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면 마실수록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와인이다.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존재하고, 각각의 와인이 갖고 있는 오묘한 개성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내공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와인 쇼핑 도중 멘붕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가? 진열된 와인의 종류에 압도당하고, 읽어도 알 수 없는 라벨들을 아무리 정독해도 병안의 술맛이 상상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미 검증된 와인을 집어 오거나, 점원들의 추천을 받거나, 내 예산에 ‘적당히 맞는’ 와인으로 ‘찜’한다.
와인의 맛을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와인을 선택할 것인가?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와인 테이스팅 용어다. 와인 용어들과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알아두면, 와인의 맛을 얼추 상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즐기는 건 간사하기 그지 없는 인간인지라, 개인의 취향이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같은 와인이라도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으니, 전문가의 의견만 참고하는 것보다는, 여유를 갖고 자신의 감각을 이용하여 맛 분석을 해보는 것이 좋은 와인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Acidity (신맛)
와인에서 느껴지는 신맛의 정도를 가리키는 말.
Aroma(아로마/향기)
원산지에 따라 서로 다른 개성을 보이는 포도의 향기를 의미한다. “프루티(fruity/과일향)”, “플로럴(floral/꽃향기)”, 그리고 허베이셔스(herbaceous/풀 또는 풀잎향) 등으로 표현한다. 오크 배럴 또는 병안에서 발효 혹은 숙성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향인 부케(bouquet)와 구별된다.
Astringency (떫은)
탄닌 혹은 산에 의해 느껴지는 맛의 감각을 의미한다. 땡감을 씹었을 때, 혹은 진한 홍차를 마셨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Austere (거친)
과일향은 상대적으로 적고 산도나 탄닌이 지나치게 강하게 느껴질 때 이를 묘사하는 표현이다.
Balanced (균형 잡힌)
와인의 산도, 당도, 알코올, 탄닌 등 다양한 요소들의 조화로운 관계를 묘사하는 용어로 ‘finish(뒷맛)’과 함께 좋은 와인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Big (무게 있는)
알코올 함량이 높은 풀 보디(full bodied)의 중후한 와인을 가리킨다.
Bitterness (쓴맛)
저품질 와인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맛일 수도 있고, 충분한 숙성을 거친 후에는 풍부한 맛을 가질 와인이 아직 숙성이 덜 되었기 때문에 갖는 맛을 표현하는 용어다.
Body (보디)
입안에서 인지되는 와인의 질감 혹은 무게감을 일컬으며, 알코올 함량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와인은 풀 보디(Full bodied)에 가까워진다.
Bouquet (부케)
포도 자체에서 나는 자연의 ‘aroma(아로마)’와는 달리, ‘부케’는 와인 제조과정에서 인위적인 여건에 의해 와인에 녹아든 향이다. 특정 와인이 발효 혹은 숙성되는 오크 배럴의 향도 ‘부케’에 포함되며, “너티(nutty/ 열매향)”, “스파이시(spicy/향신료향)”, 그리고 우디(woody/오크향) 등으로 표현된다.
Buttery (버터리)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에서 감지되는 진하고 크리미한 맛 혹은 질감을 의미한다. 유산발효를 거친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이 이런 특성을 보인다.
Citrus (시트러스)
귤, 라임, 레몬, 오렌지, 자몽 등 감귤류 과일의 향기와 풍미를 지칭하는 용어다.
Closed (닫힌)
와인의 향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를 표현할 때 사용되는 용어. 향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향이 가려져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Coarse (거친)
힘있지만 거친 와인. 탄닌이 강하며, 반드시 맛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급 와인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Corky (오염된)
잘못 제작된 코르크 때문에 와인에서 젖은 마분지 또는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경우. 이런 경우에는 와인을 구매한 곳에서 반품 또는 교환을 요청할 수 있다.
Dry (드라이)
와인의 당도가 매우 낮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완숙된 과일향이 풍부한 와인의 경우, 실제로는 드라이해도 달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Earthy (흙냄새)
흙이 젖었을 때 나는 쿰쿰한 냄새, 젖은 잎처럼 축축한 냄새를 지칭하는 용어. 숙성이 잘 된 와인에서 나는 기분 좋은 향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와인 혹은 코르크에 오염된 와인에서 나는 좋지 않은 냄새이기도 하다.
Easy (쉬운)
접근하기 쉬운 또는 마시기 쉬운 와인. 하지만 좋은 와인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accessible’과 달리 ‘easy’는 투자한 정도 만큼의 즐거움을 주는 저가의 와인을 묘사하는 데 주로 쓰인다.
Fat (육중한)
마셨을 때 입안에서 묵직함이 느껴지는 진한 와인을 묘사하는 테이스팅 용어. 상대적으로 산도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Finish (여운)
와인의 뒷맛과 거기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을 의미한다. 와인의 맛은 마신 후 입과 목부분에 남는 맛과 향의 지속 시간(1caudalie/코달리 = 1 초)로 평가할 수 있다. 좋은 와인일수록 여운이 길다.
Flat (플랫)
신맛과 생동감이 떨어지는 와인을 일컫는다. 스파클링 와인을 ‘플랫’하다고 표현하면 탄산이 빠졌음을 의미한다.
Fruity (프루티)
신선한 과실맛과 과실향을 머금은 와인을 뜻한다.
Gamey (야금류의)
야금류에서 나는 특유의 향과 풍미가 감지될 때 사용하는 용어로, 향이 자극적이고 숙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버건디 레드와인에서 주로 발견되는 향으로 포도품종 중 하나인 Gamay(가메이)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Green (풋풋한)
숙성이 조금 더 필요한 와인을 지칭하는 용어.
Hard (거친)
주로 탄닌이 지나치게 함유되었을 때 느껴지는 신랄함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Harsh (매우 거친)
맛이 거칠다는 표현인 ‘coarse’ 혹은 ‘hard’ 보다 더 부정적인 테이스팅 용어.
Minerality (미네랄감)
포도의 품종, 토양, 알코올 함량, 산도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향으로 젖은 시멘트 혹은 동전을 오래 쥐고 있을 때 손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하다. 미네랄감이 더해진 와인은 좀 더 복합적인 맛을 낸다.
Mouthfeel (마우스필)
‘입에 닿는 느낌’, ‘입맛’을 의미하며, ‘부드러운’ 혹은 ‘거친’처럼 입안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질감을 뜻한다.
Nose (노즈)
와인의 아로마와 부케를 지칭하는 용어.
Oaky (오크향)
참나무 일종으로 만든 저장통 안에서 발효 또는 숙성된 와인에서 나는 오크 향을 뜻한다. 오크 나무가 갖고 있는 바닐린(vanillin)이라는 성분이 와인에 바닐라 향을 첨가한다. 오크통에서 생성되는 다른 향으로는 토스트, 캐러멜, 초콜릿, 타피, 코코넛 향 등이 있다.
Opulent (풍부한)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향과 맛을 의미하는 용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나는 경우에 사용하는 긍정적인 표현이다.
Spicy (스파이시)
아니스, 계피, 정향, 육두구, 후추 등의 향신료 향을 묘사하는 테이스팅 용어.
Structure (구성)
산, 탄닌, 글리세린, 알코올, 당분이 와인의 감촉에 미치는 총체적 효과. 주로 맛의 구조가 단단할 때 사용되거나, 구조가 부족하다는 수식과 함께 사용한다.
Tannins(탄닌)
포도의 씨, 껍질, 그리고 줄기, 또는 오크(oak/참나무) 배럴이 갖고 있는 페놀(phenols) 성분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와인에 자연스럽게 첨가되는 성분이다. 탄닌이 많은 경우, 덜 익은 감을 먹었을 때와 같이 입안이 마르고 혀끝이 텁텁한 느낌을 받게 된다. 탄닌은 방부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와인에 탄닌이 많이 함유된 경우,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 또한 탄닌은 와인의 맛을 복합적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작용을 하기도 한다.
Tobacco (담배)
부케를 설명하는 테이스팅 용어로 주로 오크 배럴에서 숙성 시킨 보르도 와인에서 나는 담뱃잎과 같은 향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Vanilla (바닐라)
오크 숙성된 와인에서 감지되는 향이나 맛을 묘사하는 용어. 바닐라 향이 감지되면와인의 생산과정에서 오크가 사용되었음을 유추해낼 수 있다.
Vegetal (채소향)
피망, 셀러리, 아스파라거스 등의 채소 풋내를 연상시키는 향을 지칭하는 테이스팅 용어. 와인의 좋은 맛에 추가적인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 이상 그다지 좋은 향은 아니다.
Woody (우디)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 보관된 와인에서 나는 나무 향과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