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한식은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중국음식, 일본음식이 인기를 많이 얻었으나 최근 들어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여기에는 ‘한식은 곧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소장은 한식이 주목 받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윤숙자 소장은 한식을 소개하기 위해서라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달려간다. 올해에만 벌써 20회 가량 국외출장을 다녔다. 지난 달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의 한국관에서 7~8가지 종류의 김치와 온갖 장류 등 한국의 발효음식을 소개하고 전통주 만들기를 보여주었다.
또, 김치를 넣은 파스타, 에스까카르고 (프랑스식 달팽이요리), 타코, 오코꼬노미야키 등 다양한 각국의 음식과 함께 전통 발효 술로 만든 칵테일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식의 맛 비결에 대해 윤 소장은 발효시켜 만든 장류로 양념을 만들어 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념’은 곧 ‘약이 된다는 생각으로 넣었다’는 뜻인 ‘藥念’에서 나온 말”이라며 “한식이 특별한 이유가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주재료의 맛을 살리는 양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윤 소장은 “지난 달에도 중국 연변과 베트남 하노이 관광대학 교수들에게 한식 요리를 가르쳤고 10월 초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5개국 스타셰프들이 한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며 앞으로도 한식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소장을 만나 한식의 해외 인기와 한식 소개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Q. 한식이 어떤 점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외국인들이 한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름지지 않고 사철 자연재료를 쓰며 발효음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잡채, 국수 등 모든 음식에 녹색,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검정색의 오방색이 살아있어 보기에도 아름답다. 그리고 ‘약과 음식의 뿌리가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원리’가 담겨있어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외국인들도 한식이 건강식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서 한식에 대한 인기가 최근 5~6년 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한식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
Q. 최근 중국 연변, 베트남 하노이대학 등 해외 유수 관광대학에 한식 강좌를 개설하였고 내년에는 LA에 한식조리학교를 설립한다고 들었다. 해외에서는 한식 재료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선호하는 입맛도 다른데 각 국가 혹은 지역별 맞춤 전략이 있나?
그럴 때에는 그 나라의 식재료를 대체해서 한다. 잡채를 예로 들면 시금치가 없다면 대신에 오이를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재료가 바뀌긴 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양념이 같으니까 큰 차이는 없다.
떡갈비의 경우도 갈비뼈에 다진 갈빗살을 양념해서 뼈에 붙여 굽는 것이 맞지만 뼈를 못 구하는 경우 새송이버섯이나 아스파라거스를 겹쳐서 뼈 대신 쓰기도 한다. 재료는 다르더라도 양념은 우리 것이 들어가니까 전혀 다른 맛이 나오진 않는다.
중국의 경우 해물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서 잡채에 들어가는 소고기를 해물로 대체하거나. 일본인들이 우엉을 좋아하므로 잡채에 우엉을 채썰어 볶아 넣어주기도 한다.
전통 잡채를 보여주고 현지 재료에 맞게 대체하는 방법을 같이 소개하는 식이다. 나라마다 좋아하는 식성과 입맛을 고려해서 하므로 반응이 매우 좋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많이 필요하므로 해외에 나가면 식재료 조사를 위해 늘 현지의 재래시장과 마트, 백화점부터 찾는다.
Q. 지난해 샘 카스(Sam Kass) 백악관 수석주방장에게 한국 전통음식 조리법을 알려주었다. 어떻게 한식에 대해 알고 윤소장을 찾게 된 것인가?
그 인연은 생각할수록 뜻 깊은 것 같다. 작년 7월 미국 독립기념일 무렵에 휴가를 받은 샘 카스 수석주방장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에 가서 한국음식을 배워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국에 왔다.
미국 대사관 문화담당관의 소개로 카스 주방장을 만나 한식 요리를 열심히 가르쳤다. 방문한 계절이 여름이라 불고기, 삼계탕 등을 가르쳤는데 역시 백악관 조리사는 다른 점이 있었다.
교육을 아주 열심히 듣고 연구소에서 직접 담그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정말 진지하게 음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햄버거 드시지 않도록 어서 돌아가서 한식 요리해드려야겠다”며 농담도 했다.
카스 주방장은 지도를 정말 잘 따라왔다. 장독대에서 일일이 신중하게 맛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저를 백악관으로 초대하겠다고 했다.
의례적인 인사인줄 알았는데 올 2월 진짜로 초대를 받게 되어 백악관에 갔다. 백악관 주방을 직접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모두 인사를 나눴다. 그때 가져간 수공예품 등 선물에 대해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Q. 가족 혹은 친구들을 위해 한식을 요리해 주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추천하는 한식과 간단한 조리법을 소개해 주신다면?
가을이라는 계절을 고려해서 닭찜을 추천하고 싶다. 봄에 태어난 병아리가 열심히 자라나면 아주 햇닭이 살이 올라 튼실하고 좋다. 그래서 요즘은 닭찜을 먹으면 좋은 계절이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것은 도라지 같은 뿌리채소이다. 가을 토양의 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으므로 우엉, 연근, 도라지 더덕 등 뿌리채소를 많이 해서 드시길 권한다.
♣ 재료 및 분량
닭 반마리, 표고버섯 2장, 양파 80g, 은행 8개, 달걀 1개 식용유, 양념장, 물 300g
♣ 만드는 법
1. 냄비에 물을 붓고 센 불에 5분 정도 올려 끓으면 닭을 넣고 2분 정도 튀한다.
2. 냄비에 닭을 넣고 양념장의 1/2량과 물을 넣고 센불에 3분 정도 올려 끓으면 중불로 낮추어 20분 정도 끓이다가 나머지 양념장 1/2량과 당근을 넣고 10분 정도 더 끓인다.
3. 국물이 자작해지면 표고버섯과 양파를 넣고 5분 정도 더 끓이다가 은행을 넣고 국물을 얹으며 윤기 나게 3분 정도 졸인다.
4. 그릇에 담아 황백지단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