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프랑스의 전통적인 비스트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비스트로 드 욘트빌이 늘 손에 꼽힙니다. 이 레스토랑은 2009년부터 12년째, 청담동 작은 골목에서 한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타미 리 셰프는 1800년대 비스트로 전통을 오마주하며, 이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감성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언제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이지만, 재료와 조리법에 신경을 쓴 파리의 가스트로노믹 비스트로를 재현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정중하고 세심한 서비스도 물론 중요하지요. 가장 파리다운 정신, 파리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미 리 셰프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타미 리 셰프는 ‘요리는 자신을 나타낸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진심이 담긴 따스한 요리를 준비해 고객의 식탁 위에 올립니다. “요리는 만드는 사람을 고스란히 표현합니다. 그러기에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요. 요리는 기술적인 일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마음에서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누군가를 대접할 때를 떠올려 보세요. 집에 아주 반갑고 소중한 사람을 초대했을 때의 그 마음은 정말 특별하지요. 어머니가 오랜만에 고향집에 오는 자식을 생각하면 준비하는 그 마음처럼, 행복하고 기쁜 마음에서 하는 요리가 사람을 위로합니다. 이 진심을 담은 에너지가 레스토랑이 가져야 할 유일한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 연말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층 더 강화된 상황에서, 비스트로 드 욘트빌의 타미 리 셰프가 진심을 담은 홈 쿠킹 레시피를 전합니다. 힘들었던 올 한 해를 보내고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요리로 진심을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스트로 드 욘트빌 스타일의 통후추 스테이크(Steak au Poirvre)
“프랑스 음식은 함께 나누는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통후추 스테이크는 간단하지만 완벽하게 프랑스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음식입니다.
소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미리 준비해 두면, 식사 시간에 스테이크를 구워 요리한 사람도 함께 파티 분위기를 내며 즐기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드 와인과 함께 메인 요리로 즐기기에 손색이 없지요.” 타미 리 셰프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테이크 요리를 제안합니다.
“2009년 서울에 비스트로 드 욘트빌을 오픈하고 오랫동안 프랑스에 대한 동경과 갈증이 있었습니다. 오픈 4주년이 되었을 무렵, 10일간 파리로 아내와 미식 공부를 떠났지요.
미쉐린 3스타 파인 다이닝부터 동네 비스트로까지, 하루 종일 프랑스 음식을 먹는 일정이었는데 저를 따라 계속 모든 끼니를 프랑스 요리를 먹어야 했던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여행 3일째, 예약시간에 맞춰 아주 오래된 비스트로에 가는 도중, 길가에 베트남 쌀국수 가게를 보자 진하고 느끼한 프랑스 음식에 질린 아내가 울음을 터뜨리며 오늘은 그냥 포를 먹자고 했어요. 지금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아내 의견을 따랐겠지만, 그때는 제 고집을 부려 프렌치 비스트로에 갔습니다.
그런 마음에서 어떤 음식도 마음에 들기 어려웠을텐데, 그 때 먹었던 요리가 바로 이 후추 소스의 스테이크입니다. 너무나 프랑스다운, 잊을 수 없는 맛에 우리 부부는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었지요. 한국에 돌아와 몇 달 간 그 요리를 연구하고 재연해 지금은 저희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요리의 핵심은 ‘푸아브(Poivre)’ 소스인데요, 그 의미 그대로 후추 소스입니다. 크림과 후추, 그리고 비프 쥬(jus)의 조화는 바로 집에서도 레스토랑의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후추 소스 레시피
우스지 200g, 통 흑후추 6g, 샬롯 40g, 마늘 20g, 화이트 와인 80ml, 브랜디 20ml, 브라운 스탁 160ml, 생크림 30ml
♣ 만드는 법
1. 스지는 200ºc 컨벡션 오븐에 20분간 색이 고루 나고 타지 않게 구워준 뒤 기름을 빼 준비한다.
2. 얕고 넓은 팟을 달군 뒤 카놀라유를 두르고 샬롯, 마늘, 통 흑후추 순으로 넣고 볶는다.
3. 2의 샬롯과 마늘이 익으며 색이 진해지면 1의 스지를 넣고 한번 더 살짝 볶는다.
4. 브랜디를 넣고 알코올 향을 날린 뒤 바로 화이트 와인을 넣어 알코올 향을 날려준다.
5. 브라운 스탁을 넣고 소스 농도가 진득해질 때까지 졸여준다.
6. 5에 분량의 크림을 넣고 한번 더 졸여준 뒤 채망에 걸러 식힌 다음 냉장 보관한다.
♣ 스테이크 레시피
채끝등심 600g, 감자튀김 600g, 후추 소스, 백후추 약간, 통 흑후추 12g, 통 백후추 12g, 코리앤더 씨드 4g, 핑크페퍼 홀 2g
♣ 만드는 법
1. 후추를 큰 거친 입자로 큼직하게 갈아 준비한다.
2. 스테이크용 고기는 150g씩 1인분으로 잘라 준비하고, 실온에서 소금으로 간을 한 뒤 1의 후추 크러스트를 윗면에 골고르 바르고 손으로 꾹 눌러 전체 단면에 후추 크러스트가 고정되게 한다.
3. 팬을 센 불 위에 올리고 1분간 달군 뒤 팬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카놀라 오일을 넉넉하게 뿌리고 후추 단면의 고기 쪽을 먼저 익힌다.
4. 후추가 바삭해질 정도로 4-5분 정도 익힌 후 뒤집어 180 ºc 로 예열한 오븐에서 원하는 굽기로 익을 만큼 익힌다.
5. 4의 스테이크를 레스팅하는 동안, 스테이크를 구운 팬에 후추 소스를 데워 준비한다.
6. 프렌치 프라이를 기름에 튀긴 뒤 스테이크와 소스, 프렌치 프라이를 올려 완성한다.
타미 리 셰프가 전하는 메시지
2020년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든 한 해를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저희게도 크나큰 도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음식을 먹고,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이 친밀한 공간이 자칫하면 바이러스를 쉽게 옮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된 아이러니를 겪어야 했지요.
어려운 시기였지만,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에 더 집중하여 서비스하는 절실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어려운 시기에도 찾아오는 손님 한 분 한 분,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더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하고 있는 동료 셰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요리를 직업으로 택한다는 것은, 늘 힘든 일입니다. 손님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기 위해 밤새며 고민하고 준비한 인생 뒤에는 그들이 빠져버린 가족, 혼자 남겨진 연인들의 외로움이 있습니다. 와 주신 손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시간을 만들어주는 대신 그들은 그 시간을 포기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슬픈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항상 제가 면접을 볼 때 예비 요리사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불 앞에서 영웅이 되는 꿈이나 열정보다 남을 위해 내 행복을 버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는지. 함께 하는 동료 셰프들이 이런 마음을 갖추고 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너무나도 수고한 레스토랑의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욘트빌과 또 다른 공간의 새로운 시도를 함께 도와준 총괄 셰프 박재형 셰프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따뜻하고 깊은 음식을 잘 표현하면서도 실력이 뛰어난 저와 같은 철학을 가진 셰프가 함께 버텨주니 큰 힘이 납니다. 그리고 찾아주신 손님들께도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Q. 앞으로의 포부도 궁금합니다.
레스토랑의의 본질은 무엇보다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에 국한되지 않고, 좋은 대접과 서비스를 받으며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지요. 이 힘든 시기에도 좋은 호스피탈리티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차별화되어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한 곳을 지키며 비스트로 드 욘트빌이 사랑받아 온 것은 이 곳을 방문한 고객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프랑스를 느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항상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프렌치를 하면서, 요리의 레시피와 겉모습을 재현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프랑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훌륭한 재료를 구하는 것보다 좋은 레시피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재료를 알고 본연의 맛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재료 간의 조화를 치밀하게 조합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여기에서 매뉴 개발이 시작되며, 이 일을 멈출 때까지 셰프로서 끊임없이 탐구해 나가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