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길에 들린 충북 영동의 한 돈가스 집에서 ‘과연 영동’이란 생각이 든 것은 그 가게에서 와인으로 숙성한 돼지고기로 돈가스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영동에서 나는 와인으로 원료육을 숙성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과연 영동’이란 생각은 돈가스 가게 앞에 진열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포도 상자들을 보고 난 후 찾아왔다.
그때처럼, 지금 충북 영동에는 보랏빛 맛이 가득 들어차고 있으리라. 과연 ‘포도의 고장’답게 말이다.
❞♣ 과일의 고장 영동의 축소판 ‘과일나라 테마파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충북 영동을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충북 영동에서는 포도, 감, 사과, 배, 자두, 수박, 샤인머스켓, 체리 등 갖가지 과일이 나고 있다. 과연 ‘과일의 고장’이란 위용에 맞게 말이다.
소백산맥 추풍령 자락에 위치한 영동은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과일이 당도가 높고, 특유의 향과 맛도 갖췄다.
‘과일의 성지'란 영동의 정체성은 영동역 앞에 세워진 시계탑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과일나라 영동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영동의 ‘과일나라 테마파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과일’을 주제로 조성된 우리나라 유일의 테마파크로 영동 과일의 우수성을 알리고, 농촌체험 활성화를 위해 2017년 조성됐다.
영동의 특산품인 포도, 사과, 배, 자두 등의 과일나무를 직접 보고, 심고, 수확해 보는 것은 물론 그 과일로 요리를 해 보는 등의 과일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러 아열대식물이 자라는 세계과일조경원도 조성되어 있다.
과일 조형물로 꾸며진 포토존, 와인 분수대 등은 과일나라 테마파크의 명물로 꼽히며, 1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배나무도 과연 빼놓을 수 없는 과일나라 테마파크의 필수 코스이다.
♣ 포도의 고장 영동 ‘포도가 영그는 시간’
‘과일의 고장’이란 영동의 정체성은 아마도 ‘포도의 고장’이 그 시작이 아닐까. 영동하면 역시 8월 제철 과일인 ‘포도’를 빼 놓을 수 없다. 이 여름 영동에서 영롱하게 알알이 익은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포도원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는 것도 좋으리라.
영동은 전국 최대면적을 자랑하는 포도 주산지로, 전국 최대의 재배면적(2,209ha)에서 전국 포도 생산량의 12.8%를 수확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4만 1,000톤에 이른다.
또 영동은 전형적인 내륙고원 분지형 기후로, 포도 수확기에는 강우량이 적고 낮에는 고온의 일조량을 보인다. 포도 성숙에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갖춘 것이다. 영동 포도가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는 이유이리라.
2004년부터 매년 8월에 영동에서는 포도 축제가 열렸는데, 포도를 직접 따는 체험을 비롯해 포도를 이용해서 와인, 빙수, 초콜릿 등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고,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포도밟기 등의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201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문화관광 육성축제’로 선정된 바 있다.
♣ 와인의 고장 영동 ‘와인이 숙성하는 시간’
포도의 고장 영동은 또 와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40여 개의 와이너리에서 영동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있고, 매년 10월에는 이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축제도 열린다.
영동 와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또 ‘영동 와인터널’이다. 영동군 레인보우 힐링타운에 조성된 영동 와인터널은 길이가 420m이며, 포도밭 여행, 와인 문화관, 영동 와인관, 세계 와인관, 영화 속 와인, 와인 체험관, 환상터널, 이벤트홀, 포토존 등의 주제로 꾸민 공간이다.
영동의 와인을 만나 볼 수 있으며, 와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체험은 물론 시음, 구매도 가능하다. 코로나19로 휴관했다가 지난 7월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그래도 방문 전에 휴관 여부를 확인하길 추천한다.
♣ 양산팔경과 한천팔경의 고장 ‘시원한 풍광이 정자 아래 펼친 곳’
발 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호사는 어떤가.
충북 영동에는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양산팔경과 한천팔경이 있는데, 이 양산팔경과 한천팔경에는 각기 그 발 아래 강을 둔 정자가 있다.
영국사, 상선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자풍서당, 용암은 ‘양산팔경’으로, 그중 강선대는 이 양산팔경 중에서도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금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자리한 강선대는 물, 바위, 소나무가 3합을 이루는 곳으로, 정자 앞의 아찔한 바위 절벽도 절경을 자랑한다.
한편, 양산팔경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영국사인데, 영동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가을이면 영국사에 있는 1000년 넘은 수령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는 더욱 그 위용을 뽐낸다.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깎아 세운 듯한 월류봉의 여덟 개의 경승지가 바로 ‘한천팔경’인데, 그중 하나인 냉천정은 범존암 앞 모래밭에서 솟은 샘줄기가 여덟 팔자(八)로 급하게 쏟아 붓듯이 흘러나와 팔연에 이르는 곳이다. 한편, 한천팔경은 월류봉, 산양벽, 청학굴, 용연대, 냉천정, 범존암, 사군봉, 화헌악을 말한다.
♣ 폭포와 계곡의 고장 영동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곳’
산세 좋은 영동에서 또 빼놓을 수 없이 곳이 폭포와 계곡이다. 특히 영동의 옥계폭포는 그중에서도 추천 1코스다. 영동 심천면에 있는 옥계폭포는 충북도의 자연환경 명소(2001년)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무려 20㎞나 되는데, 뿌연 안개와 경쾌한 소리가 뒤섞여 신선이 나올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이 옥계폭포는 조선시대 궁중음악을 정비한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인 난계 박연 선생이 즐겨 찾아 ‘박연폭포’라 불리기도 한다.
영동의 물한계곡은 민주지산, 삼도봉, 석기봉, 각호산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영동의 명산들이 만든 깊을 골을 따라 물이 흐르는 곳으로, 물이 하도 차 ‘한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 상류에서부터 시작해 무려 20km나 물줄기를 이어간다.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계곡 주변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생태관광지로 많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지장산(772.4m) 기슭에 위치한 석천계곡은 반야사에서 황희의 위패를 모신 옥동서원까지 6㎞에 이르는 계곡으로, 곳곳에 기암절벽이 즐비하고 맑은 물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흐른다. 하천이라고 해도 될 만큼 폭이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