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던 궁중음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일상의 미식이 된 육회
❞술안주로도 식사의 메인이 되는 단품요리로도 좋은 육회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메뉴입니다. 질 좋은 소고기의 감칠맛이 씹을 수록 입 안을 채우고,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을 가진 배가 그 뒤를 잇고, 잣가루와 달걀 노른자의 고소함이 맛의 마무리를 장식합니다.
영어로 ‘비프 타르타르(Beef Tartare)’라고 번역하지만, 서양의 비프 타르타르와는 맛도 모양도 다르죠. 한국의 육회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풀어내보았습니다.
♣ 육회의 역사
닮은 점이 많은 한·중·일의 식문화 사이에서도 육회는 유독 한국에서만 발달해온 음식이다. 중국에서는 날고기를 거의 먹지 않으며, 일본에서도 생선회를 주로 즐길 뿐 고기를 생으로 먹지는 않는다.
한국 육회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몽골의 영향을 받아 삼국시대부터 즐겼다고 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17세기에 육회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시의전서, 조선신식무쌍조리제법 등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요리 문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회가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조선시대에는 아무나 소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 농경 국가인 조선에서 소는 국가적인 생산수단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잡아먹을 수 없었다. 그만큼 소고기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육회를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신선한 소고기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궁중 연회 등에서 주로 즐겨왔다.
♣ 궁중음식, 일상의 미식이 되다
육회가 대중화되는 과정은 한국의 소고기 유통산업의 발전 과정과 꼭 맞아떨어진다. 이전까지는 소고기 도축을 나라에서 관리하며, 특정한 사람들만 고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20세기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소를 도축하고 소고기를 거래하는 우시장이 생기게 되었다.
서울과 진주에 공식적인 우시장이 생긴 덕분에 이 두 지역에서 가장 먼저 소고기 육회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진주에서는 쇠고기 육회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육회를 넣은 비빔밥이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 다양한 종류의 육회
소고기가 주로 사용되지만, 꼭 소고기만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갑회’라는 내장으로 만드는 육회를 즐기기도 했고, 꿩고기로 만든 육회를 즐기는 지역도 있으며, 전라도에서는 닭 육회를, 제주도에서는 말고기로 만든 육회를 즐길 수 있다.
양념 또한 다양하다. 달착지근한 간장 소스의 육회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아주 전통적인 방식의 육회에는 간장 대신 소금을 넣었다. ‘기름장’이라고 하는 소금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은 양념으로 가볍게 무쳐내며 초고추장이나 초겨자장 등을 곁들여 냈다.
고추장을 따로 내지 않고 섞어 고추장 육회를 만들기도 하는데,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무쳐낸 전라도식의 고추장 육회는 밥에 곁들이기 좋다.
♣ 육회에 사용되는 고기
어떤 부위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주로 기름기가 적은 우둔살과 홍두깨살을 사용한다. 우둔살은 채끝에서 연결되는 엉덩이 부위로 결이 고와 소의 뒷다리 부위중 가장 연하고, 홍두깨살은 소 엉덩이 부위에 붙어있는 부위로 원통모양으로 생긴것이 특징이다.
두 부위 다 지방이 거의 없고 씹는 맛이 좋아서 육회에 잘 어울린다. 요즘은 지방이 많은 채끝 같은 부위도 사용되는데, 씹는 동안 살코기 사이에 퍼져있는 지방이 입속에서 천천히 녹으며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 육회를 즐길 수 있는 곳
라연 | 육회비빔밥
라연의 메인 메뉴이자 시그니처 메뉴다. 갓 지어진 따뜻한 밥 위에 차가운 육회를 올려내는데 간장과 참기름 양념을 해서 비벼먹으면 된다. 따뜻한 밥과 차가운 육회가 섞이면서 딱 알맞은 온도의 육회비빔밥이 된다. 이 온도차이가 주는 맛과 식감, 향기의 대비는 라연이 아닌 곳에서는 즐길 수 없다.
부촌육회 | 육회 & 육회낙지탕탕이
매일 아침 공급받는 신선한 국내산 쇠고기를 사용해 만든 육회를 선보인다. 육회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별다른 곁들이가 필요하지 않지만 낙지를 함께 다져넣은 육회낙지탕탕이도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쫄깃한 낙지와 소고기를 한데 씹으면서 진해지는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