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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레시피」 차예단, 중국의 전통 달걀 요리 카이 호(Kai Ho) 셰프

「레시피」 차예단, 중국의 전통 달걀 요리 카이 호(Kai Ho) 셰프

차예단(茶叶蛋)은 껍데기를 살짝 깨뜨린 달걀을 간장과 오향, 찻잎 등과 함께 삶아낸 중국의 전통 요리입니다. 껍데기 틈새로 찻물이 스며들어 간이 배고 달걀에 대리석 같은 무늬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죠.

대만에서도 차예단을 널리 즐깁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는 물론이고 고속도로 휴게소, 그리고 심지어 수천 개의 슈퍼마켓에서도 차예단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대만의 거리를 걷다 보면, 보글보글 끓는 양념의 깊은 향기에 매료되어 이 매력적인 달걀을 맛보고 싶다는 유혹에 빠져들게 됩니다.

보통 차예단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삶은 달걀을 진한 육수에 넣고 끓여 만드는데, 이 육수에는 스타아니스 등의 향신료와 쓰촨 후추, 간장, 찻잎이 들어갑니다. 완성된 차예단의 맛은 주로 그 달걀이 얼마나 많은 맛을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차예단의 가장 두드러지는 시각적 특징 중 하나는 대리석 문양을 닮은 자국인데, 이는 달걀 껍데기가 깨진 작은 틈으로 갈색 육수가 스며들며 만드는 거미줄 무늬입니다.

이처럼 육수는 달걀에 스며들어 멋진 문양을 만들 뿐 아니라 다양한 풍미와 감칠맛을 내는 역할을 합니다. 대만의 속담에는, 차예단의 불규칙한 균열을 인생에 시련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겪는 시련이 오히려 인생을 풍부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죠.

대만 미쉐린 2 스타 레스토랑 Taïrroir의 카이 호(Kai Ho) 셰프
▲ 대만 미쉐린 2 스타 레스토랑 Taïrroir의 카이 호(Kai Ho) 셰프

♣ 평범함을 만드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미쉐린 가이드 대만 2019에서 2 스타로 선정된 Taïrroir의 카이 호 셰프가 차예단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많은 곳을 다니셨는데, 저도 종종 트럭 옆자리에 앉아 아버지를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고된 여정 중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늘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은 대만식 소시지와 돼지고기 미트볼, 차예단이었죠.” 카이 호 셰프가 군 복무를 하던 시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일 아침 식사로 두유와 차예단, 중국식 찐빵을 먹었어요. 차예단은 종일 체력 단련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차예단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과정에서, 카이 호 셰프는 오히려 이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이 얼마나 섬세하고 세련되게 변화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향후 차예단을 그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요리해보겠다는 열망을 품게 됩니다.

영어로 티 에그(Tea Egg)로 번역되는 ‘차예단’의 이름에서도 명백히 알 수 있듯, 가장 중요한 재료는 차(茶)입니다. 카이 호 셰프는 처음 차예단 레시피를 정리하며 홍차와 우롱차를 사용했는데 맛이 너무 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보이차를 넣은 육수로 레시피를 바꾸어 보았고, 이를 통해 가벼우면서도 밝고 생기있는 향과 느낌을 찾게 되었습니다.

카이 호 셰프는 ‘전통적인 차예단은 노른자보다 흰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흔히 서니사이드 업(sunny side up)처럼 노른자를 다 익히지 않고 달걀을 구워 먹는 것처럼 달걀에서 노른자를 중심으로 취향을 이야기하지만, 차예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두 흰자에 관련된 부분이죠.”

프라이팬에 구운 달걀은 노른자를 얼마나 익히느냐를 통해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을 조절하지만, 푹 삶은 달걀에서 노른자는 보통 퍽퍽하고 삼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끄러운 달걀흰자가 맛의 섬세함을 조절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과 풍미가 있는 삶은 달걀의 노른자는 흰자와 함께 먹어야 가장 부드럽고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진지한 고민이 깃든 셰프의 차예단

Taïrroir 레스토랑에서는 일상의 음식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파인다이닝의 섬세한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콘셉트를 지향합니다.

카이 호 셰프는 차예단의 특징과 덜 익힌 노른자의 풍부한 부드러움을 결합해 독창적인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표면의 흰자 부분은 완벽한 대리석 문양처럼 아름다운 육수 자국으로 가득하고, 속을 열어보면 꿀처럼 녹진한 질감의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것이죠.

꼬박 사흘을 걸려 육수가 달걀 안쪽까지 스며들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조리법의 핵심입니다. “아주 진지하게 만든 차예단이라고 할 수 있죠.” 카이 호 셰프의 설명입니다.

그의 레스토랑에서 차예단은 동그란 튀일와 함께 서빙됩니다. 튀일 위에는 절인 무와 오이 피클, 발효한 두부 등 대만식 죽(콘지)과 함께 먹는 다양한 반찬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걀 위에 뜨거운 닭죽(Chicken Congee)을 올리면 요리가 완성됩니다.

농밀하게 흘러내리는 달걀노른자와 섬세한 대리석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는 흰자, 바삭한 튀일과 따뜻한 죽, 맛에 균형을 더하는 피클 등 다양한 요소가 입안에서 어우러져 당신의 미각을 즐겁게 합니다. 카이 호 셰프의 레시피를 따라 집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차예단을 만들어 보세요.

■ 차예단(茶叶蛋) 레시피
차예단(茶叶蛋) 레시피

♣ 육수 재료

물 200mL, 보이차 잎 6g, 간장 35mL, 결정 설탕 20g, 사천 후추 한 꼬집, 스타아니스와 말린 귤껍질 약간

【부 재료】 실온 상태의 달걀 5알, 물 1L, 소금 20g

♣ 만드는 법

1. 물과 육수 재료를 모두 넣고 끓여 육수를 준비한다.

2. 소금 20g을 물 1L에 넣고, 물이 끓어오르면 달걀을 넣고 5분간 삶는다. 5분이 지나면 달걀을 꺼내 얼음물에 담그고 달걀 껍데기를 살짝 깨 금이 가도록 준비한다.

3. 1의 육수를 60°C로 맞춘 뒤, 2의 달걀을 담그고 30분간 조리한 뒤 육수째 48시간 동안 냉장 보관한다.

4. 달걀을 꺼내어 껍데기를 제거하고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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