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끝에 톡, 조희숙 셰프가 그리는 5월의 한식 미학
36년간 한식의 美를 세계 속에 퍼뜨리고 있는 한식공방 조희숙 셰프에게 5월은 더욱 특별한 절기다. 감사와 사랑과 은혜가 넘치는 가정의 달, 셰프의 손끝에도 사랑의 레시피가 펼쳐진다.
봄의 여운을 머금은 늦봄에서 여름의 길목까지, 두 계절에 맞물린 입하(立夏)와 소만(小滿)에는 꽃피고 새순 돋는 자연의 선물이 찾아온다. 손끝에 톡, 조희숙 셰프가 그리는 5월의 한식 미학이 접시 한 폭에 담긴다.
♣ 그렇게 봄
봄이 끝났다. 내년 봄을 기다리는 막바지 늦봄 채소와 싱그러운 여름 채소의 만남, 그렇게 입하와 소만의 식재료로 완성된 레시피는 한식의 맛과 멋으로 재탄생할 채비를 마쳤다. 조희숙 셰프는 이 시기의 식재료를 귀한 자연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연중 스치듯 지나가는 이 시기에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식재료이기에, 다시 맞이할 내년 봄을 기다리며 아쉬움과 계절감을 한식에 담아냅니다. 재료 자체만으로도 진귀하기에 어떤 레시피도 잘 어울릴 것입니다.
❞♣ 그러니 여름
봄이 갔다. 그러니 여름이 온다. 봄과 여름이 조화를 이루는 입하와 소만의 식재료는 풋풋함과 싱그러운 계절을 한껏 머금고 있다. 5월에 만개하는 아카시아 꽃과 제철 갑오징어의 특별한 조우, 그리고 이 시기에 걸쳐 40일만 새순이 돋는 죽순과 빼꼼히 고개 내민 여린 햇고사리는 축복받은 식재료다. 조희숙 셰프의 레시피에도 그렇게 봄과 여름이 찾아온다.
한식의 미학 그 첫 번째는, 재철 식재료가 시작점입니다. 분홍빛 진달래 화전 뒤에 먹을 수 있는 5월의 아카시아 꽃과 그 향을 자연스럽게 품어내는 제철 해물 갑오징어는 제법 잘 어울립니다. 죽순과 햇고사리는 입하와 소만에만 찾아오는 자연의 선물이죠.
❞♣ 그래서 美식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온 조희숙 셰프는 한식 셰프들의 스승으로 손꼽힌다. 올해 초 2019년 미쉐린 가이드 1스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미식가들을 사로잡은 주인공이다. 한국적인 식재료를 활용한 그의 독창적인 레시피는, 식재료 본연의 색감을 살린 화려함과 모던한 푸드 플레이팅이 조화를 이뤄 한식의 미학을 완성해낸다.
우리 것을 바꾸기보다 한식의 특징과 장점을 잘 다듬어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음식문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 중심에, 한국의 색감이 살아있는 식문화 그 자체로서 더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하여 레시피
조희숙 셰프는 이 시기에 만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면서 가장 한국적인 색감으로 특별한 5월 레시피를 공개했다. 매실청으로 맛을 낸 아카시아 꽃과 갑오징어 냉채, 영양 죽순밥과 햇고사리 탕. 한껏 설레는 마음으로 조희숙 셰프의 한식 레시피를 만난다.
요리에 대한 영감은 평상시 접하는 모든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내가 만드는 음식과 연계해 생각하는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무한한 잠재의식 속에서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발현되곤 합니다. 봄의 여운과 여름의 싱그러움이 담긴 5월의 레시피도 그렇게 떠올랐죠.
❞♣ 매실청으로 맛을 낸 아카시아 꽃과 갑오징어 냉채
아카시아 꽃, 갑오징어, 다진 양파, 매실청, 집 간장, 소금, 참기름, 올리브유를 준비한다.
① 식초를 탄 물에 아카시아 꽃을 30분가량 담가두었다가 가볍게 씻어 물기를 뺀다.
② 갑오징어 껍질을 벗기고 칼집을 넣어 끓는 소금물에 약 1분가량 데쳐서 식힌 후 얇게 썬다.
③ 매실청, 다진 양파, 다진 매실과육 등과 양념들을 합해 무침 장을 만든다.
④ 손질한 꽃과 갑오징어를 ③의 무침 장으로 가볍게 무쳐서 담는다.
⑤ 남은 양념을 위에 끼얹어 낸다.
♣ 죽순 영양밥과 햇고사리 탕
생죽순, 불린 찹쌀, 닭다리살, 은행, 대추, 햇고사리, 숙주, 대파, 우리 밀가루, 멸치육수를 준비한다.
① 죽순을 삶아서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소금, 참기름으로 무친다.
② 닭다리살은 저며썰기 해 간장, 생강, 마늘, 참기름으로 무친 후 불린 찹쌀, 죽순, 은행, 대추를 섞어 밥을 짓거나 찜통에 찐다.
③ 햇고사리는 질긴 부분을 다듬어 삶은 후 찬물에 담가 쓴맛을 뺀 다음 집 간장, 참기름으로 무친다.
④ 숙주는 거두절미하고 대파는 4~5cm 길이로 자른 다음 소금물에 적신 후 밀가루를 충분히 묻혀둔다.
⑤ 멸치육수에 집 간장,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끓어오를 때 ④를 넣고 떠오르면 간을 맞춰 그릇에 담아 죽순 영양밥과 함께 낸다.
하얀 속살을 띤 죽순과 나무색을 뽐내는 고사리의 조합은 대비되는 색감부터 입맛을 자극한다. 특유의 향과 풍부한 영양이 어우러진 죽순 영양밥과 햇고사리 탕은 5월에 만나는 행복한 맛의 향연, 건강한 美식의 세계라고 단언할 수 있다!