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빵’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겉은 단단하고 건조하며, 구멍이 숭숭난 속은 쫄깃한 동시에 단 맛보다는 짭짤한 맛이 두드러진다.
바게트나 사우어도우가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동양식 빵’은?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며, 한두 번 씹으면 녹아버리는 부드러운 식감. 은은한 단 맛이 도는 새하얀 우유 식빵 혹은 모닝롤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전통 서양 빵의 지방 함량은 0이다. 재료는 밀가루, 효모, 물, 그리고 소금이 전부다. 동양 빵에는 지방과 설탕이 추가되는데, 그 함량이 각각 15%와 25%로 상당히 높다. 동양 빵의 촉촉함의 비밀은 바로 지방과 설탕이다.
바게트나 깜파뉴, 호밀빵과 사우어도우처럼 동양 빵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단하고 건조한 서양 빵이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트렌드는 변하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역시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빵이다. 갓 구워낸 따뜻한 식빵을 그 자리에서 뜯어먹어본 적이 있는가? 베개처럼 폭신한 식감 – 상상만 해도 기분 좋다.
서양 빵과 동양 빵의 차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양 빵에는 탕종이라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들어간다. 탕종은 밀가루와 물을 섞은 후 가열하여 완성하는 밀가루 풀이다. 영어로는 ‘워터 루 (water roux)’ 라고 부르기도 한다.
밀가루와 물의 비율은 레시피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여기서는 1:5 비율의 법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탕종의 온도가 섭씨 65도가 되면 끈기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 불을 끄고 식힌다. 식은 탕종은 빵 반죽과 섞어 이용한다.
이때 탕종과 빵 반죽의 비율은 어떻게 맞춰야 빵이 잘 구워질까? 탕종 밀가루의 무게는 최종 빵 반죽 무게의 10%, 물은 밀가루 무게의 다섯 배라고 기억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밀가루 1 kg으로 빵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밀가루 100 g에 물 500 ml로 탕종을 만들면 된다.
탕종 제빵 기술은 누가 최초로 개발했을까? 1875년, 기무라 야수베라는 전직 사무라이 출신 제빵사가 있었다. 사회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직업을 잃었던 그는 궁여지책으로 빵을 만들어 팔았다. 그 당시 외국에서 들어온 빵은 시큼하거나 짜서 일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는 일본인들이 좋아할 만한 빵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점차 그 맛으로 점차 인정받기 시작했다. 천왕조차도 기무라의 빵이 궁금하여 사오도록 명을 내렸다.
그가 천왕을 위해 만든 빵은 달콤한 단팥 소를 빵에 넣고 소금에 절인 벚꽃 이파리를 얹어 마무리한 단팥빵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촉촉한 단팥빵의 비결은 탕종이었다.
그렇다면 탕종의 원리는 무엇일까? 가열된 상태에서 물을 모조리 흡수한 밀가루는 풀 상태가 되어 수분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데, 바로 이 수분이 빵을 놀라울 정도로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제빵 기술은 그 후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양에까지 퍼져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 재료 및 분량
강력분 100 g, 물 100 ml
♣ 만드는 방법 (빵 반죽 밀가루 1 kg 기준)
1. 물 500 ml를 끓인다.
2. 끓는 물에 강력분 100 g을 넣는다.
3. 탕종이 뭉치지 않도록 중불에서 재빨리 저어준 뒤 불을 끈다. 이때 밀가루가 너무 익지 않도록 유의한다.
4. 탕종을 식힌다.
5. 식은 탕종을 모닝롤이나 우유 식빵 등의 빵 반죽에 섞어서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