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하면 무조건반사되는 단어가 바로 ‘밤바다’이다.
여수 밤바다에는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고’ 또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다’.
이 아름다운 밤바다만큼이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바다의 맛이 여수에는 가득하다.
여수의 여름에서 찾은 특별한 여름 보양식 한 상.
❞♣ 여수의 낮을 걷는 시간
밤의 조명 못지않게 낮빛이 아름다운 곳이 또 여수이다. 향일암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특별한다.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으로, ‘해를 바라본다’는 그 의미가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다.
돌산도의 끝자락에 자리한 향일암은 신라의 원효대사가 선덕여왕 때 원통암(圓通庵)이란 이름으로 지은 암자로, 고려시대에는 윤필대사가 금오암(金鼇庵)으로 개칭해 불렀고,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아름다운 해돋이 광경을 본 인묵대사(조선 숙종41년(1715년))가 향일암이라 명명(命名)했다.
향일암의 대웅전을 가기 위해서는 바위틈 사이로 난 해탈문을 지나야하는데, 향일암으로 이어진 수많은 계단을 오른 후에, 이 해탈문을 지나면서 내려놓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향일암에서의 내려놓음으로 한껏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면, 한동안 걸어본 들 어떠하리. 바다와 육지의 절경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금오도 비렁길을 걸어본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이며, 금오도 비렁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땔감을 구하고 낚시하러 다녔던 길이다.
금오도 비렁길은 남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금오도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된 트레킹 코스로,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닷물이 일경을 이루는 함구미선착장에서 두포→직포→학동→심포→장지 구간으로 이어진다.
미역바위, 송광사 절터, 신선대, 굴등전망대, 갈바람통전망대, 매봉전망대 등은 비렁길에서 만나는 명소이다.
해안 절벽을 끼고, ‘괜찮다 괜찮다’라는 파도 소리의 위안을 들으며, 비렁길 다섯코스를 돌다 보면 해 질 녘이 된다. 그 시간에 만나는 일몰은 가히 감동적이다.
♣ 싱싱한 바다맛을 가득 품은 여수 10미(味)!
이제는 여수의 맛을 찾아보자. 전남 ‘여수’하면 무조건 반사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돌산갓김치’이다. 섬섬여수의 365개 섬 중 하나인 돌산에서 짭짤한 해풍을 맞으며 알칼리성 사질토에서 재배되는 돌산갓으로 만드는 이 김치는 여수의 맛이자 여수 바다의 맛이다.
아무렴, 여수의 맛이 어디 돌산갓김치뿐이겠는가.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한정식, 갯장어 샤부샤부, 굴구이, 장어 구이·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부샤부, 전어 회·구이는, 돌산갓김치와 더불어 여수 10미(味)이다.
이렇게 보니, 여수의 음식엔 바다의 맛이 가득하다. 여수의 맛과 여수 바다의 맛을 간직한 여수의 해산물은 여수 미식의 출발인 셈이다. 신선하고 건강한 맛이 가득한 여수, 이 여름에 그 맛을 찾아가 본다.
♣ 여수 여름의 맛 갯장어를 품다
여수 여름의 맛은 아무렴, 하모(Hamo) 아니 갯장어이다. 단백질이 많고 기름기가 적은 갯장어는 여름의 복달임 음식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갯장어를 먹기 위해, 여름이면 부러 여수를 찾는 이가 적지 않다. 갯장어 주산지는 여수, 통영, 장흥, 고흥 등 남해안 청정 해안 지역으로, 4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가 제철이다. 여름에 갯장어의 맛을 찾아 여수를 향하는 발걸음이 특별히 많은 이유이다.
♣ 한여름 여수의 보양식 하모! 갯장어 샤부샤부
‘하모.’ 여름의 여수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무엇이든 잘 무는 습성을 가진 갯장어를 두고 ‘하모’라 부르는데, 일제강점기 때 통영, 고성, 사천, 여수, 고흥 등 남해안에서 잡은 장어가 일본에 많이 건너갔다. 살이 단단한 갯장어는 횟감으로도 단연 일품이다.
갯장어 회와 함께 여름 여수의 맛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갯장어 샤부샤부’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수의 맛’을 찾아, 여름에 일부러 여수를 찾는 이유이다.
갯장어 뼈로 맛을 낸 육수에 버섯, 대파, 부추 등을 채소를 넣은 후 그 위에 채반을 놓어 두고, 등뼈를 발라내고 칼집을 내 잔뼈를 씹기 좋게 갈무리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갯장어를 채반에 담긴 육수에 살짝 익혀 먹으면, 그 뜨끈한 맛에 건강함이 가득 느껴진다.
그 누군가의 평가처럼, 이채로운 식감도 인상적이다. 살짝 익은 갯장어는 다양한 채소, 특히 생양파와 먹는 것이 여수의 맛 법칙이다. 한편 여수 국동항에서 ‘당머리갯장어거리’까지의 약 1.2㎞ 구간은 여수 갯장어 순례길로 알려졌다.
♣ 여수의 진국! 통장어탕
여름 보양식에서 장어구이가 빠질 수 없다. 간수를 잘 뺀 소금을 뿌려 구워내는 장어 소금구이와 숙성시킨 양념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굽는 장어 양념구이의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맛은, 여수에서 맛보는 건강한 맛이다.
여수 갯장어 요리의 특별한 맛은 ‘장어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어른 팔뚝만한 갯장어를 뭉텅뭉텅 썰어 시래기와 함께 된장국에 넣어 뽀얀 국물이 날 때까지 푹 끓여 낸 그 진국 역시 여수에서 찾은 건강한 맛이다.
잘 말린 무청을 넣어 끓이는 방식은 여수 장어탕만의 특색으로, 섬유질이 풍부한 말린 무청은 장어와 좋은 식궁합을 이룬다. 이 무청은 식감을 좋게 하는 효과도 있다.
갯장어 주산지인 여수에는 장어탕 가게가 많은데, 가게마다 그 맛과 특성이 다르니 그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여수 여행의 묘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