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발전소 이종국 셰프
이종국 셰프의 밥상에는 먹는 이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 전통과 예술가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창조적인 그의 한식 세계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서 별 두 개를 받은 ‘곳간’에서도, 그의 성북동 ‘음식 발전소’에서도 빛을 발한다.
조상들의 지혜를 지켜내는 것도 한식 요리사의 몫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본인만의 색깔이 담긴 요리로 표현하는 것 또한 요리사로써 가져야 할 사명감이라고 말하는 이종국 셰프. 그가 생각하는 한식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다음은 한식 요리 연구가 이종국 선생과의 7문 7답이다.
Q.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요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했어요. 요리가 참 좋아서 주방을 놀이터로 삼았었는데 최초의 요리 스승은 어머니였죠. 지금 하고 있는 스타일의 요리를 한 지는 20년 정도 됐어요.
많이 돌아다니면서 많이 먹어본 것도 큰 공부가 됐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온 세상이 저의 요리 선생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른 창작 활동과 마찬가지로 늘 먹는 식자재를 이용하여 매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즐겁고 설레임으로 다가와요.
Q.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음식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요리가 있으세요?
어렸을 때는 너무 싫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비 오는 날이면 김치를 썰어서 김치국밥을 해주셨어요. 나이가 드니까 그 음식이 너무 그리워지는 거예요. 사람은 시기에 따라 추억에 따라 제각각 사랑하는 음식이 바뀌는 것 같아요.
Q. 어머니로부터 배운 음식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배려에요. 어머니의 음식은 먹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였어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늘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배려 없는 음식은 레시피가 아무리 훌륭해도 알맹이가 빠진 음식이나 다름 없어요.
Q. 요리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으세요?
제가 메뉴를 자주 바꾸는 편이라 제자들이 힘들어하는 편인데요. 음식은 바람 따라 시간 따라 환경 따라 많이 달라져요. 집에서 식사 대접을 하는 경우 손님들의 성격이나 인품, 취향 등을 고려해서 메뉴를 짜죠.
외국인들에게는 우리의 전통적인 조리법과 새로운 조리법, 음식의 조형성과 기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계절별 테마를 정해 메뉴를 구성해왔어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매화로 손님을 맞이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는 향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등 주제에 따라 이야기를 풀죠.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그 주제와 어울리는 코스별 식사를 통해 한편의 작은 드라마 같은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한식은 마음으로, 눈으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Q. 미쉐린 가이드 서울 출간과 함께 한식에 대한 기존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바램을 갖고 계시나요?
셰프들이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감성이 있는 요리를 만드는 셰프들이 더 나와야 하고 현재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셰프들을 발굴하는 작업도 중요해요.
음식은 참 다양한 기능을 하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고, 병든 이를 치료할 수도 있고, 한 나라의 위상을 높여줄 수도 있고 외교 활동의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어느 시대에나 그래왔듯이 서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특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공존해야 돼요.
한식 파인 다이닝의 경우 좋은 품질의 제철 식자재를 쓰는 게 기본인데 그러려면 음식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신토불이를 외치면서 국산 참기름이나 채솟값의 가격은 망각한 채 음식값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식은 비싸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에요. 현재 유럽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아시아 음식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셰프의 철학이 담긴 음식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Q.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음식을 만드는 분으로써 다양한 음식을 접했을 때 뭘 느끼시나요?
식자재의 다양성에 많이 놀라요. 기후의 변화에 따라 한 나라가 갖고 있는 식자재가 천차만별이거든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더더욱 한식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 이유는 특별한 식자재가 아닌데도 특별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조상들의 지혜 때문이에요. 제철 식자재로 제철 음식 궁합을 맞출 수 있었던 조상들의 미각과 지혜는 지금 이 시대에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Q. 선배로서 젊은 셰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제가 제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어렵지도 않지만 쉽지도 않은 게 요리에요. 문화도 그렇지만 음식은 많이 경험해 볼수록 시야가 넓어져요.
유명한 셰프의 요리가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따라 하지 말고 본인의 주관과 다양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철학과 감성, 색깔과 느낌이 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요리사가 되려면 식자재와 사랑에 빠져야 해요. 식자재 고유의 특성과 감성을 어루만지면서 요리하세요.
그 식자재를 무언의 언어로 삼아 먹는 사람과 진심 어린 소통을 하세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즐거워야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고 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무엇보다 저보다 더 뛰어난 젊은 셰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전통 지킴이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시대를 반영하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되어야 해요. 음식은 진보해야 하거든요.
♣ 도루묵 대파 구이
♣ 재료 및 분량
도루묵 3마리, 대파 2대, 감자 1 개
[부재료] 성게알 100g, 매실청 1/2 작은술, 참기름 1 큰술, 들기름 1 큰술, 고추 후레이크 조금, 소금.참기름 조금
♣ 만드는 법
1. 도루묵의 비늘을 제거한다.
2. 감자는 1/2로, 대파는 생선 몸통 정도의 길이로 잘라 살짝 쪄낸다.
3. 들기름 1T, 참기름 1T를 팬에 두르고 손질한 도루묵을 눕혀 굽는다. 이때 미리 쪄낸 통파를 함께 구워준다.
4. 찐 감자를 도루묵을 구운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낸다.
5. 성게알은 매실청 반 작은술, 소금, 참기름과 함께 섞어 으깨준다. (생선에 따로 간을 하지 않았으므로 참고하여 맛을 봐가면서 소금 간을 한다.)
6. 도루묵 위 면을 성게알 소스로 살짝 발라준 후 그릴에서 살짝 그슬려준다.
7. 완성된 도루묵 위에 (기호에 따라) 고추 후레이크를 뿌려준다.
8. 구운 파와 감자를 도루묵과 함께 그릇에 담아준다.
9. 방아잎 오일이나 깻잎 오일 등 생선과 잘 어울리는 향긋한 오일과 함께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