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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곡물의 단맛을 응축한 엿, 그 추억의 맛을 지키다. 강봉석 식품명인

곡물의 단맛을 응축한 엿, 그 추억의 맛을 지키다 강봉석 명인(대한민국 식품평인 제32호)

어금니로 힘을 주면 깨져버리는 사탕과 달리 입안에서 녹이면 말랑말랑하게 변하며 즐거운 식감을 선사하는 엿. 곡물의 은은한 단맛을 품어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엿은 끈끈하게 달라붙는 특성 때문에 지금은 합격을 기원하는 대표 한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거 정월 대보름에는 ‘복엿’이라 하여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집집마다 만들어 먹던 고급 간식이었다.

강봉석 명인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맛보던 달콤한 엿의 맛을 되짚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오늘날까지 그 맛을 이어오고 있다. 150년 전의 맛을 더듬는 이 여정은 누군가의 달콤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지켜주기 위함이다.

Q. 지금은 사라져가는 풍습입니다만, 과거에는 정월 대보름에 귀밝이술과 함께 복엿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지요. 우리네 ‘복엿 먹기’ 풍습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릴 때, 정월 대보름이면 할아버지께서 평소보다 엿을 많이 만들어 가족과 이웃들에게 나눠주시곤 했어요. 그땐 너무 어려서 풍습인지도 몰랐는데, 대보름맞이 ‘복엿’을 선물하셨던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엿은 부잣집에서나 만들어 먹던 귀한 간식이었습니다.

쌀과 보리를 주재료로 오랜 시간 고아내야 했기에 그 정성만 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정월 대보름 즈음이면 슬슬 농사를 시작해야 할 때이니, 명절을 맞아 곳간에 넣어둔 부럼이며 나물, 오곡을 꺼내어 정리하면서 이웃과 나눠 먹으며 움츠러들었던 몸속 활기를 깨웠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나 엿의 단맛은 입맛을 돋우고 기운을 차리게 하는 데 좋은 음식이지요. 달콤한 음식을 나누며 이웃 간의 관계를 다지고 끈끈한 정을 나누는 것이 ‘복엿’의 참 역할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Q. 우리나라 전통 엿은 언뜻 사탕과 닮은 음식처럼 보이지만, 영양 면에서나 맛에서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도 사탕은 잘 먹질 않았어요. 엿은 입안에 넣으면 그 구수함이 그대로 남아 맛과 향이 감도는데, 사탕은 달기만 하다가 끝나는 것 같아 어쩐지 심심하고 제 입에는 맛이 없더라고요. 할아버지께서는 엿을 만드실 때마다 어린 저를 꼭 부르셔서 가마솥 안의 조청을 식혀서 맛보게 하셨어요.

그때는 그저 손자가 귀여워 그러신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조청 맛이며 엿 맛을 혀로 익히게 해주신 거였어요.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조기교육이었던 셈이지요. 그 맛을 기억해서 조청과 엿을 만듭니다. 제 입맛에 맞는 것이 전통의 맛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우리네 전통 엿과 조청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요. 설탕이 없던 시절, 단맛을 즐기기 위해 만든 간식이 엿이었고 음식에 단맛을 내기 위해 넣은 천연 감미료가 조청이었어요. 보리의 싹을 틔워 엿기름을 만드는데 이 엿기름의 아밀라아제는 쌀의 녹말을 엿당으로 분해하는 효소입니다.

쌀의 고소한 맛에 보리가 단맛을 더해주는 셈이지요. 사탕의 당도가 100이라고 치면 조청의 단맛은 60 정도예요. 양반가에서는 어린 자제들의 아침 교육에 앞서서 조청을 먹였다고 합니다. 은은한 단맛이 머리를 맑게 하고 출출함을 없애주기에 엿은 당시에도 훌륭한 간식이었습니다.

강봉석 명인(대한민국 식품평인 제32호)

Q. 코로나 시대, 한식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아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우리 엿과 조청 역시 세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맛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일까요?

앞서도 얘기했듯이 설탕의 단맛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단맛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두레촌의 엿과 조청의 우수한 맛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자리가 있었습니다.

202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 식음료 품평회에서 우리 엿과 조청 등 6가지 식품이 국제 우수 미각상을 수상한 것인데요. 2005년에 창설한 국제 식음료 품평회는 해마다 200여 명의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전 세계 식음료 제품의 맛을 평가, 인증하는 행사입니다.

유럽 15개국의 요리사 협회나 소믈리에 협회 출신의 저명한 셰프와 소믈리에가 맛을 평가하지요. 전문가들이 대중적인 입맛의 기준은 아니지만, 까다로운 전문가의 입맛을 매료시킨 것이라면 우리 조청과 엿이 세계인의 간식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Q. 전통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혹은 차별화를 위해 엿을 만들 때 고수하는 명인님만의 철칙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국내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엿을 만들어오고 계신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비록 ‘명인’ 칭호가 없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분들이지요. 그래서 제 것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고집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 쌀과 보리를 사용하고 직접 엿기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엿을 만드는 거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아무리 세월이 흘러 경험이 쌓여도 그 과정을 되풀이하는 일은 힘들고 고됩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한두 과정을 소홀히 하면 신기하게도 맛이 달라져요. 150년을 이어온 선대의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복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죠.

충주의 환경과 물, 여기에 정성이 들어가야 제가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나옵니다. 제가 3대째 이 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제 아들, 그리고 손주까지 대를 잇기로 했어요. 손자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것, 이것이 훌륭한 전통을 이어가는 유일한 방법이자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명인님이 지켜가고 계신 우리 엿의 옛맛, 그 고집과 관련한 기억에 남는 일화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몇 해 전부터 수출길이 열려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사는 캐나다나 호주 등지에도 저희 엿과 조청이 선보여지고 있는데요. 언젠가 한 교민에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인마트에서 우리 엿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샀는데,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라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고 울먹이며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때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아 바로 이런 것이 우리의 맛이구나’ 하고요. 제가 기억하는 그 맛을 변함없이 지켜나가야겠다고 새삼 다짐했습니다.

제가 만드는 엿이 누군가의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엿을 만들 때 ‘개방형’과 ‘진공형’ 두 가지 시설에서 만들 수 있어요. 진공형은 압력밥솥처럼 뚜껑을 닫아 놓고 엿을 고아서 만드는 방법인데, 연료비가 적게 들고 만드는 방법이 수월합니다.

그래서 비용과 노동력을 아껴볼까 하여 시도를 해봤는데, 제맛이 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할아버지가 아버지께 가르쳐주신 ‘개방형’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Q. 국내산 재료를 고집하는 이유 역시 맛 때문이시겠죠

물론입니다. 수입 쌀은 우선 우리 입맛에 안 맞아요. 국내산 쌀이 끈기가 있어서 엿을 만들기에도 제격이죠. 모든 음식은 먼저 재료가 좋아야 하고, 두 번째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신기하게도 기술은 누구의 것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제가 가진 기술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제가 터득한 기술이라고 저만 갖겠다고 숨겨두었다가는 애써 익힌 전통의 맥이 끊기고 마니까요. 전에 한 기업에서 엿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찾아간 적이 있어요.

며칠 교육으로는 부족하니 와서 함께 만들어보자고 합디다. 그래서 가서 만들었는데, 어쩐지 영 맛이 안 나더라고요. 같은 과정을 똑같이 반복한다고 며칠 만에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 마음가짐이 모두 똑같았을까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마음인 것 같아요.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맛을 내는 것이지요. 엿기름을 만드는 과정을 재래식으로 하다 보면 꼬박 보름이 걸려요. 보리의 침지(불리는 것) 정도나 물을 먹는 양을 매일 확인해야 하고, 알맞게 싹을 틔워야 원하는 당도와 맛을 낼 수 있어요.

강봉석 명인(대한민국 식품평인 제32호) 조청 강정바

Q. 이렇게 뚜렷한 음식 철학이 있으셨음에도 처음부터 가업을 이을 생각을 한 건 아니셨다고요.

어릴 땐 산으로 나무하러 가는 게 그렇게 싫었어요. ‘힘들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 정도였죠. 계속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 힘든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인천에 있는 한 회사로, 말하자면 도망쳐왔어요. 그때 회사에 기술을 전수하러 온 일본인 직원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 그 직원은 저보다 어렸고 대우도 좋았는데, 한두 해 다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을 잇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강한 신념에 저도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의 가치를 새삼 깨달은 거지요.

그 뒤로 4년 정도 더 회사생활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께 제 뜻을 말씀드리고 규모를 키워 ‘제일엿공장’을 세웠어요. 도심에서 하다 보니 여러 제약이 따라서 15년 뒤에는 지금의 두레촌으로 옮겨오게 됐습니다.

Q. 두레촌에서는 130개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직접 매입하는 등 우리네 옛 마을 노동 공동체인 ‘두레’가 연상됩니다. 이런 지역 공동체는 어떻게 꾸리게 되신 건가요?

엿과 조청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보리만 있으면 됩니다. 처음에는 쌀과 보리를 사다가 썼어요. 파는 사람들이 유기농으로 지었다고는 하는데, 계속 의심이 드는 거예요. 재료의 품질에 신뢰가 가지 않으니 엿을 자신 있게 만들어 내놓아도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역의 농가와 계약재배를 해서 공급받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이웃들과 처음부터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자고 약속하고 시작을 한 거죠. 여기에는 제 아들의 역할이 컸어요.

저는 ‘열심히’ 밖에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이 가업을 확장시킬 수 있을지 이유를 찾아야 했어요. 그래서 6차산업을 운영하는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를 꾸리게 됐습니다.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직접 원료를 조달받고, 조청과 엿, 강정을 만들어 다양한 판로를 발굴해 소비자와 만나는 것이지요.

또한, 자체 전통체험관에서도 우리 엿과 조청을 손수 만들어볼 수 있도록 마련해놓았습니다. 아들이 이렇게 현대에 맞게 사업을 발전시켰다면, 손주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요.

세계 시장의 창구인 소셜커머스 아마존을 통해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는 한편, 더 많은 우리 교민들과 만날 수 있도록 수출길 발굴에도 앞장설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잖아요. 작지만 훌륭한 나라임을 알리는 데 두레촌도 우리 한과인 엿과 조청으로 힘을 보탤 것입니다.

엿과 조청은 인간이 손수 빚어낸 꿀이에요. 꿀에 뒤지지 않는 좋은 영양과 맛을 함유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엿과 조청이 세계적인 간식이 될 수 있도록 자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복엿으로 올 한 해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강봉석 명인의 우리 엿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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