김치 전문 박물관이다.
♣ 국내 최초의 김치 박물관 탄생하다
뮤지엄김치간은 1986년, 김치를 주제로 다루는 박물관으로는 국내 최초로 탄생했다. 서울 중구 필동에서 시작해 코엑스몰 등을 거쳐, 2015년 4월 지금의 위치인 인사동 거리에 자리를 잡은 뒤 ‘김치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뮤지엄김치간’으로 변경,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김장 문화를 알리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4만 명, 누적 방문객 14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인기가 높은 박물관이다.
믿기지 않는다고? 2015년, 미국 CNN이 뮤지엄김치간을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 중 한 곳으로 꼽았으며(11 of the world's top food museums, Tamara Hinson, 2015), 글로벌 매거진 <엘르데코(ELLE DECOR)>에서도 세계 최고의 음식 박물관 12개 중 하나에 선정하기도 했다(12 Best food museums around the world, Rachel Swalin, 2017).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뮤지엄김치간을 반드시 방문해야 할 박물관 중 하나로 점찍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치간이라는 이름은 ‘김치’에 곳간, 찬간, 수라간 등 음식을 다루는 공간 뒤에 주로 붙는 접미사 ‘사이 간’을 더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김치에 관련된 전시만 있는 곳이 아닌, 김치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김치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가볍게 둘러보기만 해도 좋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김치를 담가보는 것은 더욱 좋다. 자, 김치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를 마쳤다면 바로 출발해 보자.
♣ 김치 주제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다
뮤지엄김치간은 체험형 디지털 전시로 공간을 꾸며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유서 깊은 안동 농암종택에 전해져 내려오는 김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곧이어 전국 각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김치들, 과거에는 어떤 김치를 먹었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로 이어진다. 영상과 음성, 게임은 물론이고, 직접 만지거나 관찰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이 김치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김치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살펴보자. 뮤지엄김치간은 여러 전시물을 통해 선조들이 김치를 장독대에 보관했던 이유, 우리의 김치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 만들어 먹는 유사한 종류의 음식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김치와 발효에 관한 과학적인 원리를 배울 수 있도록 꾸민 ‘과학자의 방’도 꼭 둘러보자. 전자현미경을 통해 유산균이 김치를 맛있게 발효시키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박물관, 정말이지 김치에 관해서 만큼은 진심이다. 아삭, 아삭. 계단을 오를 때마다 김치 먹는 소리가 들리기까지 한다. ‘김치로드’라고 명명된 길이다. 왠지 모르게 청량한 소리가 침샘을 자극한다. 김치로드를 지나면, 우리가 먹는 김치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는 전시가 이어진다.
특히 이곳에 마련된 ‘김치움’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전시다. 김치움은 하나의 거대한 김치냉장고를 보는 듯하다. 김치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난생처음 접한 김치의 맛은 어떤지 호기심이 동하기도 한다. 한국의 김치와 세계 절임 채소를 각각 스무 가지씩 비치해 두고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치가 세계 각지의 절임 채소류와 다른 점을 살펴볼 기회인 셈이다. 김치 공부방에서는 일곱 가지의 궁중 김치를 담그는 방법, 재료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배워볼 수 있기도 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가 다른 지역의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직접 경험하다
2013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행위만을 두고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한 것은 아니다. 김장을 위해 가족이 모이고, 김치를 나누는 행위 모두를 두고 인류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제도적으로 보호한다. 김치를 비롯해 김치를 담그는 문화 전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김치와 조금 더 친해질 시간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해 보자. 대가족이 한데 모여서 하는 김장은 아니겠지만, 여기서도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김치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우리의 김장 문화를 소소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준비해야 할 것은 김치를 맛있게 만들겠노라는 다짐 하나뿐이다. 재료부터 레시피까지, 나머지는 뮤지엄김치간 측에서 전부 준비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뮤지엄김치간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김치학교’다. 김치를 직접 담가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 외국인, 가족 등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누어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치학교는 강사의 설명에 맞춰 김치를 담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맛보고 즐기기만 했던 김치에 어떠한 재료가 들어가는지, 어떤 순서로 담그는지에 관한 정보는 물론, 알맞은 보관법 등등 김치와 관련된 상식을 배워볼 수 있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자신이 담근 김치를 직접 들고 갈 수 있다. 집에서 다시 만들고 싶다면, 함께 제공되는 레시피 페이퍼를 꼭 챙기기를 권한다. 그 밖에도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수시로 개발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뮤지엄김치간의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모든 체험은 사전 예약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