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조류. 출산 후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들의 식단과 생일상에서 빠지지 않는 미역국부터 각종 국과 찌개를 만들 때 기본 육수 내기 재료로 사용되는 다시마까지. 고소한 기름 발라 소금 탁탁 뿌려 바삭하게 구워내 밥에 싸먹는 김은 남녀노소로부터 사랑받는 국민 반찬이다.
이처럼 보관 및 활용도가 높은 마른 해조류 외에도 곰피, 모자반, 물미역, 쇠미역, 파래 같은 신선한 해조류는 바다 내음을 그대로 품고 있는 영양가 높은 식재료로 무침, 볶음, 쌈, 장아찌, 초절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매생이는 그중에서도 좀 특별하다. 한때 ‘바다의 잡초’로 괄시 받던 매생이가 최근 십여 년 동안 부쩍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우수한 효능 때문이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무기염류 등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고단백 식품인 매생이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예로부터 김 양식을 하던 어민들이 주로 먹던 매생이의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매생이 양식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매생이 양식철은 12월 초, 수온이 5–10°C 사이로 떨어질 때 시작한다. 파래와 흡사하게 생겼지만 가닥이 훨씬 더 곱고 부드러운 매생이는 무공해 청정 해역에서만 자란다. 기온이나 환경에 의해 채취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비교적 큰 편이다.
따뜻한 남해에서 서식하지만 가장 추울 때 잘 자라는 매생이는 이듬해 1월부터 2월까지 채취하는데, 대나무발에 붙어 자란 매생이는 손으로 일일이 걷어내야 한다. 바다에서 채취한 매생이는 세척 후 한 재기(400 그램 정도) 씩 나뉘어 포장된다.
‘생생한 이끼를 바로바로 뜯는다’에서 따온 순수 한글 이름처럼 매생이는 별도의 조리 없이 바로 섭취가 가능한 해조류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제철 굴과 함께 국으로 끓여 먹는데 60% 공기로 이뤄진 매생이는 열에 약해 오랜 시간 가열하면 녹아버리는 성질이 있다.
또한 매생이는 산에 약해 파래처럼 식초에 버무리기 힘들다. 국도 말이 국이지 사실은 죽에 가까울 정도로 물을 최소한으로 하고 부드러운 매생이 자체를 즐긴다. 매생이를 끓일 때도 팔팔 끓이는 것이 아니라 국자로 휘휘 저어 살짝 익힌 뒤 불을 끈다. 국 외에 죽, 수제비, 칼국수 등에 넣거나 전 반죽에 넣어 부쳐 먹어도 맛있다.
딸 속 썩이는 미운 사위가 오면 내놓는 음식이라는 매생이국은 아무리 뜨거워도 김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촘촘한 올이 빽빽하게 엉켜 김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진녹색 때문에 오히려 차가워 보여서 급한 마음에 떠먹다 입천장 데이기 십상이다.
요리에 이용하다 남은 매생이는 공기를 빼 잘 싸서 냉동하면 일 년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다음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알려진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스님의 매생이찜 조리법. 올 겨울, 맛도 있고 조리법도 간단한 정관스님의 매생이찜 요리로 건강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 재료 및 분량
매생이 1 재기 (400 그램 정도), 생 표고버섯 2 개, 청고추 반 개, 홍고추 반 개, 연잎 달인 물 1 컵, 참기름 1.5 큰 술, 집간장 1.5 작은 술, 깨소금 1 작은 술, 천일염 조금
♣ 만드는 법
1. 매생이는 씻어서 소쿠리에 담아 물을 뺀다.
2. 생 표고버섯은 모양 있게 썰어서 팬에 참기름, 집간장으로 밑간하여 살짝 덖는다.
3. 홍, 청 고추는 곱게 다진다.
4. 연잎 달인 물 1컵에 표고버섯을 넣고 끓인다.
5. 집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끓으면 매생이를 넣고 한쪽 방향으로 젓는다.
6. 젓다가 매생이가 녹색이 되면 참기름을 두르고 살짝 더 젓다가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 그 위에 다진 고추, 깨소금으로 고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