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되었으며 다양한 종류로 발전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곡식을 갈아 가루로 만드는 용도로 사용된 신석기 시대의 유물과 고대 이집트 동굴 벽화를 통해 빵의 오래된 원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빵은 빈부 격차와 상관없이 가난한 사람들부터 매우 부유한 사람들까지 모든 인류가 널리 즐기는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흰 빵부터 갈색 빵, 달콤하거나 짭조름한 것, 아침 식사로 즐기거나 저녁에 먹는 것, 식전빵부터 디저트까지 무수한 형태와 다양한 맛으로 발전해 인류의 삶과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량생산은 빵의 역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많은 빵을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해 발효를 촉진하는 인공 효모 기술도 발전했지만, 그 전에는 모든 빵이 천연 박테리아와 효모의 작용으로 탄생했습니다.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콤한 맛이 생겨났고 사실상 모든 빵이 ‘사워도우(Sourdough)’, 즉 글자 그대로 신 반죽이었죠. 반죽이 천천히 발효하는 동안 젖산이 생성되는데, 이로 인해 약간 시고 쌉싸름한 풍미가 생겨나 ‘신 반죽’이라는 의미의 사워도우가 빵의 이름으로 자리잡게 된 셈입니다.
가정에서 빵을 만들던 시대에서 공장 대량생산의 시기로 변모하며 상품의 일관성과 빠른 생산 속도가 중요해졌고,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워도우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급격히 성장하던 산업화 시대를 지나 소규모 생산이 다시 주목받으며 최근 사워도우가 다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누구든 베이커리와 레스토랑에서 사워도우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워도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터(Starter)’라고 불리는 발효종입니다. 호밀가루를 조금 가져다가 같은 양의 미지근한 물을 넣고 뚜껑을 덮고 따뜻한 곳에 두면 발효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며칠 기다리면 혼합물이 발효되며 천연 효모에서 거품이 생겨나는데, 이 때 혼합물의 절반을 덜어낸 뒤 밀가루와 물을 더 넣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밀가루 안에 있는 야생 효모가 곡물의 영양을 먹으며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한 번 발효종을 키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반죽으로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밀가루와 물을 첨가하며 반복해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여러분의 발효종이 마음에 든다면, 밀가루와 설탕, 소금을 넣고 반죽해 빵으로 구울 수 있습니다.
‘사워도우’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빵의 종류는 제법 다양합니다. 흰 밀가루로만 만든 것부터 시작해 홀그레인이나 호밀 등을 이용한 사워도우도 있으며, 베이컨이나 치즈 및 각종 허브를 넣어 맛을 낸 것들까지 다양합니다.
최근엔 큼직한 덩어리 빵으로 사워도우를 즐길 뿐 아니라 피자 반죽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는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많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메뉴와 어울리는 특별한 사워도우 빵을 직접 구워 감칠맛이 나는 버터와 함께 서빙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빵 자체가 코스의 개별 메뉴로 오르기도 합니다.
세계의 많은 도시 중에서도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사워도우 빵의 메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48년에 시작된 골드러시 시대 이래로 사워도우 빵의 명맥이 끊기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이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탄광의 광부들은 빵의 이름과 같이 ‘사워도우’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는데, 건조 효모와 발효종을 가지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빵이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양의 원천이었고, 다른 상품들과도 교환될 수 있었기에 화폐 가치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운반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사워도우가 건강에도 매우 이롭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죽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철분과 아연, 마그네슘, 엽산과 같은 영양소가 자연적으로 풍부하게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글루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긴 발효 기간 동안 글루텐이 일정 부분 분해되어 소화가 잘 됩니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이어져 내려온 사워도우 빵은 건강에 좋다는 점과 무궁무진하게 변형이 가능하다는 이점으로 앞으로도 오랜 사랑을 받으며 일상 속에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