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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1. 명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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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그윽한 불맛, 부드럽고도 쫀득한 떡갈비, 송성자 명인의 가리적(떡갈비)

그윽한 불맛, 부드럽고도 쫀득한 떡갈비, 송성자 명인의 가리적(떡갈비) 동두천 송월관 (대한민국 식품평인 제87호)

지금은 미군기지 이전 협정으로 미군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그 상징성이 덜해졌지만, 동두천 하면 여전히 미군과 기지촌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송월관의 떡갈비가 그것이다. 부드럽고도 쫀득한 식감에 담백함과 불맛이 더해진 떡갈비가 예나 지금이나 동두천으로 미식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 맛의 주인공 송성자 명인을 찾아 궁금한 것을 물었다.

Q. 송월관 떡갈비는 시어머니에게서 명인에게로 70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송월관의 오랜 역사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시부모님은 나이 차이가 꽤 있으셨어요. 시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시어머님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장사를 시작하신 것이죠. 시어머님은 음식 솜씨가 뛰어나셨습니다. 잔치국수, 순대 등 만드시는 음식 어느 것 하나 맛깔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죠. 그런데 시어머님이 선택하신 메뉴는 다름 아닌 소갈비였어요.

송월관이 문을 연 때가 1954년입니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이니 너 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절이어서 비싼 소고기를 사 먹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명절 때나 맛을 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동두천은 미군들이 주둔하면서 급속한 도시화가 이뤄졌고, 미군들은 물론 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했으니 송월관도 덩달아 성황을 이루었어요.

요즘에는 미군들이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많이 축소됐지만, 당시에는 미군 부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났고, 덕분에 동두천과 인근 도시는 물론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단골손님들이 자녀들을 또는 손주들을 데리고 오셔서 떡갈비를 함께 즐기시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동두천 송월관 송성자 명인 가리적(떡갈비) No1.

Q. 1973년 결혼하면서 떡갈비와의 인연도 시작됐습니다. 당시 떡갈비를 접했을 때 첫인상이 어땠나요?

제 고향은 충북 제천입니다. 25살에 시집을 왔는데 그때 떡갈비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기, 특히 소고기 요리는 귀한 음식이었으니 당연히 감탄하면서 맛을 보았죠. 그런데 그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붉은빛의 갈비짝을 들여오면 갈고리로 나무 기둥에 걸어놓았는데,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요즘에는 도축하고 나서 이틀 정도 예냉을 거친 후에 식당으로 들어오지만, 옛날에는 그 과정 없이 바로 들어와서 신경이 살아 고기가 펄떡이는 것이 보일 정도였어요. 그걸 칼로 다듬고 다져야 했으니, 시집 잘못 왔다고 한탄하기가 일쑤였습니다.

Q. 송월관 떡갈비가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일까요? 발골부터 다지고 뭉치고 굽기까지 떡갈비를 만들 때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시어머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송월관에서도 처음에는 다른 갈빗집처럼 소 갈빗살의 포를 얇게 떠서 구워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포를 뜨는 데에는 숙련된 전문성이 필요했습니다.

시어머님은 고심 끝에 포를 뜨는 대신 칼로 고기를 다져서 양념해 재우고 다시 뼈에 붙인 다음 구워서 팔았다고 합니다. 그 두툼하고 네모진 모양이 꼭 시루떡과 같이 생겼으니 손님들은 “떡 하나 주세요!”라며 주문했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떡갈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떡갈비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기계를 쓰지 않고 칼로 다져야 하니 팔이 떨어져 나갈 듯 아팠고, 한여름에도 연탄불 앞에서 떡갈비를 구워야 했으니 땀이 비 오듯 했죠. 그토록 힘들어했으면서도 벌써 50년째 송월관 떡갈비의 명맥을 잇고 있네요.

동두천 송월관 송성자 명인 가리적(떡갈비) No1.

Q. 떡갈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또 송월관 떡갈비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시어머니 때부터 재료에 대한 고집을 이어오고 있어요. 고기는 반드시 소고기 짝갈비를 들여와 갈빗살만 쓰고 다른 부위는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송월관 떡갈비는 다진 고기의 부드러움과 갈빗살의 쫀득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지방과 힘줄을 일일이 제거하고, 떡갈비의 풍미와 식감을 위해 한우와 육우를 섞어 적절한 맛을 낸다는 것도 송월관 떡갈비의 특징입니다. 한우는 마블링이 많아 부드럽고, 육우는 마블링은 적은 반면 살코기가 많습니다.

이 둘을 잘 배합하면 적당한 기름기를 지닌 떡갈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고기에 기름이 지나치게 많으면 타기 쉽고, 기름이 너무 없으면 식감이 뻑뻑해지기 때문에 기름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렸듯이 다질 때 기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기계로 다지면 고기가 뭉그러져 버리기 때문이죠. 칼로 다지게 되면 그날 고기의 특징에 따라 다짐의 정도를 손의 감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겨울에 들여온 고기는 수분이 적고, 여름이 들여온 고기는 수분이 많습니다. 이렇듯 수분 함유량에 따라서도 고기를 달리 다져야 하는 것이죠.

Q. 고기를 재울 때 사용하는 양념과 굽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떡갈비의 양념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간장을 넣지 않아 깔끔한 맛을 자랑하고, 매실액 등으로 만든 천연 소스를 사용해 누린내가 나지 않고 상큼합니다. 양념 재료에는 대추청, 매실액, 참기름, 키위, 마늘, 후추, 유기농 설탕 등이 들어갑니다.

구울 때는 연탄불을 사용합니다. 숯불도 좋지만 화력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연탄불은 불의 세기를 조절하기가 수월하고, 숯처럼 재가 날리지 않으면서도 고기에 불맛을 더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구울 때는 약 12분 정도 석쇠에 올려 굽는데,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도록 수십 번씩 앞뒤로 돌아가며 구워줍니다.

동두천 송월관 송성자 명인 가리적(떡갈비) No1.

Q. 떡갈비에 곁들이면 좋은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송월관에서는 떡갈비에 갈비탕을 함께 드립니다. 진한 국물이 고기의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다양한 샐러드류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입니다.

백김치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상추무침은 매콤함으로 입맛을 돋우고, 새콤한 양배추 피클도 떡갈비와 잘 어울립니다. 오이, 닭고기 등에 톡 쏘는 겨자소스를 넣은 양장피 그리고 파란 토마토를 소금에 절였다가 설탕에 재워 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무쳐 내는 토마토 장아찌도 인기입니다.

동두천 송월관 송성자 명인 가리적(떡갈비) No1.

Q. 송월관 본점만 운영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체인점 운영이나 택배 발송 등을 하지 않고 본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송월관 떡갈비 본연의 맛을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아니면 좋은 재료로 정성이 가득 들어간 떡갈비를 맛보여드릴 수 없다는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2020년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되면서 큰딸에게 명인 전수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70년을 이어왔고, 앞으로 딸과 함께 100년을 채워가고자 합니다.

송성자 명인 가리적(떡갈비)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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