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예스러운 구시가지의 자갈길 골목을 걷다 보면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피자집 간판이다. 피자의 근원지답게 뜨거운 장작 화덕에서 익고 있는 피자 냄새는 일상이요 유혹이다.
그 유혹을 피해 골목을 틀면 이번에는 알록달록 보기만 해도 달달한 이탈리아의 또 다른 명물이 기다리고 있다. 유리 진열장 뒤로 보이는 차가운 매력의 젤라또는 피자와 함께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 젤라또의 탄생
달콤하고 녹진한 맛이 일품인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젤라또. 젤라또의 역사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은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생꿀을 얹은 빙과류를 즐겨먹었다. 지금의 젤라또보다는 원시적인 형태였지만, 수천년 전에도 사람들이 달콤한 얼음 디저트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젤라또의 근대 역사는 르네상스 시대에서부터 출발했다. 비앙카 카펠로 대저택(Palazzo di Bianca Cappello)을 포함하여 다수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정원을 설계했던 피렌체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베르나르도 부온탈렌티(Bernardo Buontalenti).
그는 1500년대 후반, 메디치(Medici)가로부터 내방하는 스페인 국왕을 위해 화려한 만찬을 기획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특별한 디저트를 내고 싶었던 그는 달걀, 꿀, 설탕, (아이스크림의 녹는점을 낮추기 위해 이용했던) 소금을 이용하여 차갑고 부드러운 크림을 만든 뒤 베르가모트, 레몬, 오렌지 즙을 첨가해 상큼한 풍미를 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의 차이
Gelato는 이탈리아어로 ‘얼린’ 혹은’ 냉동된’을 의미하는 형용사이고 ice cream은 미국에서 탄생한 명사다.
젤라또는 미국으로 넘어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의해 1770년 경에 최초로 미국에 소개되었다. 시간이 흘러 미국인들은 맛있는 젤라또를 더 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이 디저트는 미국 전역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의 주요 재료는 우유, 크림과 공기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재료를 어떠한 비율로 혼합하고 기계 안에서 어떻게 처닝(churning : 냉동하면서 빠르게 저어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감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는 우유와 크림의 살균이다. 살균된 유제품은 저온에서 특정 기간 동안 숙성된다.
그다음에는 숙성된 액상 믹스를 저어줌과 동시에 냉동시켜야 한다. 이 단계에서 공기가 주입되는데 공기 주입량 즉 오버런(overrun)에 따라 결과는 젤라또가 될 수도 있고 아이스크림이 될 수도 있다.
처닝 단계에서 주입된 공기 때문에 결과물의 부피는 증가하고 중량은 역으로 감소하게 된다. 예를 들어 1리터의 액상 믹스는 오버런의 비율이 100%인 2리터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다. 즉, 아이스크림의 원료인 액상 재료와 공기의 비율이 같아진다는 뜻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대량생산되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오버런의 비율이 대개 100% 혹은 그 이상으로 매우 높아 질감이 매우 부드럽다. 반면 젤라또의 경우 오버런의 비율은 아이스크림의 1/3 수준인 30% 정도로 아이스크림보다 더 단단하고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