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와 함께라면 새해도 희망입니다. 송구영신의 기간 한국에서는 지역마다 만두를 빚어 먹으며 이 시간을 보냅니다.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는 모습은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공통된 풍경입니다. 만두는 가정의 단합을 의미하죠.
다양한 속 재료를 하나로 묶어내고 이를 얇은 만두피에 오롯이 담아 새지 않도록 빚어내는 과정. 한 알 한 알 만두 속에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끈끈한 애정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의 겨울 별미, 만두에 얽힌 이야기와 다양하게 발전된 만두의 형태 및 그에 따른 맛과 영양적인 가치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만두를 맛있게 먹는 방식에 대해서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0 선정 맛집을 찾아 음미해 볼까요.
♣ 한식에서의 만두의 의미. 기원과 발전, 오늘날의 모습
한국 사람들은 만두를 주식으로도 먹고 간식으로도 먹고 반찬으로도 먹습니다. 명절에도 먹지만 일상에서도 즐겨 먹고요. 전문점도 많지만 편의점에도 늘 구비되어 있고 냉면집에도 있고 고깃집에도 있어서 어른들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지요. 한국에서 만두를 처음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려의 문헌에 “상화” 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곡식 가루에 술을 넣어 부풀린 다음 속을 담아 먹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가장 오래된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 에도 만두의 제조법이 나오는데 메밀가루로 반죽하여 피를 만들고 무와 꿩고기를 다져 넣고 만드는 고급 음식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지역별로 만두가 발전해 온 모양은 조금씩 다릅니다. 개성 이북 지역으로 발전해 왔지요. 북쪽으로는 메밀이나 감자가 풍부해서 주식으로 삼았으며 남부 지역에서는 쌀농사가 잘 되어서 밥이나 가래떡을 빼어 먹는 풍습으로 전해내려 왔습니다.
우선 개성식 만두는 만두피를 얇고 동그랗게 만들어서 호박과 숙주를 넣어 만든 “편수” 라는 것이 있고 애호박 안에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다져 채워 넣은 “호박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서울식 만두는 딱히 그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닌데 반가에서 여름에 만들어 먹었다는 “규아상”이 아직까지 전해옵니다. 소고기에 오이선을 곁들이고 시원하게 먹는 만두입니다.
평양식 만두는 전국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고기의 감칠맛에 두부, 숙주의 개운함이 담겨 있으며 크게 빚어내니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개성 이북의 풍습이 전체적으로 중부 지방으로 내려와 만두의 중흥을 일으켰지요. 그리고 밀가루가 수입되면서 만두는 전국민의 음식으로 사랑받기 시작했습니다.
만두는 귀한 음식이기에 명절에나 만들어 먹었지요. 개성 이북 지역에서는 명절에 만둣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 풍습이 서울을 비롯해서 강원도까지 퍼졌습니다. 남부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명절에 만두를 만들어 먹는 풍습은 없습니다.
떡국을 끓여 먹지요. 북부와 남부 중앙인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는 만두와 떡을 같이 넣고 끓여 먹는 떡만둣국이 만들어 졌습니다. 한국은 밀 재배가 성하지 않았기에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만두는 비교적 최근에 나왔습니다. 밀가루 대신 메밀 가루나 감자 전분을 주로 썼습니다.
배추가 많아 “숭채만두”, 동아를 삶아 만든 피에 소를 넣고 다시 전분 가루를 입혀 찌는 “동아만두”, 귀빈을 맞을 때 생선살로 빚어내는 “어만두” 등이 있습니다. 임금의 상에 오른 만두는 전복으로 빚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밀가루 반죽을 피로 만들어 씁니다. 찐빵처럼 밀반죽을 발효를 시켜 도톰한 빵피를 만들거나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밀어내어 속을 넣고 빚어 만들기도 합니다. 만두 소로는 돼지고기가 가장 많이 쓰이며 김치가 함께 들어가 고기의 비릿함을 잡아내기도 합니다.
♣ 중국과 일본과의 공통점과 다른점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권에서 만두 사랑은 대단합니다. 특히 중국은 만두의 본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양과 재료의 다양성, 제조법, 먹는 방법에서 가장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습니다.
밀반죽을 빵처럼 발효하여 만드는 빠오즈는 주식 역할을 하고, 밀을 얇고 동그랗게 빚어 다양한 소를 만들어 먹는 쟈오즈는 여러 개를 물에 삶아 한 접시에 수북이 올려 먹습니다.
한국의 만두가 돼지고기 소 위주로 발전했다면 중국의 만두는 부추, 샐러리, 계란, 생선, 새우, 게살 등 훨씬 다양합니다. 육즙을 가득히 고이게 하고 주스처럼 빨아먹게 하는 만두도 있지요.
일본 餃子(ギョーザ : 교자)의 역사는 중국의 명나라 출신 학자가 일본으로 들어가 전파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메이지유신 시기에 다수의 중국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화교 집단을 형성하면서 자오쯔 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졌지요.
훗날 세계 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면서 중국 만주 지역에서 돌아온 군사들이 다시 만두를 만들어 먹고 팔았는데 이 때가 일본식 만두가 본격적으로 발전한 계기로 보고 있으며 이 때부터 만주식 발음인 교자 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현재는 군만두인 야키교자, 찐만두인 스이교자 등이 인기이며 집에서 가족들과 빚어 먹는 소울푸드 임은 아시아 삼국이 공통적입니다. 특히 직장인들은 야키교자에 나마비루(생맥주) 한 잔 하는 것을 소확행 이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야키교자는 한쪽을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바삭하게 튀기듯 구운 후에 수분을 넣고 수증기로 쪄냅니다. 그러면 한쪽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아주 맛있는 교자가 되지요. 중국과 일본에도 만두를 넣고 탕을 끓이는 방식은 있지만 한국의 만둣국과는 다른 맛입니다.
한국은 소고기 육수를 내어 국물의 맛도 한층 강조하는데 반해 중국과 일본은 그냥 만두를 삶은 물에 만두를 담궈 내어 주니 현지에서 주문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만두국을 먹고 싶을 때는 훈둔탕이나 완탕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인들이 만두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기에 오늘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만두 소에 따라서 고기만두, 김치만두, 야채 만두 등이 있고 젊은층을 타깃으로 개발한 피자만두, 잡채만두 등도 인기가 많습니다. 만두피에 따라 메밀만두, 감자만두 등이 별미가 됩니다.
만두를 맛있게 먹는 조리법에도 다양한 기술이 적용됩니다. 조리 방식에 따라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등이 있고 모양에 따라 왕만두, 납작만두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요. 탕으로 먹는 방식에는 만둣국, 떡만둣국 만두전골이 인기가 많습니다.
집에서 먹을 때는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기에 냉동 식품을 사다가 해먹습니다. 냉동 만두의 종류도 많고 퀄리티도 좋아서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만 돌려도 전문점 못지 않은 훌륭한 만두가 됩니다.
편의점의 인기 메뉴이지요. 떡볶이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매콤한 떡볶이 국물에 군만두를 찍어 먹는 것을 으뜸으로 칩니다. 겨울철 인기 메뉴로 만두전골이 있습니다.
전골냄비에 야채와 버섯, 소고기, 우동을 담고 직접 빚은 만두를 푸짐하게 넣어 한꺼번에 끓이는 방식입니다. 이때 만두 속으로 전골의 육수가 스며들고 육수에는 만두의 육즙과 전분기가 스며들며 서로 더욱 맛있어 지는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선정 만두 맛집을 찾아서
자 그럼 서울의 만두 여행을 떠나 볼까요. 만두 애호가들은 한국식 만두, 중국식 만두를 나누어 취향을 살리며 찾아다닙니다.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은 1966년에 문을 연 명동교자(중구) 입니다. 얇은피 고이 접은 만두의 모양은 흡사 나비를 연상케 합니다.
투명하게 삶아진 피 안으로 육즙이 가득한 고기가 씹힙니다. 찐만두는 샤오롱빠오를 연상케 하고 칼국수에 담겨진 만두는 훈둔과 흡사합니다. 워낙 한국 사람들이 오랜 시간 즐겨먹는 만두이기에 이제는 한국인의 추억의 만두로 불리고 있습니다.
개성만두궁(종로구)은 3대째 대를 잇는 개성만두의 명가입니다. 여기서는 특히 개성식 만두전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또한 조랭이떡만두국 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개성에서 만들어 먹던 떡국의 형식, 조랭이떡에 만두를 넣고 탕으로 끓인 명절음식 입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버섯 만두도 있습니다. 자하손만두(종로구)는 예술혼이 담겨있는 만두입니다. 빚은 모양새나 접시 위의 담음새가 작품과 같습니다.
인왕산 자락의 옛 가옥 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하여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흐뭇해 집니다. 이곳에서는 편수 라는여름 만두를 먹을 수 있습니다. 삼각뿔처럼 생긴 만두이지요. 소고기와 표고버섯을 넣고 치즈처럼 농후한 맛을 내는데 오이가 들어가 시원함이 으뜸입니다.
봉산옥(서초구)은 특이하게 황해도식 만둣국을 합니다. 황해도 만두에는 강짠지가 들어갑니다. 강짠지란 소금에 절여 삭힌 배추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배추와 볏짚을 독에 켜켜이 쌓아 절이는데 지금은 약식으로 절인 배추로 대신합니다.
배추 특유의 담백하고도 아삭한 맛이 일품입니다. 평양만두보다 작지만 개성만두보다 크니 한입에 들어가기 푸짐한 정도라 하겠습니다.
평양식 만두를 먹어보려면 평양냉면 전문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진미평양냉면(강남구)에서는 시원한 냉면과 함께 반드시 주문해야 할 것이 만두입니다. 만두피는 두툼하지만 입에 넣으면 살살 녹고 그 안에는 돼지고기가 두부나 숙주와 어우러져 든든하고도 담백합니다.
만두집(강남구)도 3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가 고소하게 어우러지며 숙주, 두부, 파 등을 넣어 입체적인 여백을 시원하게 채웁니다. 솜씨가 좋아서 북한까지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손칼국수와 함께 만두가 유명한 곳이 임병주산동손칼국수(서초구)입니다. 이곳의 평양식 왕만두는 삼삼한 고기와 아삭한 숙주가 어우러져 소화가 잘 됩니다. 기분 좋게 배부른 맛이죠. 칼국수 맛보러 갔다가 만두 맛을 못 잊어 다시 찾게 되는 곳입니다.
만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국식 만두를 찾아 먹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중국식 만두의 인기도 이에 못지 않죠. 구복만두(용산구)는 아주 험블한 만두 전문점 입니다. 한국인 남편과 중국인 부인이 함께 만두를 만들어 팝니다.
일명 빙화수(은이버섯 우린 물에 전분을 넣어 만든 비법의 물)에 튀겼다는 구복만두가 인기가 높습니다. 모든 만두 반죽에 연근과 콩가루를 배합하고 쑥향을 입혀서 먹고 나서도 소화가 잘 되니 단골이 된 사람이 많습니다. 통새우 만두에는 새우뿐만 아니라 계란, 부추, 양파를 가득 채우니 하나만 먹어도 풍미가 흘러 넘치지요.
화끈하게 육즙이 흘러내리는 샤오롱빠오도 놓칠 수 없습니다, 중식과 한식을 조화롭게 연출한 구복김치만두는 한국인 남편과 중국인 아내가 창조한 또 하나의 걸작입니다.
산동교자관(강남구)은 만두를 좋아하는 사람의 성지로 불립니다. 테이블 3~4개의 아주 작은 매장인데 식당을 오픈하면 만두를 포장하려고 온 사람들로 줄을 이룹니다. 대만 출신 화교 요리사는 만두의 디테일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와 만둣국의 만두를 모두 다르게 빚습니다. 특히 군만두는 한번 쪄낸 다음에 다시 한번 기름을 둘러 높은 온도에 구워 내기에 겉은 아주 바삭거리고 속은 촉촉한 만두의 향연을 펼쳐냅니다.
찐만두는 가장 큰 사이즈로 고기가 도톰하게 씹히면서 부추의 향이 개운 하다면 군만두는 크기가 약간 작지만 육즙이 풍만하니 하나만 먹어도 풍미가 올라옵니다.
해산물로 육수를 내고 칼칼하게 맛낸 국물에 작게 빚은 만두를 넣은 사천식 훈둔탕은 이곳의 대표 메뉴이자 저녁 술 한잔 하는 이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해장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