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제철 해산물을 꼽으라면 전어, 대하를 빼놓을 수가 없다.
코로나19로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집에서 대하를 먹기는 좋은 때다.
❞항상 이맘때 즈음이 되면 음식점에 가서 가을철에 나오는 전어나 대하를 먹었지만, 이제는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일상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집에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제철 해산물을 먹으면서 조금 더 화목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 속에서 가을이 시작되는 처서에 맛이 좋다는 대하를 구매해 본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제철 식재료를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며 싱싱한 대하를 소금구이로 먹으니, 코로나19와 무더운 더위에 지친 마음과 원기가 회복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대하를 대중적으로 먹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역사서에서 여러 번 언급된 바 있다. 중국 명나라 약학서인 [본초강목]에 따르면 “대하는 신장을 강화시켜 양기를 돋우는 효능이 있다”고 나온다.
다른 문헌인 [동국여지승람]에는 대하가 경기, 충청, 전라, 황해, 평안, 서해 5도의 토산물로 소개되어 있으며, [자산어보]에도 “대하는 빛깔이 희거나 붉다. 흰 놈은 크기가 두 치(한 치는 약 3㎝), 보랏빛인 놈은 크기가 5~6치에 이른다”라고 했다.
[난호어목지]에서는 “빛깔이 붉고 길이가 한 자 남짓한 것을 대하라고 하는데 회에 좋고, 국으로도 좋고, 그대로 말려서 안주로도 한다”고 적어두기도 했다.
♣ 대하 하면 태안, 그중에서도 안면도 대하
조수가 편안히 누워 쉴 수 있다는 의미의 안면 安眠 이라는 단어를 이름에 품은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지명처럼, 안면도는 지형이 낮고 잔잔한 것이 특징이라 물이 빠질 때면 조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찾아온다.
또한 풍광이 좋은 해수욕장도 많지만 항구도 많다. 이런 안면도의 가을 먹거리를 대표하는 해산물은 여름이 한창 무르익을 때부터 가을까지 나오는 대하이다. 대하 하면 태안, 그중에서도 안면도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곳에서 잡히는 대하가 충남 지역 대하 어획량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남북 길이 24km, 동서 길이 5.5km로 남북으로 뻗어 있는 안면도와 태안을 연결하는 안면대교를 지나면, 첫 번째 항구인 백사장항에 다다르게 된다.
가을을 맞이한 백사장항에서는 10여 척의 어선이 대하잡이에 나서 하루 평균 1t을 잡아 올린다고 한다. 산지에서는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지만 1kg에 3만원 초반에서 4만원이면 대하를 맛볼 수 있다.
♣ 대하와 흰다리새우 구분하기
‘사리다’라는 옛말에서 비롯된 새우는 도화새우,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독도새우 등 90여 종에 이른다. 그중 대하 大蝦 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왕새우라고도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새우와 다른 점은 크기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새우에 비해 먹을 것이 많고 맛도 좋아 단독 식재료로도 많이 쓰이며, 쫄깃하고 단단한 살과 달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자연산 대하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순간 죽는다. 또한 새우 중에서도 바이러스에 취약해 폐사율이 높기 때문에 양식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제철인 가을에 생물로 유통된 이후에는 냉동하여 판매한다.
간혹 식당에서 살아있는 새우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중남미가 고향인 양식 흰다리새우라고 보면 된다.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언뜻 보면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꼬리가 분홍색을 띠면 양식 흰다리새우, 뿔이 머리보다 밖으로 길게 나오면 자연산 대하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렇게 외관상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맛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 바다로 나갔다 가을이 되면 돌아오는 대하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대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또한 타우린, 키토산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어 뇌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고, 독소를 배출하는 것에 도움을 주어 간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하는 4~6월경 서해 연안 하구 부근의 진흙질, 수심 50m 아래의 얕은 바다에 산란을 한다. 산란을 마친 대하는 좀 더 깊은 바다로 나갔다가, 몸집이 한 뼘 이상 커지는 9월부터 다시 찾아와 11월 말까지 머문다. 이 시기의 대하는 살이 통통하고 맛도 탁월하지만 영양도 좋다.
따라서 대하 축제는 제철인 10월에 열린다. 대명, 소래, 태안, 보령, 남당, 무창포, 홍원, 마량, 군산에서도 대하가 나오지만, 축제는 보통 안면도, 남당, 무창포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하 축제는 만나볼 수 없지만 그래도 안면도에 방문하면 대하를 맛볼 수 있다.
해산물이 많이 생산되는 안면도답게 새우, 꽃게 등을 튀긴 먹거리는 기분 좋은 덤이다. 거기에 가을 전어, 조개의 왕이라는 키조개와 가리비 등 가을의 다른 먹거리까지 한가득 만나볼 수 있다.
♣ 대하를 요리하는 방법
대하는 집게로 잡기도 힘들 만큼 파닥파닥 거리는 것이 힘이 좋다. 이런 대하를 쉽게 요리하려면 찌거나 구우면 된다. 10년 전부터 대하장이 도시에도 많이 등장했다.
안면도에서는 물이 좋은 대하는 팔고, 머리나 꼬리가 떨어져 상품가치가 없는 대하로 장을 담갔다고 한다. 또, 대하를 살짝 쪄서 짚으로 소금 간을 하고 조기처럼 엮어서 말린 대하는 조선시대 궁중 찬품의 하나였다고 하는데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다.
대하를 이용한 요리도 다양해졌다. 꽃게와 된장을 베이스로 하여 끓여내면 그 시원함이 좋고, 튀김 역시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작은 인삼을 잘 다듬어서 대하와 함께 샐러드 소스를 더하여 내놓는 대하샐러드나 미나리와 야채를 넣고 간장을 베이스로 한 특제소스로 만드는 대하간장찜도 색다른 맛이다. 코로나19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대하를 즐길 수는 없지만, 안면도의 대하는 여전히 가을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
♣ 포기할 수 없는 대하의 머리
대하의 진미를 아는 사람은 머리만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살만 있는 배보다 내장의 육즙이 더해져 감칠맛이 난다. 대하의 머리를 바삭하게 구우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몸통을 구워 먹고 나서 두 배 정도의 시간을 들여 바삭하게 구운 대하머리구이를 가장 좋아한다. 버터를 넣고 구우면 더 고소해지지만, 소금에 구워 담백한 맛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하구이의 정점은 이 머리에 있으니, 머리를 떼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대하를 넉넉하게 샀기 때문에 오래간만에 대하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었다. 가을의 맛 대하를 맛본 후,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이제 어떻게 일상을 보내야 할지 노선 전환을 하고 있다.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보니 추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곧 찬 이슬이 맺히는 절기인 한로이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다. 당분간은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이 지속되겠지만, 그래도 가을을 알리는 대하의 맛은 여전할 것이다.
충청남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지형으로 비옥한 평야를 보유하고 쌀 생산량이 많다. 구릉지가 많은 북부지방에는 과수원이 널리 분포해 있으며, 서해안에 닿아 있는 지역에는 수산업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인지 충청남도의 도시들을 생각하면 다양한 작물과 해산물이 함께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충청남도의 특산물을 하나 꼽자면, 단연코 가을에 제철을 맞은 대하일 것이다.
♣ 안면도 백사장항 대하 축제
안면도는 뻘이 많은 서해안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맑고 고운 모래가 있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인지 이곳의 대하는 담백함과 감칠맛이 뛰어나다. 또한 특유의 탱글 거림과 쫀득한 식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인기가 높다.
안면읍 북단에 위치한 백사장항은 자연산 대하의 전국 최대 집산지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축제가 열리지는 않는 것 같지만, 매년 10월이면 <안면도 백사장항 대하 축제>에서 달고 맛있는 대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맨손으로 대하 잡기 등과 같은 흔치 않은 체험도 가능하고, 대하와 비슷하게 생긴 흰다리새우, 타이거새우 등 다양한 새우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개최 시기 : 매년 10월 중
• 개최 장소 :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백사장항)
• 주최·주관 : 안면도 백사장대하축제 추진위원회
♣ 홍성 남당항 대하 축제
홍성 8경에 속하는 남당항은 충남 서안과 안면도 사이의 좁고 긴 천수만에 위치한 청정 어항이다. 남당항에서는 항상 푸른 바다와 우럭, 새조개, 꽃게, 새우 등 사시사철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어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특히, 10월이면 대하를 찾아 전국에서 모여드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진행되는 축제에서는 맨손 대하잡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에 싱싱한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아쉽게도 올해는 안전을 위해 축제가 취소되었으나 내년을 기약해보자.
• 개최 시기 : 9월~10월 중
• 개최 장소 : 홍성 남당항 일원
• 주최·주관 : 남당항 대하축제 추진위원회
♣ 새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