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 아이들은 딸기가 겨울 과일인 줄 안다.
❞한 겨울에 산딸기를 먹기 위해 산을 헤매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세대라면 겨울딸기는 과학의 발달로 인한 귀한 호사이다. 그러나 요즘 세대 아이들은 딸기가 겨울 과일인 줄 안다. 제철 과일의 구분이 없는 시대에 과일, 채소 저장법에 대한 옛 문헌을 본다면 참 유별나고 소란스럽다고 할 것이다.
매일 매끼니 식량을 수렵 채집하는 고단한 원시선사시대를 거치면서 인류는 식품을 보관하고 저장하는 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농경사회에 와서는 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였다. 배고프지 않은 삶에 대한 열망은 계급사회를 불러 일으켰고, 상위 계급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것을 떠나 미식이라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여 식문화 발달에 비약적인 발달을 가져 왔다고 볼 수 있다.
♣ 미식의 중심에는 저장음식이 있다
돈만 내면 언제든지 욕구를 채울 수 있는 현대와는 달리, 과거에는 식품을 저장하여 신선하게 즐기는 것이 미식의 척도였다. 그 중 제철 채소와 과일을 저장하여 두고두고 먹는다는 것은 최상위 계급의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 인류 최초의 식품저장법은 바로 말리기 혹은 건조이다.
우연히 채집한 식재료의 수분이 증발하여 형태와 질감이 변하였으나 섭취하는데 이상은 없었다. 특이하고 미묘한 맛과 식감을 가지게 되면서 하나의 저장법으로 발달하였다. 여기에 소금을 뿌리거나 다양한 양념을 하는 염장, 당장 등의 방법까지 탄생했다.
식품의 수분을 탈수하여 건조 보관하는 방법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같은 고서에 기록될 정도로 가장 오래되고 신뢰할 수 있는 식품저장법이다. 사실 식품저장법은 하나의 기전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너무 많다.
♣ 아무래도 건조를 하면 본연의 식감이나 풍미가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저장법은 계속 발달하였다.
군학회등의 문헌에서 과일과 채소 사이에 마른솔잎, 모래, 종이와 재, 동청, 빙수 등을 뿌리거나, 식품과 식품사이에 담가 보관하는 방법이 생겨났다.
또한 땅에 묻거나 얼음에 파묻어 식품을 보관했다는 증거인 석빙고 등을 보면 미식가들이 제철의 신선식품을 보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은 공기를 차단하는 방법, 자외선을 조사하는 방법, 약품을 처리하는 방법, 냉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 현대적 식품저장법의 효시가 되고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식품을 저장하다 보니 천천히 부패하거나 변질되는 과정에서 초나 지, 술등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식품이 변해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상태를 발효라고 하는데, 이것이 또 다른 식품이 되고 저장법이 되었을 것이다. 한식의 근간이 되는 발효음식은 어찌 보면 제철 식품을 가장 자연스럽게 먹고자 하는 노력에서 탄생하였다.
♣ 한국음식은 풍류의 음식이다.
봄에는 꽃으로 만든 화전을 먹고 여름에는 석빙고에 얼음을 저장해서 겨울을 느낀다. 곡식을 수확 후 오곡백과를 저장해 일 년 내내 가을을 먹고, 푸성귀 채소를 김치로 만들어 겨울에도 사계절을 즐기는 민족의 음식풍류는 식품저장법과 그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 개화기로 넘어오면서 일본을 통하여 서양 문물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고 시절음식 등 민족 고유의 식생활 문화에 위기를 맞았다.
서구식 영양이론과 조리법, 가공법이 들어오게 되면서 전통 조리법이나 저장법 등은 외면 받았다. 나아가 1970년 대 공업화, 산업화를 거치게 되며 식문화와 국민건강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였다.
외식이나 즉석식품, 공장제 식품 등의 발달은 가공 식품, 외식 식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생겼다. 이에 대한 역반응으로 건강, 로하스, 자연 등에 관한 식품코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과거의 슬로푸드, 건강조리법, 저장법에 대한 회귀로 이어지고 있다. 혹자에게는 이 또한 금전적 대가만 지불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허나 요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온고지신”이라. 짧은 한 철 영양과 풍미가 오롯이 남은 제철 과일과 채소를 저장하고 즐기는 그 유난스러운 수고와 노력이 나만의 작은 음식풍류가 되었으며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